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탄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연재-② 파드마삼바바와 탁상사원

부탄의 대표 수행처이자 관광객들이라면 꼭 방문해야하는 탁상사원. 해발 3,120m에 위치한 이곳은 부탄을 건국한 파드마삼바바가 절벽을 올라 수행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발 3000m 자리한 호랑이굴
파드마삼바바의 무문관 장소
聖人 잇달아 수행하며 사원화
“수행자 영적 몸부림 그대로”


부탄의 상징, 호랑이굴
세계인을 맞이하는 부탄의 국제공항이 위치한 파로 시내에서 10㎞ 북쪽으로 가면 호랑이가 나올법한 계곡에 닿는다. 여기에서 해발 3,120m에 위치한 탁상사원은 금강승 밀교수행자가 아니더라도 부탄을 방문한 이라면 꼭 가보고 싶은 장소이자 부탄을 상징하는 대표 명소가 됐다. 파로 탁상(Paro Taktsang), 영어로는 흔히 Tiger’s Nest(호랑이굴)라고 표현한다. 정확한 사원 이름은 탁상 팔푹 사원(Taktsang Palphug Monastery)이다.

우디야나국(Oddiyana,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 북서쪽에 위치한 다나코샤(Dhanakosha) 호수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의 가피가 연꽃 형태로 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서방정토의 아미타불 가슴에서 찬란한 금빛 금강저를 호수 위에 활짝 핀 연꽃으로 보냈는데, 그 금강저가 순간 8살 남자아이의 몸으로 화현했다고 한다. 우디야나국의 왕이었던 인드라부티는 이 아이를 양자로 삼아 나라를 잇게 했다. 파드마삼바바의 탄생이다.

파드마삼바바는 프라바바티 왕비와 결혼하고 나라를 불법(佛法)에 입각해 다스린 후 북인도로 갔다. 그가 레와사르국에서 밀교의 가르침을 펼치자 레와사르국 왕은 그를 불 태워 죽이려 했다. 하지만 연기가 걷히고 연꽃 위에 참선 자세로 앉아 있는 파드마삼바바를 본 국왕은 그의 왕국과 딸 만다라바 공주를 줬다고 한다. 그 후 네팔의 마라티카 동굴에서 무량수불 정진수행을 하던 파드마삼바바는 몸이 무지갯빛으로 화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고, 부탄왕국으로 가서 암호랑이로 변한 또 다른 반려자인 예셰초걜을 타고 깎아지른 절벽을 올라갔다고 전한다.

파드마삼바바는 바로 호랑이굴로 알려진 동굴서 수행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사원은 그가 명상에 잠겼던 히말라야 전 지역 중 13곳 동굴 중 하나다. 파드마삼바바는 켄파종(Khenpajong)이라는 곳에서 악마호랑이를 물리치고 현재의 탁상 사원에서 명상삼매에 들었다. 그 결과 파드마삼바바의 8대 변화신이 나투어 이 지역을 성지로 만들게 된다. 그는 금강승불교 닝마파의 시조가 됐다. 파드마삼바바는 부탄뿐 아니라 북인도, 티벳, 중국, 몽골, 네팔 등 히말라야 전 지역에 불교를 전파한 인도 왕자로서 금강승 불교 창시자이자 절대적 신심의 대상이다.

선조인 파드마삼바바를 따라 산 절벽 위에서 수행 중인 한 스님의 모습.

역사적 수행자들의 의지처
서기 853년 랑켄 펠키 싱계(Langchen Pelkyi Singye) 스님이 호랑이굴에서 수행한 뒤 네팔에서 입적하게 되는데, 탁상 사원을 보호하는 가람호법신 도제 렉빠(Dorje Legpa)에 의해 스님 육신이 한순간에 동굴로 돌아왔다고 전한다. 지금도 펠키 스님의 몸은 탁상 사원 계단 끝 작은 탑에 봉안돼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11세기 이후부터 △십만송으로 유명한 밀라레빠(1040~1123) △시제파 시조 파담파상게(?~1117) △쬐 수행 중흥조 마칙랍덴(1055~1145) 등 히말라야 성자들이 탁상동굴을 찾아 수행했다.

최근에는 부탄 신혼여행 등이 급증하면서, 탁상사원을 배경으로 한 웨딩촬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호랑이굴에 수행하는 성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초적인 사원 모습을 갖춘 것은 14세기. 닝마파 6대 본사 중 카똑사원 출신의 소남 걜첸 스님(Sonam Gyeltshen) 때부터다. 이 스님의 초상화가 현재 탁상사원 대웅전 지붕 위 암석에 남아있는데, 대웅전을 탁상 우겐 체모(Taktsang Ugyen Tsemo)라고 부른다. 이때부터 17세기 중반까지 탁상사원은 닝마파 카똑전승에 의해 지켜져 왔다.

17세기 들어 위대한 떼르똔(파드마삼바바가 숨겨놓은 밀교경전을 찾아낸 이들) 뻬마 링빠(Pema Lingpa)는 부탄 전역에 많은 사원을 창건하는데, 지금 부탄에 내려져 오는 대부분의 불교무용이 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부탄을 지금의 국가형태로 건립한 샵둥나왕남걜이 온 이후 매년 파로 축제에는 뻬마 링빠의 불교무용이 펼쳐진다.

샵둥은 파드마삼바바가 수행한 성스러운 수행동굴 주변으로 사원을 창건하고자 했으나 생전에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1692년 4대 둑떼씨 걀세 텐진 랍게(Tenzin Rabgye) 스님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곳은 서기 8세기 구루린포체 파드마삼바바가 3년 3개월 무문관 수행을 마친 탁상 셍게 삼둡 동굴(Taktsang Senge Samdup) 주변을 정비한 것이다.

1998년 4월 19일 탁상사원은 큰 화마를 입는다. 하지만 대웅전에 모셔놓은 파드마삼바바 불상이 화재 전날 밤 스님들의 꿈에 나타나 불상과 불화를 옮기라고 한 말에 따라 스님들이 급히 움직였고, 다행히 큰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스님들의 꿈에 나타난 파드마삼바바 불상은 탁상사원 내 8개 전각 중 중간쯤에 위치해 참배객들에게 여전히 사자후를 던지고 있다.

탁상사원은 금강승 밀교수행자뿐 아니라 기공·호흡·명상을 수행하는 분들에게는 더 없이 강력한 힘을 제공하는 근원지며, 천 년이 넘는 역사의 중심이었던 수행자들이 반드시 거쳐 간 수행처이기도 하다. 지금도 히말라야 낭떠러지 계곡의 좁은 동굴 속, 몸을 넣기도 힘든 곳에서 인욕으로 수행했을 수행자들의 영적 몸부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부탄의 전통 불교무용을 선보이는 스님들. 대부분의 불교무용은 17세기 뻬마 링빠에 의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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