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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충만을 향하여
  • 향봉 스님(익산 사자암 주지)
  • 승인 2017.10.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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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는 청빈을 기본으로 검소한 생활을 즐겨야한다. 비구(比丘)란 걸사(乞士)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우고 버리며 나눔의 생활 습관이 수행자로서 더욱 개운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모으고 쌓으며 챙기는 모습은 집착의 병을 앓는 수행자의 삶은 아닌 것이다.

출가(出家)와 수행(修行)은 결코 둘이 될 수없는 하나이다. 출가는 버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세속의 애착을 버리고 오욕락과 명예도 버리고 출발한다. 하여, 출가는 새로운 출발이자 비우고 버리는 텅 빈 충만을 향한 여행이다.

수행은 다짐과 결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추슬러 가혹할 만큼 자신을 향한 채찍질의 간절심이 이어져가야 수행인 것이다.

수행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눈물 나는 뼈를 깍는 고통을 이겨내며 참으로 비우고 버리는 간절심이 수행의 완성을 돕는 것이다. 경전을 통째로 달달 외우고 설법의 표현력이 대중을 사로잡아도 수행의 완성인 깨달음을 이룬 것은 아닌 것이다.

출가, ‘텅 빈 충만’을 향하는 여정
돈·명예 욕심 있다면 업덩이 불과


깨달음이란 집착과 의혹됨을 벗어버린 참사람을 의미한다. 꾸밈과 드러냄 없이 낮과 밤이 한결같은 걸림이 없는 자유인이 참사람인 것이다. 속이지도 않고 속지도 않으며 머묾 없는 머묾으로 진리와 한 몸을 이루어 감춤과 드러냄 없는 것이 참사람인 것이다.

하여, 참사람은 있으면 있는 대로 행복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로운 것이다. 쫀쫀하고 허잡스럽게 헐떡이거나 흔들리며 방황하지 않는다. 모으고 챙기며 쌓아두려는 속물근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명예 주변에 얼씬거리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윤회를 거듭할 리 없는 것이다. 돈 욕심과 명예 욕심에 젖어 있다면 그는 수행자는커녕 업덩이 중생일 따름이다. 출가 당시의 마음을 다지며 결의를 굳힌 처음처럼의 모습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속의 애착을 저버리며 살 일이다.

수행자의 삶은 여러가지의 의미에서 비어 있어야 행복과 자유가 충만해지는 법이다.

비우고 버리는 것을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면 수행자는 생각의 윤회를 거듭하며 뿔 달린 짐승처럼 변화해 갈 터이다.

비우고 버리면 개운하다. 편안하다.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바른길이 아니면 멈춤이 수행이다. 흔들리고 헐떡일 때 멈춤의 마음 챙김이 수행이다. 잠시의 기쁨이 오랜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려 멈춤이 있는 곳에 평화가 깃드는 법이다.

수행자는 항시 마음 챙김과 알아차림으로 멈춤을 생활화해야 한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한 것이다. 적은 것으로 만족을 삼아 가난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삶이 수행자의 생활이 되어야한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구원을 약속해주는 메시아(Messiah) 따위는 키우지 않는다. 마음 열어 진리와 한 몸을 이루면 내가 부처님이요 참사람이요 오늘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본래 동, 서, 남, 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변두리와 모서리도 생각만 바꾸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임제선사의 수처작주(隨處作主)처럼 이르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요 발길 닿는 곳이 정토(淨土)이며 누구나 아웃사이더가 아닌 ‘인사이더’의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소위, 출가 수행자인 스님들이 쫀쫀하게, 속물스럽게 해마다 신도들로부터 생일상을 받는다던지 세속인도 건너뛰는 환갑잔치에 칠순 잔치를 벌인다면 이 어찌 수행자의 모습일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승려가 죽은 후 접수대를 만들어 조의금을 받는다던지 꽃상여, 만장행렬을 준비하는 것이 이 어찌 수행자의 가는 모습이라 하겠는가.

살아서 분주한 몸짓을 털어내지 못했다면 죽어서라도 가뿐하게 개운하게 긴 그림자를 남기지 말 일이다. 승려의 49재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출가할 당시의 처음처럼 텅 빈 충만을 향하여 게으름 없이 정진하며 개운하게 살 일이다.

향봉 스님(익산 사자암 주지)  hyunbulnews@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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