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Post-Healing- 4人 4色 전문가 제언

힐링 열풍은 불교계에 긍정·부정적 영향을 남겼다. 전문가들에게 현재 한국불교 힐링 문화의 진단과 무엇을 넘어서고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편집자 주>

사성제·팔정도 안에 진정한 ‘힐링’ 있다 
마가 스님/ (사)자비명상 대표

(사)자비명상 대표이자 힐링 멘토로서 대중들과 만나는 마가 스님은 “진정한 힐링은 이미 불교의 가르침 안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근본 교의로서 고통의 근원을 제거하고 바른 길을 실천하는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가 곧 ‘진정한 힐링’이라는 것이다.

힐링 열풍이 불교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의 평가를 했다. 스님은 “출판계 힐링 붐을 선도한 스님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전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포교 영역 확대에 디딤돌을 놓았음에도 이를 발전시켜 수행의 단계로 이끌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마가 스님은 불교 수행이 현대인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와 고통에 대한 구체적 해답을 줄 수 있는 합리적 방법임을 분명히 했다.

스님은 “불교의 수행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란 삼독(三毒)을 소진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불교 근본 교의인 사성제 안에 완전한 힐링이 내포돼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트-힐링’을 위한 제언으로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궁극적으로는 불교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힐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필요하고 했다. 무엇보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마가 스님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새로워지는 것”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에 각색되고 첨가된 것은 없는지, 우리 안에 비불교적인 것이 없는지, 여법한지 항상 참회하고 반성해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항상 살아갈 수 있기를 발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공생과 상생의 가르침이 실현돼야 진정한 힐링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행 쫓기보단 바른 傳法 고민을
명법 스님/  화엄탑사구미불교대학 주지

“우리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고민들은 긍정담론을 내포한 힐링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근본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것이죠.”

수행자이자 미학자로 잘 알려진 화엄탑사구미불교대학 주지 명법 스님은 한국 사회의 힐링 문화에 대해 문제가 많았음을 힘줘 말했다. 신자유주의 도래로 사람들은 자신을 조율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고, 힐링 열풍도 자기 긍정을 통해 시스템 안에서 최대 성과를 만드는 구조 안에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웰빙·힐링 등 트렌드들이 불교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쳤음에도 교단적 포교에는 그 영향이 미비한 것도 대중들이 개인적 체험으로 불교적 힐링을 받아들였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도리어 소비 문화 안에서 종교의 사사화와 탈종교화를 심화시킨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명상을 접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기적 효과와 체험에 집중합니다. 자기 체험과 힐링적인 요소만 취하는 것이죠. 불교에서는 이 같은 것을 경계했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불교가 기존의 힐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힐링과 웰빙 등에 대한 과도한 몰입을 자제하고, 수행을 통한 자기 성찰과 이타적 삶으로 나아가는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행이 아닌 진정한 시대 언어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명법 스님의 주장이다.

“일방적인 긍정성은 타자와의 차이·이해 없이 나에게만 집중된 것입니다.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실천적으로 변화하는 것인 ‘신심’입니다. 수행은 절대로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변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전법에 있어서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대에 맞는 전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힐링 넘어선 테라피로 자기 치유의 힘 전해야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일반사회와 불교계에 일어났던 힐링 열풍은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젊은이들이 정신적으로 우울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언과 위로를 받고자 한 것이 힐링 열풍의 요인이 됐습니다. 불교의 힐링도 풍경에서 사찰음식 먹고, 해보지 못한 체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힐링이 넘어서 향후 불교가 지향할 트렌드는 ‘테라피(therapy)’라고 했다. 기존의 힐링이 자기 만족과 충족에 방점을 뒀다면, 김 교수가 말한 ‘테라피’는 ‘자기 극복·치유’의 개념이다.

“문제가 생기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해답을 찾아가야 하죠. 답을 찾는 과정을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이끌어야 합니다. 제가 제안 하는 것은 ‘문화 치유 명상’입니다. 문화적인 접근 방법으로 대중들이 불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치유 상담을 통해 문제를 찾아주고, 명상을 통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문화 치유 명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과 활동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화를 향유시키고, 치유 상담을 이끌며, 명상을 지도할 전문가들 양성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활동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계속적으로 이 같은 트렌드를 확대해나갈 수 있습니다.”

깨달음의 사회화처럼 ‘힐링의 사회화’ 필요
이도흠 한양대 교수

“현재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더욱 극단화되면서 국민들의 사회적인 고통 요인이 증가됐습니다. 국가나 사회에서 그러한 고통을 줄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결국 대중들은 개인적 힐링으로 위안을 받고자 했고, 매스컴들은 이것이 치유인양 조장했습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한국사회에 불었던 힐링 열풍에 이 같이 진단하며 말머리를 풀었다. 그러면서 ‘아프니까 청춘’으로 대변되는 자기계발 담론은 힐링으로 연결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불교의 힐링이 “자본주의 시장 체제의 상품화 논리나 개인적 치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사회에서 고통의 원인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양자가 복합적입니다. 사회적인 고통의 제거가 없다면 개인적 고통은 지속됩니다. 결론적으로 깨달음의 사회화처럼 ‘힐링의 사회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불교의 힐링은 개인적 고(苦)와 사회적 고를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고득락(離苦得樂)과 발고여락(拔苦與樂)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 힐링 담론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심리·정신분석학 등 인접영역의 성과 수용과 불교 근본 핵심을 전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고통의 원인을 직시하여 그에 맞는 응병여약(應病與藥), 곧 원인에 맞게 고통을 제거하는 다양한 방편을 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수행으로 이어지려면, 삼독의 지멸로 이어져야 하고, 전법이 되려면 이고득락과 발고여락을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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