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SPORTS- ‘스포츠 포교’ 전문가 제언

현대불교 창간 23주년 특집 기획으로 진행된 불교와 스포츠에서 스포츠 포교 일선에서 활동 중인 스님과 재가자 그리고 전문 학자가 불교 스포츠 포교 발전을 위한 제언을 쏟아냈다. 사진 왼쪽부터 호산 스님(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지상 스님(조계종 호법부 조사국장), 하림 스님(행복공감평생교육원 원장), 이기흥(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대한체육회장), 김응철(중앙승가대 교수).

스타 스포츠 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 찾고, 체육 동호회나 체육관에 나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불교 역시 몇몇 교구본사와 일선 사찰, 스님들의 원력으로 대회 열거나 사회인 동호회가 구성·운영되고 있다. 종단 차원에서는 체육인 전법단과 체육인불자연합회가 활동 중이다.

호산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최장수’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
자연스럽게 선수배출·佛法홍포
조그만 관심, 불교 대중화 견인

지상 스님 조계종 호법부 조사국장
엘리트·생활체육 모두 아우르는
종단 ‘스포츠 전법단’ 창설해야
도심 법당서 스포츠 활용 필요

하림 스님 행복공감평생교육원 원장 
사찰서 대회 여는 게 큰 도움돼
단순 선수 지원보다 활용 창출을
선수 슬럼프 관리, 불교로 가능

하지만, 일선 스님과 전문가들은 현재 불교 스포츠 포교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스포츠 포교 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상 스님은 “선수 지원과 법당 관리는 1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스포츠 포교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스포츠 포교에 대한 인식 부족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불교계가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또한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포교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견도 존재한다. 체육인불자연합회를 창립해 회장을 역임한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現대한체육회장)은 “현재 선수촌 법당 법회 등은 일상적인 신행활동인 것을 맞지만, 이를 통해 스타 선수이 불교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런 선수들이 육성돼야 일반 대중을 불교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 스포츠 포교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종단·교구·사찰 차원의 대회 개최를 제언했다.

축구를 통해 부산 지역 생활체육 포교를 이끌고 있는 미타선원 주지 하림 스님은 “생활 체육은 포교는 사찰에서 원력을 갖고 대회를 개최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 “만나고 어울리고 같이 경기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 가지 일화도 소개했다. 스님은 “교회에서 대회를 열면 등록한 청소년이 1500명이 넘는다. 우리 사찰 신도 자녀 중 한 명이 친구가 같이 교회 대회에 나갈 것을 끈질기게 권유해 곤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대회로 아이들은 서로를 포교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 체육은 대회를 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 최장수 스노보드 대회인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호산 스님은 “달마배 대회를 개최하며 ‘불교를 믿어라’고 말한 바가 없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1~2회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불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노보드 국가대표 중 80%이상이 불자 선수다. 알파인의 경우 국가대표 6명 중 5명이 불자”라면서 “대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아이들 중 6쌍의 주례를 봐주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先엘리트 체육 포교로 인재 발굴
내년 사찰 씨름·바둑대회 계획 중
교구별 특화 종목 지정 육성하길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사찰 부지 이용해 체육시설 조성
자체 대회리그 개최·팀 구성해야
스포츠 명상법 개발해 선수 보급도

신흥사 설호 축구단을 이끌었던 지상 스님은 사찰 차원의 팀을 구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예를 들어 사찰 내 축구단 하나를 지원한다고 하면 1년에 1번 유니폼과 각종 대회비 지원, 정기 회식을 한다고 해도 약 1천만 원 예산이면 충분하다”면서 “1년에 1천만 원대 예산이면 새로운 직능·계층 포교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 10만명 정도 중소도시의 포교당이라며 1개 정도의 스포츠단을 운영할 수 있다”면서 “소위 구단주가 스님이고, 불교의 특징이 결합돼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불자가 된다. 이들은 스포츠로 맺어진 도반이기 때문에 충성도가 매우 높다”면서 “요즘에는 생활체육의 범위가 넓다. 선무도, 태극권과 같은 자기 수련 중심의 무술도 사찰에서 동호회를 운영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김응철 교수도 “생활체육을 활용한 포교는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며 “우선 종교성을 띠지 말고 순수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불교 팀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다음 단계로 생활체육활동 지원·대회 개최·우수선수 발굴 등의 일들이 이뤄지면 포교활동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기흥 회장은 교구본사별로 특정 종목을 지원하고 선수 양성, 대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입적한 조계종 前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저에게 제안한 포교 불사였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고 밝힌 이기흥 회장은 “내년부터 수덕사에서는 바둑대회를, 동화사에서는 승시와 연계한 씨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향후 사찰들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트 체육의 포교 방향으로는 불교 명상 수행과 연계해 선수들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체육학계는 마음챙김 명상, 집단 명상과 같은 불교 수행법을 기반한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스트레스 완화를 실험하는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림 스님은 “시합에 임했을 때 이뤄지는 심리전에서 선수를 돕는 것은 평소 연습된 정신력”이라며 “명상으로 스포츠 집중력 향상하는 불교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의 긴장감, 슬럼프 극복 및 관리는 불교가 정말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를 위한 인재가 배출돼야 하며, 전문 센터 건립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응철 교수는 “불교계가 전문 스포츠 영역에 대해 지원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프로그램이 불교수행을 응용한 스포츠 명상법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스포츠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단계별로 시행하여 성과를 거두면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갖게 돼 있다. 성공사례 발굴에 집중하면서 스포츠 명상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회장 역시 “조계종립 동국대에는 체육학과가 있는 만큼 불교 수행과 스포츠를 연계한 연구를 진행한다면 선수들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단과 불교학계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포교 일선 스님과 전문가들은 종단에 대해 스포츠 관련 포교 조직을 확대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주문했다. 호산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전문가와 기획해 스포츠 부서나 법인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생활체육 종목을 지원하고 대회를 열면서 대중들이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 스님은 “스포츠 포교 활성화를 위해 스포츠 전법단을 만들어 엘리트 및 생활체육 분야를 연구하고 이를 포교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유명 불자 엘리트 선수들을 참여시키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지도법사를 선발하면 자연스럽게 포교활동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응철 교수는 사찰 내 체육시설 확충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그린벨트 내에 있는 사찰 땅을 이용하여 스포츠 시설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배드민턴, 스쿼시, 농구, 게이트볼, 야구, 축구 등 가능한 분야들을 선정하고 경기장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포교가 된다. 분야별로 대회를 개최하거나 후원하면 불자들의 결속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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