1. 자비선이란 무엇인가?-2) 깨달음 가는 地圖 명상

명상의 체계
마음의 본성을 통해 생사의 괴로움[苦諦]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명상임을 알았다면 그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마음을 내는 것이 바로 명상의 출발이다. 출발에 앞서 우린 삶과 죽음의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集諦]이 마음의 본성인 공성 즉, 열반을 모르는 무명번뇌라는 것을 알았다. 무명번뇌가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명번뇌와 삶과 죽음의 괴로움이 없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명상으로의 출발이다. 생로병사가 없는 마음의 본성이 열반[滅諦]임을 알게 되고 그 열반에 이르는 방법[道諦]도 찾게 되는 이것이 곧 사성제이며 명상의 체계이다.

붓다께서는 사성제를 의사의 치료에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의사는 먼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그 병의 원인과 발생과정을 찾아낸 다음 병을 제거할 방법을 검토한 후 처방을 내린다. 이와 같은 의사의 진단에는 무엇보다 정확도가 요구된다. 어떤 의사는 질병을 과장해서 희망을 포기하라고 엄숙하게 선언하며, 또 어떤 의사는 오진으로 병이 없다고 단언하여 아무런 치료도 필요치 않다는 위안으로 환자를 안심시킨다. 전자는 비관론자, 후자는 낙관론자로서 모두 현명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명한 의사는 질병의 징후를 바르게 진단하고 질병의 원인과 발생을 이해하여 그 병이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확신한 다음 환자를 치료하여 구해낸다. 붓다는 바로 이러한 의사이다. 붓다는 세상의 모든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병을 제거할 수 있는 처방을 모색한 아주 현명하고 과학적인 의사라 할 수 있다.

의사 진료와 같은 명상 틀
사성제 따라 과정 담아야
깨달음 향한 설명보다는
비유를 명상화할 때 쉽다

△우리의 삶에서 병은 곧 괴로움이다[苦] △병의 발생원인은 갈애이다[集] △그래서 갈애를 없애면 병이 제거되고 치유된다[滅] △여덟 가지 고귀한 길(팔정도)이 그 치료방법이다[道]

이것이 붓다의 사성제 가르침이고, 우리 중생은 그 가르침을 따라 스스로 걸어가야 할 현실이 고(苦)라는 출발점에서 괴로움의 해결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우리들이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갈 수 없는 것과 같다. 괴로움인 생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는 첫째, 목적지를 정하는 일과 둘째, 그 목적지를 향하여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라는 출발점의 문제 셋째, 그 출발점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의 문제이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 비로소 명상수행을 통하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들이 도달해야 할 바르고 정확한 목적지가 없다면 출발점과 방향 및 수단은 아예 필요 없을 것이고, 혹 올바른 목적지가 설정되었더라도 출발점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것이며, 출발점이 설정되었더라도 방향을 올바르게 잡지 않으면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 또한 바르지 못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이러한 출발점과 방향 및 목적지, 그리고 도달하는 방법을 정확히 제시하는 가르침이 바로 사성제이다. 이 사성제를 의사의 비유와 수행자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응해 보면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도식을 보면 명상의 틀이 무엇인지 한 눈에 들어온다.

[四諦]                 [의사의 치료]  [수행]
苦諦(괴로움)        … 병의 상태 … 출발점
集諦(괴로움 원인) … 병의 원인 … 방향
滅諦(괴로움 소멸) … 건강 회복 … 목적지
道諦(계정혜 삼학) … 치료 방법 … 방법

올바른 수행 틀-敎·理·行·果
원측 스님은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에서 수행은 경행과(境行果)가 맞아야 한다고 설했다. 경행과는 명상의 출발점-방향-목적지-방법과 그대로 일치한다.

경(境)은 관찰 대상으로 청정한 마음의 본성인 열반 즉, 원각이다. 청정심의 바탕은 허공과 같이 비어있으며[空] 작용은 거울[照]과 같다. 즉 관찰대상인 마음의 본성은 비어있기 때문에 생로병사가 없어 불변하므로 영생의 뜻이 있다. 그와 함께 마음의 본성이 거울같이 비추는 작용은 인연을 따르는 수연(隨緣)의 뜻이 있어 대상에 대하여 반연하여 희로애락이 일어나며 괴로움이 일어난다. 그러나 마음의 바탕이 본래 비어있어 결정돼 있는 것이 없으므로 희로애락도 괴로움도 실체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실체 없음을 알게 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실체 없음을 보지도 못하고 생각도 하지 못함으로써 번뇌망상에 휩쓸려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 괴로움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마음의 본성이 거울과 같아 자기가 자기를 비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음에서 괴로움이 일어나므로 이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명상의 출발이며 마음 본성에서 괴로움이 일어나므로 명상의 방향은 마음의 본성으로 향한다.

행(行)은 수행의 단계[명상의 길]와 수행의 수단[방법]을 말한다. 마음이 거울 같이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과(果)는 수행의 결과인 청정한 마음의 본성인 원각으로 생로병사가 없으므로 바로 목적지가 된다.

그래서 명상수행은 관찰 대상·수행·결과를 교(敎)·리(理)·행(行)·과(果)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관찰 대상은 마음 바탕인 공(空)이며 공에 대하여 가르침을 듣고[敎] 이치를 사유하여[理] 수행하고[行] 그 결과로[果] 깨달음을 이룬다. 고집멸도는 경행과이며 경행과는 교리행과이며 이 모든 수행의 체계는 마음의 본성인 허공같이 비어있는 공과 거울같이 비추는 작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자면서 꿈속에서 현실같이 온갖 일을 경험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니 침상에서 한 발작국도 벗어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침상이라는 마음의 본성[법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원각을 중심으로 소멸과 재생의 반복이 마치 허공에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다. 허공에 꽃이 피고 지더라도 허공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숙지할 때 수행의 길은 분명해진다. 수행의 길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지도이고 이것을 명상화하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지도(地圖) 명상’이 된다.

명상은 집중명상인 사마타와 분석명상인 위빠사나가 있다. 자비선 명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자비선 명상에는 여러 가지 명상방법들이 있는데 그 명상법들 중에는 ‘이치 사유하기’와 ‘비유’, 그리고 ‘상상의 시각화’와 ‘스토리’를 합한 명상법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지도 명상법’이다.

붓다는 비유와 스토리를 사용하여 명상의 핵심을 드러낸다. 〈육조단경〉과 〈서장〉 등의 조사어록에도 비유와 스토리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 사품(蛇品)에 농부 바아라드바아자는 “당신은 농부라고 자칭하시지만 우리는 당신이 밭을 가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당신이 밭을 간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묻는다. 스승이 대답했다. “믿음은 씨앗, 고행은 비[雨], 지혜는 멍에와 쟁기, 부끄러운 마음은 쟁깃대, 의지는 밧줄, 생각은 쟁깃날과 고무래다. 몸을 조심하고 말을 삼가며 음식을 절제하여 과식하는 일이 없다. 나는 진실을 김매듯 가꾸고, 온유함은 내 멍에를 벗어버리는 것을 뜻한다. 노력은 황소로, 편안한 곳으로 나를 인도해준다. 뒤로 물러서는 일 없이 앞으로 나아가 그곳에 이르면 근심걱정이 없다. 이 밭갈이는 이와 같이 이루어져 감로(甘露)같은 과보를 가져온다. 이 밭을 갈면 모든 고뇌로부터 해방된다.”

오늘날 ‘신과 함께’라는 영화도 불교 경전에 나오는 것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은 불교의 윤리관을 토대로 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자홍이 저승세계에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 재판을 통해 이승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 가족애, 효심, 권선이라는 보편적이고 따뜻한 메시지가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를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7개의 지옥을 통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주인공 자홍(차태현), 수홍(김동욱) 형제와 어머니를 통해 가족애, 효심 그리고 용서를 이야기한다. 그 핵심은 이승과 저승의 생사를 기반으로 환생을 보여줌으로써 인과를 다루고 있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데 그 죄를 용서해줌으로서 죄를 사하게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연민이라는 자비라는 핵심이 숨겨져 있다.

이와 같이 멋있는 비유와 스토리는 붓다의 핵심 가르침에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법화경〉의 일곱 가지 비유다. 이 비유와 스토리는 생로병사 하는 변화의 흐름과 영생이라는 상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대승기신론〉에서 설하는 어머니 본각(本覺)에서 나온 불각(不覺, 무명)을 자식인 시각(始覺)이 불각을 제거하고 어머니 본각과 만나는 구경각(究竟覺)과 같다. 이처럼 〈법화경〉 신해품의 궁자의 비유도 재구성하여 명상화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상화는 명상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여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게 해 준다. 그래서 깨달음의 길을 자비선명상법에서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지도 명상’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설명보다는 깨달음의 길을 분명한 메시지와 탄탄한 스토리로 명상화하여 명상해보면 이해가 쉽고 명상의 길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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