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피서에 지친 사람들
이제는 스스로를 가두고
자신 성찰하는 기회 삼아

평소 우리의 관심은 외부에
24시간 정보에 노출돼 피로
‘혼자만의 시간’ 필요성 대두

“내 목표와 삶은 무엇인가”
너무 늦지 않게 나에게 묻길


“휴가는 어디로 가요”라는 질문에 심심찮게 “집 떠나면 고생이니 조용히 쉴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특히 성수기에는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여서, 산이나 바다가 아니라 사람만 실컷 보다가 온다는 말도 있다. 그러다보니 충분히 쉬지 못해 휴가후유증까지 발생한다고 하니, 집이나 집 근처에서 휴가를 조용히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계사 앞에서 만난 한 외국 여성은 템플스테이에 가서 휴식형으로 쉬고 싶다고 한다. 벌써 여러 번 경험이 있는 그는, 웬만한 리조트보다 한국의 조용한 절에서 묵는 것이 더 힐링이 된다고 한다.

50대인 김 거사는 올해 여름 무문관 신청을 하고 싶다고 한다. 몇 년 전 체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난생 처음 혼자서만 며칠을 지냈어요.” TV도 컴퓨터도 없고, 항상 들여다보던 휴대폰도 손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 상황이 너무 낯설었지만, 절에서 배운 대로 곧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경험이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마음을 만나는 맛이 너무 새롭고 신선하고,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라고 한다. 1주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무척 아쉬웠고, 가끔 그 시간의 신선함과 텅빈 공간이 그립다고 한다.

평소 우리의 관심은 온통 외부로 쏠리고 있다. 하루 종일 인터넷과 휴대폰은 쉬지 않고 정보를 쏘아댄다. 정보에 강제로 24시간 과다 노출된 상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자기 마음이 지금 어떤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깜깜하고 불통인 경우가 많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쌓이는 분노, 우울과 무기력증, 마음에 누적된 스트레스는 몸의 질병으로까지 연결되곤 한다. 몸이 회사에 있든, 집에 있든, 유명 관광지에 있든, 자기 마음을 모르고 지낸다면 불통이긴 마찬가지다.

일부러라도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온전히 자기 혼자 지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부처님께서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하셨다. 자기야말로 일생일대의 VIP중의 VIP, 최고의 귀빈인 것이다. 직장인들은 고객의 욕구에는 민감하고 서비스하려고 하면서, 정작 자기자신의 요구나 마음상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모처럼의 소중한 휴가기간을 자기 마음과의 대화시간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고 마음에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과연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돈을 벌어야 하고 일해야 하는 것이 본인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과정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너무 늦지 않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명상을 하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경책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그 마지막 날은 예외없이 올 것이며, 그것이 내일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오늘 자신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은 급한 일이 된다.

한 젊은 아빠가 호소한다. “혼자 지내기는 어림없어요. 애가 어려서 휴가 때는 어디든지 같이 떠나야만 해요.” 이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마음만은 고요하게 정진할 수 있다.

집착을 놓고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시비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의 주장자에 중심을 의지하는 것만으로도 쉴 수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한다면 저잣거리에서도 마음을 푸욱 쉴 수 있지 않을까. 유난히 더운 여름, 행주좌와에 깊고 자비로운 불성과의 만남으로 마음만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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