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로 ‘과학기술’을 철학하다

이상헌 세종대 교수〈사진 왼쪽〉와 그의 저서 〈첨단과학과 불교〉. 기술철학을 연구하는 이 교수는 불교 철학을 통해 욕망의 얼굴을 한 기술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부터 냉동인간·생명공학까지 첨단과학을 불교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은 자칫 한쪽으로 경도되기 쉽기 마련이다. 불교를 잘 알면 과학·공학적 이해가 부족하고, 과학을 잘 아는 경우 불교적 이해가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철학을 연구해 온 이상헌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발간한 〈철학자의 눈으로 본 첨단과학과 불교〉는 주목할 만하다. 불교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균형있게 기술돼 있어서다.

AI·VR 등 첨단과학 분야
불교·철학적 관점서 고찰
“기술, 인간 얼굴 찾아줘야”

이는 저자가 기술철학을 연구하게 된 동기에서 비롯된다. 이 교수는 한 때 첨단과학기술에 매료돼 이를 알아가는 데 노력했고, 기술을 긍정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쌓이자 이내 철학 전공자로서 비판적 시각이 살아났다.

과학기술의 내용보다는 기술의 철학적 함축, 그리고 그 기술이 실현되었을 때 인간의 삶과 사회, 문명에 대한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 교수의 〈첨단과학과 불교〉는 자신이 가진 관심과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결과물이다.

이 교수는 저서에서 욕망의 얼굴을 한 현대 기술에 다시 ‘인간의 얼굴’을 찾아줄 수 있는 대안으로 불교 사상과 철학을 꼽는다.

근대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저서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통해 과학과 기술을 통한 새로운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욕망 충족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가 과학기술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욕망과 자본의 관계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역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욕망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을 찾기 위한 대안으로 불교경제학을 제시한다.
“불교경제학은 노동을 보는 관점에서 근대 자본주의 경제학과 다르다. 노동을 생산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생산과 소비활동, 기술의 활용은 타인을 해롭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불교적 관점을 택한다면 이런 행동을 통해 타인을 이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철학적 배경이 탄탄해야 하는 까닭은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그간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철학적 논의들이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 책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해와 화두들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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