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시험서 배우는 인생 전략

얼마 전 수능시험이 있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 뿐아니라 학부모를 비롯한 전 국민이 신경을 쓰는 큰 시험이다. 시험의 결과와 관계없이 고생한 모든 수험생들과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많은 걸 느끼게 된다. 시험이 단지 시험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까. 시험장에서 우리의 삶이 겹쳐서 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도 하고 걱정도 한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인지 한 번의 시험이 우리 인생의 축소판으로 느껴 질 때가 많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힘 빼고 바라보고, 선택과 집중을
인생이란 기나긴 시험도 마찬가지
마주한 문제 피하지 말고 바라보길
그것만으로도 반 이상 해결돼 있다

첫째는 ‘힘 빼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긴장감을 풀기 위한 방법이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본래 실력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는 문제는 모두 풀 수 있어야 한다. 긴장을 하게 되면 아는 문제도 틀린다.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을 빼고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챙김(Mindfulness)이 된다. 마음챙김이란, 현대화된 불교 수행법인데,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말로 알아차림(Awareness)이라고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볼 수 있다면 평소의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때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우리의 삶에서도 시험장에서 처럼 괜히 긴장이 되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호흡으로 긴장감을 풀고 현재의 나로 돌아오면 좋겠다. 내가 가진 역량을 모두 발휘 할 수 있으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시험 중에 시간이 모자라면 참으로 난감하다. 시간이 모자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잘 모르는 어려운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시험을 볼 때에도 쉬운 문제는 그때 그때 풀어야 한다.

2점 또는 3점 문제는 비교적 쉽다. 그래서 쉬운 문제 위주로 풀어야 한다. 반드시 100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70~80점은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꼭 다 맞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4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시간이 모자라서 나머지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된다.

우리도 삶 가운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마음이 우울해 지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짜증과 화가 날 때도 있다. 내가 당처한 문제의 난이도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는 많지 않다. 대부분 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의 문제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으면 웬만해서는 해결이 된다. 많은 경우, 어렵지 않은 2~3점짜리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잠재력이며 마음챙김의 능력이다. 만일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너무 괴로워 하지 말고 다음으로 넘기길 바란다.

4점짜리 고난이도 문제에 헤매다 보면 2~3점 문제를 놓칠 수 있다. 눈 앞의 행복을 놓치고 어려운 행복에 도전하다 보면 현재의 행복을 흘려 보내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셋째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 성적이 좋으면 상관없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틀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한 번 더 도전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시험은 지금까지 나의 노력을 토대로 현재의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객관적으로 평가된 성적을 보고 스스로를 성찰해 보고 다음을 생각하면 된다. 고(Go)를 할지 스톱(Stop)을 할지는 자신의 선택의 몫이다.

부처님께서는 독화살에 맞았을 때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많은 경우, 화살을 쏜 사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독이 온몸에 퍼져서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좋든 싫든 일단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이라는 세 가지의 독을 어떻게 해독할 것인지 치료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 탐욕의 치료제는 ‘계율(戒律)을 잘 지키는 것’이고, 성냄의 치료제는 ‘선정(禪定)에 드는 것’이며, 어리석음의 치료제는 ‘지혜(智慧)를 쓰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줄여서 계정혜(戒定慧)라 하며 다른 말로는 삼학도(三學道) 또는 8정도(八正道, 해탈 열반에 이르는 8가지 바른 길) 라고 한다.

이 과정이 바로 고득점 문제를 풀기 위한 과정이다. 긴장을 풀고 매 순간 깨어서 마음을 챙기고 현재의 문제를 알아차리면 기본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삶의 어려운 문제는 깨달으신 분들의 가르침인 계율과 선정과 지혜라는 삼학도를 닦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행과 고통을 야기하는 인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주하는 문제는 어떤 문제인지 피하지 말고 바라보자. 그것 만으로 반 이상이 이미 해결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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