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다리카

신이산 지음 / 얘기꾼 펴냄 / 1만 3500원

한 불화가 일생 걸작 완성과정 다뤄

“불화에 대한 통념 깨뜨린 것 흥미”

 

〈푼다리카〉는 제 1회 법계문학상 당선작이다. 법계문학상은 운문사를 한국 최고의 비구니 전문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킨 명성 스님의 원력에 의해 제정된 불교문학상이다. ‘푼다리카’는 삿다르마 푼다리카 수트라’라는 범어서 유래한 말로 ‘흰 연꽃(白蓮)’이란 뜻이다.

이번 소설 〈푼다리카〉는 허복이라는 청각 장애인이 절에서 불화를 배우다 하산한 뒤 수월관음도를 완성한 이야기가 중심 서사를 이룬다. 아마도 여주인공 지소연의 헌신적 도움과 사랑이 없었다면 불화 완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허복과 지소연이 부부이자 도반이 돼 사랑과 예술, 그리고 종교적 수행을 위해 정진하는 이야기이다.

허복은 20년간 망월암서 법현에게 불화를 배운 뒤 하산한다. 조만수의 도움으로 지리산 보광사서 머물다 지소연을 만난다. 허복은 단청불사가 끝난 뒤 친구 유종호(지홍)를 찾아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지소연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허복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고립무원인 허복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기 화실로 데려와 함께 지낸다. 지소연은 보광사로 다시 일을 떠나고, 허복은 그녀의 권유에 따라 수월관음도를 그린다. 지소연은 대해심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법현의 전화를 받고 허복과 함께 병원으로 간다. 대해심은 두 사람을 맺어준 뒤 눈을 감는다. 지소연은 대해심 사망 뒤 망월암에 머무는 허복을 찾아간다. 지소연과 허복은 탑돌이를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푼다리카불교미술원을 세운다.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 지소연은 단청불사 중 세상을 떠난다. 허복은 아내의 극락왕생을 위해 아미타내영도를 그려 아내의 영전에 올린다는게 주 내용이다.

“그때,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여보’ 약간 쉰 듯하지만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얼마나 듣고 싶던 아내의 목소리던가. 허복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 생각이 벼락처럼 머리를 쳤다. 강한 전류가 온몸을 휘젓고 지나갔다. 불화를 그리자. 아내 혼자 가야 할, 어둡고 무서운 저승길에 등불을 밝혀 주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소설 〈푼다리카〉의 저자 신이산 작가

문학평론가인 동국대 장영우 교수는 “〈푼다리카〉는 한 불화가가 일생의 걸작을 완성한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그 과정서 허복이 만난 여러 인물들, 이를테면 스승 법현과 동갑내기 친구 유종호(지홍), 그리고 아내(지소연)와의 인연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그들 서로가 인생과 예술, 그리고 구도 과정이 진실한 도반 관계라는 점을 암시한 작품”이라며 “이 소설은 우리 소설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불화를 제재로, 그 세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줌과 동시에 불화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그림 형태를 제시해 무척 흥미롭다”고 평했다.

또한 심사위원들도 심사평을 통해 “법계문학상은 운문사를 한국 최고의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며, 비구니 교육과 권익 증진에 평생을 바친 명성 스님의 서원(誓願)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여타의 불교문학상과 달리 신인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한 상”이라며 “여러 절차를 거쳐 상을 제정해 세간에 공포한 시일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장편 소설과 동화 부문 응모작이 예상보다 많았고 작품 수준도 심사위원을 대체로 만족시켰다. 소설과 동화를 나누어 예심위원의 심사를 거친 뒤 본심에 추천된 작품을 몇 차례 독회와 토론을 거쳐 본심 심사위원 의견 일치로 당선작을 뽑았다”고 밝혔다.

한편 저자는 “독자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한 폭의 변상도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기를 기도한다. 불교문학이라는 거대한 돌탑 속의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되고 싶은 것이 저의 소원”이라고 피력했다.

▲저자 신이산은?

본명은 신중철(愼重喆)이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 및 (주)두산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 〈불교문예〉 신인상을, 2016년에 제 1회 법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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