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매듭장 이수자, ‘선학’ 기고 논문서

전통 매듭 중 잠자리 매듭<사진 좌> 반상문이 포함된 국화 매듭<사진 우>

매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될 정도로 중요한 전통공예이다. 이 같은 매듭의 조형원리가 불교의 중도·화엄 사상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박선희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박사 수료)는 최근 발간된 한국선학회 학술지 〈선학〉 제46호에 발표한 논문 ‘매듭 조형에 대한 불교 원리적 고찰’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전통매듭 조형원리 불교로 고찰
중심 유지 잠자리 매듭은 ‘중도’
시작·끝 없이 이어진 반장문은
화엄 연기 상징 법계도와 유사

박 이수자는 매듭 기법 중 8사짜기, 잠자리 매듭, 국화 매듭 등을 예로 들며 각각의 조형 원리가 중도와 연기, 화엄 사상과 맞닿아 있음을 분석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유지해야 하는 잠자리 매듭의 경우 박 이수자는 중도와 연기에서 조형 원리를 찾았다. 실제 잠자리 매듭의 조형과정은 좌우의 두 끈이 순서에 따라 좌우전후로 작용하다가 한 곳에서 만나 매듭이 이룬다. 어느 한 과정만 잘못돼도 제대로 된 조형은 나오지 않는다.

박 이수자는 “잠자리 매듭의 조형은 철저히 연기의 법칙이고 드러난 이치는 중도”라면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는 곧 정도다. 매듭 조형도 순서에 따라 정도를 가야 중심이 잡힌 조형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국화매듭과 반장문은 화엄 사상에서 조형 원리를 찾았다. 국화매듭을 중국과 일본에서는 반장결(盤張結)이라 부르며, 불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팔보문의 하나인 반장문은 ‘윤회하고 순환함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일체가 형통하고 분명하다’는 뜻을 가진다.

또한,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진 반장문은 화엄사상의 요체를 내포한 ‘법계도’를 연상시킨다는 게 박 이수자의 주장이다.

박 이수자는 “‘법계도’는 상징을 통해 법계의 이치를 드러낸 것이고, 반장문은 만다라처럼 본질의 경지를 그림으로 구상화한 것”이라며 “매듭 조형 중에서 반장문 형태를 갖고 있는 국화매듭 역시 단순한 장식적 문양이나 의미가 아님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화 매듭에 담긴 화엄적 원리로 인해 궁중·종교의식에서 몸에 지니는 장신구로 많이 사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매듭의 전승과 장인 정신은 사자상승과 선의 원리로 풀어냈다. 박 이수자는 “실이라는 간단한 재료로 불교적 상징을 갖는 공예품으로 개념전환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사상력의 도약이 필요하며, 공예품의 기원은 이러한 인간의 의식이 표출된 것”이라며 “매듭 장인이 실이라는 재료를 화두삼아 이뤄낸 불교 매듭은 정신 집중과 도약이 엮어낸 결정체다. 장인과 수행자가 갖는 태도와 방법은 다르지만, 장인정신과 선의 정신은 각자 화두를 통해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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