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通으로 장엄하는 삶

견색비간색(見色非干色)이요 문성불시성(聞聲不是聲)이라. 색성불애처(色聲不礙處)에 친도법왕성(親到法王城)이로다.

색을 보아도 색에 간섭받지 않고 소리를 들어도 그 소리가 아니로다. 색과 소리가 장애되지 않는 곳에서 친히 법왕성에 이르게 되리.

총림대중이 겨울 석 달을 안거에 들어가는 이유는 범부의 안목을 성인의 안목으로 바꾸고 반야지(般若智)를 구족하기 위함입니다. 각자가 소임을 정해서 잡다한 일을 줄이고 오직 마음과 뜻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이러한 일은 화두를 참구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복과 지혜를 논하지 말고 오직 대의심(大疑心)과 대분심(大憤心)과 대신심(大信心)으로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문득 능소(能所)가 끊어지고 단상(斷常)에 물들지 않는 경지가 드러날 것이며, 아(我)가 없고 인(人)도 없어서 시끄러운 티끌세상을 벗어나게 할 것입니다.

눈앞의 모든 일들이 거울 속에서 형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거울 속에서 형상을 보는 것은 나에 걸리지 않으니 눈썹과 눈이 분명하여 법왕성의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들음에 유혹되고 끄달리지 않아야 사방이 툭 트이게 됩니다.

무념지(無念智)가 나타나서 이쪽과 저쪽이 한 덩이가 되게 되면 속박과 해탈이 둘이 아니고 떠오름과 잠김이 하나입니다. 이러한 경계에서 한걸음 나아가면 모든 일이 보살도를 실천하는 일이 됩니다.

종일망망(終日忙忙)에 나사무방(那事無妨)이라. 불구해탈(不求解脫)하고 불악천당(不樂天堂)이로다. 단능일념귀무념(但能一念歸無念)하면 고보비로정상행(高步毘盧頂上行)하리라.

종일토록 바쁘고 바쁘나 그 어느 일도 방해되지 않네. 해탈을 구하지도 않고 천당을 즐기지도 않네. 다만 한 생각이 무념으로 돌아가면 높이 비로정상을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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