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일수록 必要 아닌 必須”
“다문화 사회일수록 必要 아닌 必須”
  • 박아름 기자
  • 승인 2017.05.0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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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대적 요청 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공론화되는 가운데 10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9대 대선후보자들에게 보낸 차별금지법 관련 질의서 답변을 공개했다.

차별금지법 국민적 관심·요청 확산
잇따른 족벌주의·혐오범죄 등 접하며
‘나도 차별받을 수 있다’는 자각 형성


외노자, 결혼이주민 등 新구성원 증가
모두 포괄할 차별금지법안 필요성 증대
불교, 신도교육 등 적극 계도 나서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론이 ‘필요(必要)에서 당위(當爲)’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동성애 논란’에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도 4월 27일 긴급 기자브리핑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할 10대 인권과제’로 발표함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이 19대 대통령과 20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번 동성애 논란 뿐 아니라 차별의 대상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지난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사건을 접하며 한국사회 내 고질적인 네포티즘(친족중용주의 혹은 족벌주의)에 환멸을 느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출신·성별·학력 등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차별금지법을 옹호하고 나섰다. 또한 여성혐오, 노인혐오, 장애인 학대 등 일련의 사건을 접하며 차별범죄에 언젠가 자신도 노출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광서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 명이 차별을 당하면 당사자와 가족, 연인, 주변인들까지 함께 고통을 받게 된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는 것”이라며 “시대가 발전할수록 차별을 차이로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한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못하면 인권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헌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차별과 관련한 법이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새로운 사회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만큼 이들을 모두 포괄해 보호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나이, 인종,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가족 형태,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UN인권이사회는 2007년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권고 및 의견 표명을 해왔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당장 차별을 근절시킬 수는 없어도 불합리한 차별은 부당한 것이며 차별할 시 처벌받을 수 있단 인식을 사회적으로 심어줄 수 있고, 점진적으로 차별금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차별에 대한 법적책임 근거를 마련하면 강제력이 커진다. 법안이 공포되면 사람들에게 법을 위반해선 안 된단 인식을 심어준다”며 “시간이 흐르면 차별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의식들이 사회에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세부적인 처벌규정도 마련된다. 이후 판례가 쌓일수록 사회적 구속력이 커질 것”이라며 “차별범죄에 대한 판례가 인권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요청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있어 왔다. 이미 국민의 59.8%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2013년 종교자유정책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바 있으며, 국회에서도 2007년 이후 수차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 집단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소수자를 차별금지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보수 개신교 집단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란 반박과 더불어, 특정 교리에 입각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높다.

박 교수는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순 있으나 그 정도가 과도해 범죄로 이어진다면 법적 제재를 가해야한다”며 “중간지대가 넓을수록 안정된 사회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생성돼야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교수는 “차별금지법은 특정대상에 대한 보호제도가 아닌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해 모두의 인권을 신장하자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상대를 인정, 배려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신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류상태 목사(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보수 개신교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2000~3000년 전 기록된 성경에 따른다. 당시엔 성소수자 뿐 아니라 여자,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차별이 정당한 것처럼 적혀있다. 당시 의식 수준이 반영된 것일 뿐 신의 말씀이 아니다”며 “하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인류애를 펼치셨다. 현재 보수 개신교 집단은 왜곡된 시각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갑시다’란 2017년 종무 기조 아래 차별금지법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천명한 조계종이 더욱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한단 요청이다.

박 교수는 “조계종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웃종교보다 포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란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요사찰 신도교육 주제로 ‘차별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필요성’ 등을 삼고 재가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종단 소임자 및 주지 스님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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