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측 “사법기관 압력 넣는 억지 주장”

조계종 선암사 정상화 결집대회에 참여한 스님들이 선암사 역사와 관련된 영상자료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순천 선암사 소유권 문제로 태고종과 소송 중인 조계종이 광주서 대규모의 ‘선암사 정상화 결집대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태고종은 “사법기관에 압력을 넣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7월 6일 광주 무각사서 ‘한국불교 교단사 확립과 선암사 정상화를 위한 호남 결집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결집대회는 7월 7일 고등법원 심리에 하루 앞선 것으로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홍 스님,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 등 각 기관 대표와 호남지역 본말사 주지 등 600여 명이 운집했다.

조계종의 이 같은 대규모 결집대회는 지난해 7월 태고종이 조계종에 제기한 선암사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태고종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조계종 측은 곧바로 항소했고, 현재 5대 법무법인으로 꼽히는 태평양과 화우가 소송을 맡았다.

이날 결집대회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선암사는 조선불교조계종 31본산의 하나이며, 1962년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제20교구본사로 자리한 소중한 도량이다. 종단의 정상적인 관리에 대해 일부 세력은 법과 종무의 근거도 없이 사찰을 부당하게 점유해 대항했다”면서 “태고종 선암사는 2011년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억지스런 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선암사를 넘어 한국불교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계종 호남지역 본말사 주지 일동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선암사를 불법점유한 태고종은 한국불교 근현대사를 부정하는 역사왜곡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올바른 한국불교 교단사와 선암사 역사 홍포 △불교 자산과 선암사를 온전히 계승하기 위한 활동 등을 펼칠 것을 천명했다.

특히 선암사대책위 공동위원장 진화 스님(송광사 주지)은 “태고종 측이 대처승 청산을 위해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종단 정화를 이끄신 동산 큰스님과 청담 큰스님 호적 자료를 무단으로 입수해 법원에 제출했다”면서 “두 어른스님 또한 대처였고, 조계종도 대처가 있다고 태고종은 주장하지만 이는 역사왜곡을 넘어 종단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태고종 선암사 주지 호명 스님은 조계종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스님은 “두 큰스님 호적자료는 이미 우리 종단 내에 있는 것인데다 조계종은 ‘대처승은 중이 아니다’는 식의 자료를 법원에 수도 없이 제출했다”며 “(조계종은) 비구 250계를 받은 청정한 종단이 선암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오계도 못 지키는 사람들이 무엇이 청정하단 건지 모르겠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태고종 선암사 총무 승범 스님은 조계종 결집대회를 간접적 실력행사로 평가했다. 스님은 “소송 과정 중인 이 시기에 대규모 결집대회를 여는 것은 사법기관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을 과시한다고 해서 사법부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보기엔 억지 주장이고 타당치 않은 얘기들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결집대회서 “태고종 선암사는 2011년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억지스런 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선암사를 넘어 한국불교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진=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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