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20년 성과와 과제

‘황금유대(黃金紐帶).’ 20여 년을 이어온 한중일 3국 불교 교류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1993년 10월 당시 조박초 중국불교협회장의 황금유대에 의한 3국 불교도의 정기적인 교류를 위한 상설회의 기구 구성 제안에 대해 한·중·일 불교가 합의하며 본격적인 3국 불교 교류가 시작됐다.

1995년 5월 21~24일 중국 북경 광제사 일원에서 역사적인 1회 대회가 ‘우호·협력·발전’을 주제로 열린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공식인정한 종교행사였다. 이는 혁명 원로로 중국 공산당 서열 4위까지 올랐던 실력자 조박초 회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회 대회에서는 북경선언이 채택됐다. 3국 불교계는 선언을 통해 △인재양성 △문화·학술 교류 △정보 교환 △상호 참관 방문 △세계불교도들과의 교류 등의 사업을 전개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불교도들이 도덕향상, 환경보호, 생태균형, 자선구제, 전쟁 반대 등의 활동에 관심을 돌리고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할 것을 호소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1996년 9월 서울대회, 1997년 10월 나라-교토 대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종교를 통한 3국의 우호협력 분위기도 고조됐지만, 1998·1999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조계종이 내홍을 겪게 되며 대회 개최가 어려웠다.

대신 이 기간 동안은 ‘한중일 불교교류위원회’를 열어 3국간의 교류 실무를 담당할 조직 강화에 힘을 쏟았다. 조직 정비 이후 열린 2000년 10월 서울서 열린 대회에서는 ‘신세기 세계평화기원법회’와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였다.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오랜 역사를 같이한 3국의 불교가 상호 동질감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는 1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3국 불교계의 상호 수행법 체험단 교류에서도 잘 나타난다. 3국 불교의 수행교류는 10년에 걸친 지도자급 인사들의 교류를 통해 쌓인 신뢰가 바탕이 돼 가능했다.

또 ‘3국 교류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인적 교류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나라가 자비와 평화라는 불교적 사명을 다하는데 적극 나서는 대회로 정착돼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매회 세계의 현안과 이슈를 주제로 대회를 열어 공동 합의 선언을 채택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한중일 대회 안에서는 이젠 완전히 정례화 됐다. 하지만 선언문이나 제언들이 실효성 있게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9월 7일 20차 대회 국제학술강연회에서 박영환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발표한 제안들은 귀 기울만 하다.

박 교수는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협력에 대한 제안’을 통해 3국 불교가 주도한 △동아시아 인문 포럼 개최 △청소년 불교문화 캠프 및 대학원생 불교 논단 개최 △동아시아 불교공헌상 및 동아시아 불교학술상 제정 등을 제안했다.

그는 “이 같은 활동은 한중일 불교의 학술적인 이미지 확립과 세계 속의 동아시아 불교의 확장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교 내부 개혁, 학술성과 대중성, 공공성 확보를 통해 동아시아 불교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