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오계 받은 식인귀의 왕 산지

사위국 광야택(曠野澤)마을 재덕(財德)장자가 슬기 있는 아기를 두었습니다. 장자는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세 살 때부터 ‘나무 삼보’를 가르쳐서 외우게 했습니다. 아기는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을 잘도 따라 외었습니다.

“부처님과 부처님 법과 스님들께 의지한다는 뜻이야. 알겠니?”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이것만 외우면 부처님이 나타나서 구해주신다고 가르쳤습니다. 아기는 밥먹을 때마다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을 외었습니다. 소꿉놀이 하면서도 외었습니다. 외울수록 힘이 나고, 몸이 튼튼해지고  슬기가 열립니다. 기쁘고 좋은 일이었습니다. 

사람을 먹이로 하는 귀신, 식인귀가 나다닌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귀신의 이름이 ‘산지(散脂)’입니다. 식인귀의 왕, 산지는 아기를 먹이로 한다고 했습니다.

산지는 참으로 무섭게 생긴 귀신의 왕입니다. 가슴에 무서운 얼굴 세 개가 있습니다. 배에 두 개, 양 쪽 무릎에 하나씩 얼굴이 있습니다. 모두 일곱 개 얼굴입니다. 얼굴마다 날카로운 어금니 두 개가 솟아 있습니다. 얼굴마다 두 개 눈이 있고, 눈에는 파란 불줄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귀신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귀신입니다. 

식인귀의 왕, 산지가 사위국 광야택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어른들이 모두 들에 나가고 으슥한 골목에서 아기 혼자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슬기의 아기로 알려진 재덕 장자네 꼬마였습니다. 산지가 와서 아기에게 덮치려했습니다.

아기가 바라보니 일곱 개 얼굴과 열네 개 눈에서 흐르는 파란 불빛이 아버지께 이야기 들은 귀신 산지였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얘기해주던 산지 귀신이네. 아무리 무서운 괴물이라도 물리칠 수 있다.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
아기가 외쳤습니다. 그러자 ‘나무 삼보’의 힘에 식인귀의 입이 닫히고 말았습니다. ‘나무 삼보’의 힘에 식인귀는 아기에게 손을 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하늘귀의 신통력으로 금방 꼬마의 외침을 들으셨습니다.

“꼬마 하나가 식인귀의 위험에 놓여 있군. 가봐야겠다!”
부처님 말씀에 부처님 곁에 있던 아난 존자가 알아차리고 부처님과 같이 일어섰습니다. 부처님 하늘 귀에는 계속 아기의 목소리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이 들리고 있었습니다. 주문의 힘 때문에 식인귀가 아기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처님은 하늘 눈으로 보고 계셨습니다.

금강신(金剛神)이 손에 금강 방망이를 들고, 칼을 휘두르며 부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부처님이 허공을 날아가셨습니다. 부처님은, 허공에서 걸음이 더딘 아난과 금강신을 도와 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부처님과 똑같은 모습을 한 수많은 화불(化佛)이 나타났습니다. 수많은 화불이 부처님 뒤를 따랐습니다.

부처님은 광명을 놓으시며, 팔 한 번 굽혔다 펴는 시간에 일행을 이끌고 광야택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아기는 그대로 식인귀와 버티고 있었습니다.

“무섭지 않았니? 놀라지 않았니? 장하구나”하고 부처님이 먼저 아기를 구해서, 아난 존자에게 맡기셨습니다. 아기는 부처님이 아버지처럼 인자하고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무삼보를 외치면 부처님이 나타나신다는 아버지 말씀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식인귀의 왕 산지는 돌아서서 열두 길이나 되는 큰 바위를 들어 부처님 일행에게 던졌습니다. 그 바위가 인자한 화불이 되어 부처님 곁에 섰습니다. 산지는, 요술로 요술비와 요술우박이 쏟아지게 했습니다. 떨어지는 우박은 낱낱이 화불이 되었습니다.

그때에 금강신이 금강방망이를 들어 치니 아득하게 높은 철산이 나타나 귀신의 왕을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말았습니다. 철산에 갇힌 귀신의 왕이 아무리 철산을 넘어서 달아나려 해도 가파르고 높은 쇳덩이 산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산지의 힘으로는 부처님과 겨룰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식인귀가 살아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자기도 ‘나무 불’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지는 부처님 쪽을 향해 합장을 하고,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하고 구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몇 겹으로 둘러쌌던 철의 산이 사라졌습니다. 부처님이 손으로 귀신의 왕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습니다.    

귀신의 왕은 오체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며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람을 먹이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기입니다.” 부처님이 타이르셨습니다. “생명을 죽이지 말라!”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면 저희들 귀신은 배가 고파서 견디지 못 하옵니다.”
“내가 제자들을 시켜서 너희들을 배부르게 해줄 것이다. 5계를 받아 지켜라!”
“예, 부처님 말씀을 지키겠습니다.”

귀신의 왕 산지는 기뻐하며, 5계를 받아 지녔습니다. 광야택 마을 재덕 장자는 큰 위험에 빠졌던 아기가 부처님의 힘으로 살아난 것을 알고, 온 가족이 고마운 부처님께 감사하면서 가르침을 지켜 가기로 했습니다.
〈관불삼매경 제7권 관사위의품(觀四威儀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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