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마크 네포 지음|박윤정 옮김|흐름출판 펴냄|1만 5천원

뉴욕타임스가 꼽은 베스트셀러 저자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의 마크 네포가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로 돌아왔다. 전작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서 암 투병의 깨달음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듣지 못하는 고통을 견뎌내고, 더욱 깊은 들음의 경지로 이르게 된 삶의 축복과 의미들을 펼쳐 보인다.

시인의 사유와 영혼의 사유를 응집한 궁극의 명상서이자 삶의 지침서인 이 책은 우리 너머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더욱 생기 있는 영혼으로 지상에 머물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준다. 마크 네포는 “호흡이 폐에 활력을 불어넣듯 들음은 마음에 생기를 더해준다. 멈추어 듣지 않으면 중요한 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들음은 모든 것에 귀 기울이고 모든 것과 대화를 나누게 하는 삶의 동반자이다.”라고 말한다. 암 투병을 이겨낸 그는 서서히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을 견뎌내고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을 통해서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들음임을 일깨워준다.

저자 마크 네포는 뉴욕타임스가 꼽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인이며, 철학자, 영혼의 테라피스트다. 그는 인간 여정의 지속적인 탐험을 통해 ‘우리 시대에 가장 훌륭한 영혼의 인도자 가운데 한 명’ ‘최고의 스토리텔러’ ‘설득력 있는 영적 스승’으로 불린다. 그의 시적인 은유와 문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잔잔한 파도 같은 문체는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짐과 동시에 심연에서 잠자고 있던 지혜를 깨운다.

“땅속 씨앗이 난초나 히아신스로 피어난 자신을 상상하지 못하듯, 상처투성이 마음이나 절망에 휩싸여 있는 정신은 사랑받거나 평화로운 자신을 그릴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벌어지면 끝까지 자신을 열어두는 것이야말로 씨앗의 용기이다.”

마크 네포는 지상의 존재로서 영혼의 소명에 가닿을 수 있도록 우리 내면에 숨 쉬고 있는 씨앗을 끄집어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불안한 인간의 여정에서 결코 축복이 아닌 것이 없음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조차 삶의 목적임을 깨닫게 해준다. 삶의 덧없음과 변화무쌍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혜안이 그의 글 곳곳에 놓여 있다.

“우리는 매일 길모퉁이에서 온갖 모습으로 위장한 천사들을 만난다. 이 천사들은 노랫소리를 따라오라고 우리를 부른다. 옳거나 틀린 길은 없다.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슴뿐이다. 물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슴을 열고 모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면 믿을 만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데는 고요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SEVEN THOUSAND WAYS TO LISTEN〉이지만 들음에 대한 수학적 방법이나 시크릿은 없다. 그저 끝없는 들음과 종국의 고요를 가리킬 뿐이다. 그러나 들음의 의미를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확장시키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진실을 언제나 내 앞에 두는 길’ 혹은 ‘받아들임의 방법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들’ 같은 것이다. 또 이 책은 이렇게 근원에 소리에 귀 기울였던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불어넣는다. 청각 장애가 선물한 지고의 침묵의 귀 기울였던 베토벤, 상대성의 속삭임이 들릴 때까지 물체를 계속 움직여보았던 아인슈타인이 그 예다. 결코 이론으로서 존재하는 들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직접적으로 필요한 현존의 들음을 담아냈다.

“깊은 들음을 갈고닦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순간 속에 있든 그 순간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도록 자신을 내버려두는 것이다. 언제나 존재하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곳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하고 우리 존재의 토양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오랜 호우 뒤에 뿌리가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이 책은 ‘1장 존재의 작업, 2장 인간됨의 작업, 3장 사랑의 작업’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존재의 작업에서는 우리들보다 큰 존재와의 우정을 탐구한다. 한편 2장 인간됨의 작업에서는 경험과의 우정을 통해 삶에 필요한 지혜를 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그리고 3장 사랑의 작업에서는 타인들과의 우정을 통해 보살핌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 세가지 우정(존재와의 우정, 경험과의 우정, 타인들과의 우정)은 이 책이 탐구하고 있는 수많은 들음과 삶의 여정을 잡아주는 틀이 된다.

“심연의 바닥을 훑고 나가게 파도가 우리를 후려치듯 고통과 두려움이 내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러나 탁 트인 하늘 아래 한 알의 모래 알갱이처럼 서 있자 두려움은 힘을 얻을 자리를 잃었다. 태양의 달램으로 구름이 하얀 배를 드러냈다. 나는 다시 확장되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아래서 다듬어지지 않은 들판의 풀들이 이리저리 일렁였다. 태양이 작게 고동쳤다. 나도 작게 고동쳤다. 쓰러진 나무 밑에서 꺾여 있던 빛이 내가 찾던 진실처럼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영혼의 소명과 영혼의 부름에 응하는 들음의 방법들을 통해 우리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충만한 인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시인으로서의 삶, 암 투병자로서의 삶, 청력의 상실을 경험하고 인생을 오래도록 살아낸 사람으로서의 깊은 사유와 생에 대한 회고, 일상 순간에 대한 의미와 찬사까지 이 책은 어느 한 곳 눈 뗄 데 없이 넓고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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