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불교 중흥의 시작, 사찰경영 3.0

사찰경영! 무소유 수행처인 ‘사찰’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의 합성어로 그 의미상 조화를 이루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근래 불교계의 종단과 사찰은 경영에 무척이나 관심을 많이 갖는다. 아마도 그 이면에 종단과 사찰의 재정을 확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욕망을 여의고자 하는 승가가 왜 한국불교에서는 이윤 창출을 위한 경영에 치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부처님 법에 여법(如法)한지 그렇지 않다면 여법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불교의 사원운영과 오늘날 한국불교의 사찰경영에 대한 특징과 차이를 고찰한 후 그 미래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초기불교의 사원운영을 Version 1.0, 오늘날 한국불교의 사찰경영을 Version 2.0, 그리고 사찰경영의 미래방향을 Version 3.0으로 정의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V1.0 부처님 유훈 따른 경영

출가자 수행, 재가자 경영 전담

V2.0 승려 경영 주체로 부각

영리행위 비법 논란 초래

V3.0 사부대중 분담 참여경영

재가자 주인의식 향상이 발전 견인

‘사찰경영 1.0’은 부처님 재세 시 그리고 초기불교에서 부처님의 유훈을 따라 재가신도가 사찰경영을 전담함으로써 출가승려가 계율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올곧게 수행에만 정진하라고 가르치셨다. 출가승려의 본분사는 수행인 것이다. 그리고 사찰경영을 비롯한 이외의 세속적 행위는 재가신도의 역할이었다. 오늘날 한국불교의 승가에서는 수행승을 이판(理判)으로 경영승을 사판(事判)으로 구분하지만, 초기불교와 남방불교에서 출가승려는 오로지 수행이 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자신의 장례마저도 재가신도들이 전담하여 치르도록 하고 출가제자들은 멈추지 말고 수행하라는 유훈(遺訓)을 하신 것이다.

부처님 재세 시, 출가승려들이 세속적 일을 직접 처리함으로 인하여 계율에 저촉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재가신도가 그와 같은 일들을 대신함으로써 사회의 비난을 방지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역할을 전담하는 재가신도를 정인(淨人)이라고 지칭하며, 남방불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승가의 풍속이다. 정인은 구족계를 받지 않은 불자로 일상에서 계율에 의하여 출가승려에게 제한된 일들을 맡아서 처리하는 존재이다. 그는 출가승려를 대신하여 금전도 관리하고, 조리도 하며, 농사도 지었다. 즉 정인은 출가승려가 계율을 어기지 않도록 하면서 사찰경영을 전담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재가신도가 사찰운영을 전담하고 출가승려는 수행에만 전념하는 ‘사찰경영 1.0’은 승가의 생활지원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사찰경영 즉 ‘사찰경영 2.0’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두는 것과는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사찰경영 1.0’의 사찰경영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찰운영 혹은 사찰관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사찰경영 2.0’은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현존하고 있는 현상으로 출가승려가 사찰경영의 주체가 되어 수익을 직접 창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승가는 사찰의 경영을 위하여 영리활동을 주체적·직접적으로 수행한다. 승가에 대한 보시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은 한국의 사회 상황에서 사찰의 운영비용을 승려가 직접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사찰은 국수나 연잎밥 등을 파는 음식점과 찻집, 소금이나 된장 등 식품류, 건강보조제 성격의 약품류, 그리고 기념용품점이나 불교용품점 운영 등 수익사업을 승가가 주체가 되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출가승려의 영리 행위가 여법하지 못함은 분명하다. 부처님은 “출가자는 사고파는 행위로부터 멀리 떠난다”라고 하였다. 또한 니살기바일제(尼薩耆波逸提) 제20조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매매하는 비구는 니살기바일제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승려들에게 장사를 금하고 있는 구절들이다.

현재와 같이 영리적 경제활동에 탐착한다면, 한국불교교단에는 수행승(修行僧)이 아닌 직업승(職業僧)이 넘쳐날 수 있다.

출가승려의 사찰경영이 비록 사찰의 실존(實存)을 위한 행위일지라도 그것이 비법(非法)이라면 안주하지 말고 여법(如法)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재가신도가 사찰경영의 주체로서 출가승려를 외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승려가 수행자로서, 그리고 비구로서 본말이 전도되지 않은 사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사찰경영 3.0’은 미래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으로 출가승려과 재가신도, 즉 사부대중이 여법한 각자의 역할에 맞추어 공동으로 사찰경영을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사찰경영 1.0’이 출가승려가 제외된 재가신도의 사찰경영인 반면 ‘사찰경영 2.0’이 재가신도가 배제된 출가승려의 사찰경영이라면, ‘사찰경영 3.0’은 출가승려와 재가신도가 역할을 여법하게 분담하는 사부대중의 공동경영인 것이다.

한국불교에서 오늘날 출가승려가 사찰경영에 직접 종사하게 된 배경에는 기복불교가 자리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재가신도는 출가승려가 온전히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외호(外護), 즉 그들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불교에서는 승가에 대한 보시가 등값, 기도비, 제비(祭費) 등 기복행위에 대한 대가성 비용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승가의 외호를 위한 보시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찰의 유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법한 보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복불교의 탈피가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

불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부처님 오신 날’마저도 사찰에 참배를 하지 않는 수도 적지 않다. 대다수의 불자들에게 있어서 사찰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들르거나 자신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기도하는 장소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찰 일에 동참을 권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회피하고는 한다. 재가신도에게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재가신도 스스로 사찰을 기복을 위한 장소로 혹은 스님들만의 거주처로 여기는 생각에서 탈피하여 사부대중이 함께 가꿔가야 할 도량으로 인식을 전환하여야 한다. 이 같은 재가신도의 인식전환이 곧 그들의 주인의식의 형성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사찰이 사부대중의 공동체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출가승려가 재가신도를 불교교단 공동체의 평등한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출가승려와 재가신도의 관계는 신행적 관점에서는 출가가 재가에 대하여 지도자적 위치에 있다. 그러나 사찰경영적 관점에서 양자는 순치(脣齒)의 보완적 관계이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서 출가승려와 재가신도의 관계는 사찰경영적 관점에서 조차도 상당부분 수직적·종속적 관계이다. 신행적 위치가 경영적 위치에 그대로 고착화된 것이다. 출가승려가 자신을 성직자가 아닌 수행자로 자각할 수 있을 때 한국불교 내 출가와 재가 간 비불교적인 바라문적 신분질서가 사라지고 출가가 재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찰경영 3.0’은 재가신도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출가승려는 재가신도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면 실현가능해진다. 주인의식을 가진 재가신도가 사찰경영의 주체로서 수익 창출 업무를 담당하고, 재가신도를 사찰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한 출가승려는 사찰경영을 감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사찰경영의 일선업무는 재가신도가, 그에 대한 감사는 출가승려가 담당하는 분담방식이다. 이는 ‘사찰경영 1.0’의 정인 제도를 한국불교의 상황에 부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사찰경영 3.0’은 수익창출을 위한 사찰의 경영행위라는 점에서 ‘사찰경영 1.0’과 차이가 있으며, 사찰경영의 주체가 재가신도가 된다는 점에서는 ‘사찰경영 2.0’과 차이가 있다. 즉 ‘사찰경영 3.0’은 재가신도가 사찰경영의 전담자가 되어 수익을 창출하여 출가승려의 수행과 생활을 외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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