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돈점 논쟁 연구

박건주 지음|운주사 펴냄|2만원

티베트 불교 역사상 최대의 논쟁인 ‘돈점 논쟁’에 대해 기존의 티베트 입장이 아니라, 돈황에서 새롭게 발견된 중국측 기록인 〈돈오대승정리결〉을 통해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논쟁의 실제 상황과 중국 선종 돈오법의 진면목을 명쾌하게 밝혔다. 8세기 말 티베트에서 펼쳐진 인도 전래의 점법과 중국 전래의 선종 돈법 사이에 펼쳐진 이른바 ‘돈점 논쟁’은, 종래 티베트 자료에 의해 그 내용이 전해지고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1세기 전 발굴된 돈황문헌 가운데 중국 측 기록인 〈돈오대승정리결(頓悟大乘正理決)〉이 발견되면서 돈점 논쟁의 해명과 진상을 추구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논쟁에 직접 참여했던 인도 점법 승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여러 연구 성과들도 선종의 돈법 이해에 미진하거나 잘못된 부분들이 많은 실정이다.

사실 중국측 기록에 따르면 돈점 논쟁에서 중국측 대표 선승인 마하연 화상이 승리한 셈이지만, 티베트 왕실의 불교정책에 따라 티베트의 기록들은 대론의 실제적 문답 내용을 거의 대부분 기록하지 않고, 인도승과 티베트 국왕 등이 돈법을 비난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기술하고는 마하연 화상의 답변과 해설은 거의 싣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까지 우리가 진실로 알던 티베트 쪽의 기록은 사실상 반쪽짜리 기술밖에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1세기 전 발굴된 돈황문헌 가운데 중국 측 기록인 〈돈오대승정리결〉을 토대로 돈점 논쟁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했다. 전체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서론서 티베트 돈점 논쟁 전체를 개관하고, 중국측 대론자인 마하연 선사의 생애와 그가 티베트불교에 끼친 영향을 서술한다. 이어서 마하연 선사가 지닌 선법의 핵심 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티베트 자료에 기술된 돈점 논쟁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동시에 인도측 대표인 연화계(까말라씰라)가 마하연 화상을 비판한 내용을 쟁점별로 조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이어서 〈돈오대승정리결〉 전문을 상세한 해설과 함께 번역한다. 또한 돈점 논쟁의 실상을 좀 더 명확히 밝히기 위해 돈황문서 중 마하연 선사의 다른 법문들을 모아 일일이 번역 해설했다. 아울러 마하연이 활동한 시기에 이미 상당수의 선종 법문들이 티베트에 전해지고 수습됐음을 증명하면서 돈법의 정당성을 역사적 맥락에서도 도출한다. 부록에는 중국 선종의 여러 선가(禪家)서 설하는 돈법을 회통하는 몇 소논문들을 첨부했다. 이 책을 통해 돈점 논쟁의 진정한 결과와 그 배경을 파악하는 과제도 소중하고 당연히 추구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하연 선사가 설파한 돈법을 어떻게 올바로 깊이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한국불교는 오랫동안 선종을 표방했고, 그 선종의 꽃인 행법이 바로 돈법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라 할 수 있는 돈법과 점법에 대한 인도측과 중국측 양자의 논쟁에서 두 가지 입장이 뚜렷이 대비되는 까닭에,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논쟁의 자료들은 대승불교의 수행 전체에서 선종의 돈법이 지니는 위상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된다. 따라서 이 책이 주안점으로 삼는 것은, 무엇보다도 불교수행서 돈법의 근거와 내용을 자세하고 깊이 해설함으로써 독자들이 돈법에 대해 가능한 한 온전하고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즉 저자가 보기에, 종래의 연구들에서 가장 부족하고 미진한 면이 바로 돈법을 깊이 있게 제대로 해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결과 이 논쟁의 진상과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대승불교가 서역과 동아시아에 전해져오면서 역사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가장 융성한 성과를 이룬 대표적인 나라를 꼽자면, 당연히 티베트와 중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두 나라의 불교는 불교사 전체에서도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그리고 두 나라는 8세기 말의 돈점 논쟁을 거치면서 서로 상이한 불교수행체계를 이루어왔다. 따라서 돈점 논쟁에서 나타난 점법과 돈법에 대해 그 차이점과 위상, 의의를 파악하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은 불교수행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꼭 필요한 사항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요구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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