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거나 경찰 관련 교과서에 화두처럼 등장 하던 경구가 있다. ‘Community deserves police!’라는 말이다. 한 나라의 경찰 수준은 그 나라 시민과 사회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회의 수준에 맞는 수준의 경찰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시민과 사회의 수준이 높으면 그 만큼 경찰의 수준도 높은 반면, 사회와 시민의 수준이 낮으면 경찰의 수준도 그 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

경찰, 국민 안전 책임지는 국가기관

경찰 폭행부터 정당 법집행 嘲笑까지

과연 이 나라 공권력은 살아 있는가

 

공권력 붕괴가 일반화가 된 원인은

위정자 부화뇌동한 경찰 권력 때문

 

공권력 지나쳐도 붕괴돼서도 안돼

경찰권 무너진 러시아 반면교사해야

공권력 바로 세워 시민 수준 보여야

무릇 경찰은 ‘사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신체, 생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하며, 범인을 체포하는 사명’을 가진 국가권력이다. 이런 면에서 경찰은 국가와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이요 국가권력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전쟁과 굶주림이었다면, 냉전의 종식과 경제개발로 전쟁과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나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삶이 곧 가장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경찰의 공권력이 무너져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방송 등 언론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접하는 파출소에서의 취객들의 경찰관을 향한 폭력 등 경찰관서에서의 난동은 물론이고, 불법시위대들의 폭력과 기물파손 등 심각한 공권력에의 도전과 붕괴는 말할 것도 없고, 음주운전 단속이나 교통법규위반 단속 등 정당한 법집행을 비웃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이 나라의 공권력은 살아 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권력 붕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물론 공권력을 파괴하는 행위자에게 1차적 책임은 있지만 그러한 현상이 일반화 내지 빈번하게 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은 경찰권력의 정당성이나 정통성이 의심받아온 우리 경찰의 슬픈 역사에서 시작되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민주화로 정권의 정통성이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상당히 사라졌음에도 경찰권에 대한 정통성은 정치권이나 위정자, 그리고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경찰의 처신으로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세계의 역사를 통해 공권력, 즉 경찰권이 제대로 서지 않아서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경제 질서 등 사회질서가 파괴되고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경찰권이 지나쳐서 경찰국가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경찰권이 붕괴되어서는 더욱 안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현직 워싱턴 DC의 시장이 1인 시위를 하다가 현장에서 불법시위자로 경찰에 의하여 수갑이 채워지고 누구 한 사람도 폴리스 라인을 단 한 발짝도 넘지 않을 정도로 경찰권이 엄격한 반면, 경찰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경제와 사회 상당부분을 마피아가 장악한 러시아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나라, 어떤 경찰을 가져야 할 것인가 선택은 분명해졌다.

경찰의 공권력이 무너지면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통제되지 않게 되어 극단적으로는 아노미(Anomie), 즉 무규범(Normless)의 사회가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그 중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힘든 취약한 시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국가 공권력의 약화나 붕괴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국민 모두의 안녕과 안전의 문제이기에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과 파괴는 곧 국가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이는 곧 경찰은 물론이고 제복을 입은 경찰관은 곧 국가의 상징이기도 하여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기도 하다.

당연히 공정한 법집행과 인권의 존중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이고 우선되어야 하지만 정당한 법집행에 대한 도전이나 공권력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이 서지 않은 나라는 더 이상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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