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겐지와 관음 마을

도록에 수록된 일본 국보 고겐지 십일면관음보살상. 전란으로 없어질 위기의 문화재였지만, 민중들의 신앙심으로 지켜졌다.

불교문화의 寶庫, 湖北
시가현 사찰 답사 마지막으로 비와호 북쪽, 호북 지역에 있는 사찰을 소개한다. 이 지역에는 규모가 큰 사찰은 없지만 관음 마을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멀리서도 일부러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주택이 비교적 많은 비와호 남쪽에 있는 지역도 오사카에서 가보면 시골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호북 지역은 그곳보다도 더 완전히 시골이다. 이런 작고 고즈넉한 마을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불상이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소장되어 있다

비와호 북쪽엔 관음 마을 있어
戰國시대, 폐사 불상 주민 지켜
국보 고겐지 관음상도 그중 하나
해당 지역 관음상만 60구 넘어


시가현에 있는 불상 가운데 에도 시대에 제작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국보나 중요문화재, 시가현이 지정한 문화재로 지정되는 조각 문화재는 헤이안 시대에 제작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불상의 종류는 호북 지역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관음상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시가현의 관음상만 모아서 열린 전시회도 있었다.

호북 지역은 옛날에 고다카미야마(己高山)를 중심으로 번영한 불교 문화권에 속했다. 영산(靈山)으로 숭배를 받는 이 지역은 산악 수행의 장소이기도 하고, 또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시가현 북동쪽에 위치하는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관음 신앙이 유입되었다. 지난 회에 소개한 천태종 사찰인 히에이잔 엔랴쿠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관음 신앙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불교문화가 구축되었다고 보여진다.

호북은 이렇게 불교문화가 꽃피는 지역이었지만 중세에 들어서는 정토종, 조동종 등 이른바 신불교 세력이 강해지고 호북에 있던 천태종 사원의 힘이 약해져서 대부분의 사원이 쇠퇴되고 스님이 없어지거나 폐사된 사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불상을 지켜온 사람들 역시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작은 암자를 짓고 옛날부터 신앙을 받았던 불상을 모셔놓았다. 불상들이 이렇게 종파를 넘어 마을을 지키는 본존이 되었다. 전국(戰國) 시대 때 전란의 무대가 되어 불타버린 사찰도 적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이 불상을 강바닥에 가라앉히거나 땅속에 묻거나 해서 지켜왔다고 한다. 지금도 호북 지역 작은 규모의 사찰에 수준이 높은 훌륭한 불상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깊은 신앙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남은 불상 가운데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고겐지(向源寺)의 국보 십일면관음입상이 그 하나이다.

고겐지와 도간지관음당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십일면관음상이 7구가 있다. 다 간사이 지방에 있는데 가장 많은 곳이 나라의 3구, 다음은 교토의 2구. 오사카에 1구가 있고, 1구는 바로 시가현 고겐지의 관음상이다. 7구 가운데 고겐지의 십일면관음상이 가장 아름답다고 칭찬을 받고 있다.

사전에 의하면 고겐지 십일면관음상의 연기는 다음과 같다. 8세기 도성에서 천연두가 유행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 천황이 재앙을 없애기 위해 스님한테 기도를 칙명(勅命)했다. 스님이 십일면관음상을 만들고 암자를 짓고 봉안했더니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오지만 이 관음상이 천태종 밀교미술의 특징을 갖고 있어서 실제로 헤이안 시대 초기인 9세기에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관음상은 일본에 있는 십일면관음상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보통은 정면 얼굴을 제외하고 11면의 작은 얼굴이 있는데, 이 관음상은 정면 얼굴을 포함해서 11면이다. 정면 얼굴에 비해 작은 얼굴의 크기가 비교적 큰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보통은 머리 위에 작은 얼굴이 있지만, 이 관음상은 정면 얼굴 좌우에 작은 얼굴이 있다. 귀에 거는 큰 귀걸이도 보통 십일면관음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단정하고 고운 얼굴, 육감적이고 허리를 좀 비트는 약동적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국적인 인상이 조금 엿보이는 이 관음상이 사찰에서도 박물관처럼 360도 돌아서 볼 수 있게 안치되어 있어서 옆과 뒤 어디에서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다.

8세기에 창건된 고겐지는 9세기에 들어 엔랴쿠지를 창건한 사이초가 칠당가람을 건립하고 많은 불상을 안치해, 그 사세(寺勢)와 아름다움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운(寺運)이 약해져 16세기에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이 지역의 다이묘(大名)인 아자이 나가마사(淺井長政)의 치열한 전투로 불타버렸다. 당시의 주지는 종파를 정토진종으로 개종해 새로운 사찰로 다시 출발했다. 정토진종 사찰에서는 아미타불 이외의 불상을 모셔놓을 수 없기 때문에 암자를 따로 짓고 불상들을 비불(秘佛)로 지켜왔다.

그런데 사찰 이름은 고겐지이지만 십일면관음상이 안치되어있는 곳은 도간지관음당(渡岸寺 觀音堂)이라고 부른다. 도간지란 사찰 이름이 아니라 이곳의 지명이다. 지명을 따서 이렇게 부른다.

16세기의 전투 때 주지와 지역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불 속에서 불상을 건져내 땅속에 묻었다고 전한다. 많은 사람이 십일면관음상을 보고 감동을 받는 것이 단순히 그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불상을 지켜온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불상을 통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풍으로 유명한 게이소쿠지

샤쿠도지와 게이소쿠지
이번에 호북 지역 관음 마을에 대해 원고를 준비하면서 고민한 것은 소개할 사찰을 고르는 것이었다. 국보 십일면관음상이 소장되어 있는 고겐지는 필수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소개하는 사찰이다. 내가 갖고 있는 호북 관음 순례 팜플렛엔 60구가 넘은 관음상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단풍 명소이고 고겐지에서 비교적으로 가까운 샤쿠도지(石道寺)와 게이소쿠지(鷄足寺)를 소개하고자 한다.

샤쿠지도지는 원래 현재 위치에서 좀 더 동쪽에 있는 산속에 있었다. 8세기 전기에 개창되고 9세기 초에는 사이초에 의해 재흥되어, 엔랴쿠지의 별원으로서 번성했다고 전한다. 16세기 오다 노부나가에 의한 병화로 소실되었지만 불상은 살려내었다. 이 절은 17세기에 중건되었다. 현재 본당이 19세기에 다시 건립된 건물인데 20세기 초에 원래 위치에 있던 본당을 마을 주민에 의해 더 편리한 현재 위치로 옮겨진 것이다.

본당에 안치되어 있는 십일면관음상이 곱고 자애로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나는 원래 자전거 타고 사찰까지 가려고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비가 많이 와서 역에서 사찰까지 한 시간에 걸쳐 걸어갔다. 비에 몸이 젖어서 힘들었지만, 관음상을 만나는 순간 고됨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게이소쿠지의 불상은 문화재 수장고인 고코카쿠(己高閣), 요시로카쿠(世代閣)에 안치되어 있다. 거기서 게이소쿠지 본존이었다고 추측되는 십일면관음상(헤이안 시대 제작), 칠불약사여래상(七佛藥師如來像, 헤이안 시대 제작), 시가현 최고(最古)의 본격적인 목조불인 약사여래상(나라 시대) 등을 배관할 수 있다(매주 월요일과 1월, 2월은 휴관이다).

조선통신사를 수행한 아메노모리 호슈
올해 10월31일, 한일 양국의 단체가 공동 신청한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의 기록’으로 등록되었다. 일본이 신청한 자료에는 에도 시대의 유학자이고 조선통신사 사절의 에도행을 두 번 수행한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1668~1755)에 관한 자료 36점도 포함되어 있다. 호슈는 호북에 있는 현재 시가현 나가하마시(長浜市) 다카쓰키정(高月町) 아메노모리에서 태어났다. 조선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조선 무역의 중개 역할을 하던 쓰시마번에서 조선 외교를 담당하는 문관으로 활약했다.

이전엔 양국 간 필담을 중심으로 교류했으나 호슈는 상대국의 언어를 알아야 선린(善隣) 외교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부산에 유학하여 조선어를 습득했다. 그는 상대국의 언어, 문화, 습관 등을 이해할 필요의 중요성과 한일 양국 간 대등한 외교 관계를 주장했다. JR다카쓰키역에서 25분 걸어가면 아메노모리호슈암(庵)이 있다. 호슈와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는 또 관련 강좌, 국제 교류를 하는 장소이기도 한다(매주 월, 화, 공휴일의 다음날, 연말연시는 휴관).

고겐지, 샤쿠도지, 게이소쿠지 답사 안내
이 지역은 JR다카쓰키(高月)역 혹은 JR기노모토(木ノ本)역을 중심으로 답사한다.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밖에 전차가 없지만 고겐지는 다카쓰키역에서 가까워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샤쿠도지, 게이소쿠지쪽으로는 한~두 시간에 한 번 정도밖에 없지만 기노모토역에서 노선 버스를 이용하고 갈 수 있다. 후루하시(古橋)라는 정류장에서 내리고 걸어가면 된다. 11월 하순엔 단풍 순환 버스라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또 다카쓰키역, 기노모토역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도간지관음당 옆에는 다카쓰키관음마을 역사민속자료관이 있다. 거기서 호북 지역의 불상을 관람할 수 있다.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특별전이 열릴 때도 있다. 도간지관음당 입장권을 제시하면 자료관 입장료가 좀 할인이 된다(매주 월, 화, 공휴일의 다음날, 연말연시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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