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대선후보들 대거 참석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법어를 통해 '본래 부처'임을 자각할 것을 당부했다.

전국 2만여 사찰 일제히 봉행
‘차별금지’ 표어 의미 담아
해고노동자·성소수자 등
1만 사부대중 조계사 운집
봉은사엔 후보 배우자 참석

불기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표어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을 주제로 한 봉축법요식이 전국 2만여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5월 3일 총본산 서울 조계사서 ‘불기2561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열었다. 법요식에는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한 종단 스님들과 문재인·홍준표·안철수·심상정 등 대선후보,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주호영 국회정각회장,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과 불자 등 1만여 사부대중이 운집했다. 각 후보들은 행사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강조하며 봉축사를 하는 자승 스님.

법요식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원로의장 직무대행 세민 스님의 관불로 시작됐다. 또 미국·스리랑카대사와 조계사 신도회장단의 헌촉·헌향·헌다가 이어졌다. 행사에서는 세월호 가족과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표, 장기해고노동자 콜트콜텍 대표, 이주노동조합위원장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이들이 부처님전에 헌화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허다윤 양 어머니 이금희·박은미 씨는 행사 전 자승 스님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법상에 오른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법어를 통해 무명의 집착에서 벗어나 ‘본래 부처’임을 자각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오늘은 부처님께서 강탄하신 인류정신문화의 날이다.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들을 위해 대자대비의 연민으로 참나 선원과 참된 생명본연을 만유법계에 천명하신 것”이라며 “이는 본래 생사가 없건만 몸소 생사로써 중생들의 무명의 집착에서 벗어나면 본래 부처임을 보여주시기 위해 출세한 거룩한 서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승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시비분별을 멈추면 본래부터 완전한 자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성이 청정한 줄 알게 되면 순간순간 대하는 온 중생을 부처로서 마주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본래 면목을 드러내니 누구 하나 주인공 아님이 없다.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이치를 바로 알면 지혜와 자비의 길이 열린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세상의 풍요를 위해 땀 흘린 노동자의 옷깃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기업가의 열린 미소에서, 자연과 더불어 뿌린 대로 거두는 농민의 손길에서, 상처받은 이웃을 얼싸안는 시민의 아름다운 품에서 우리는 부처의 세상을 본다”며 “가정과 일터, 거리와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부처로 대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조계사를 방문했다. 오른쪽부터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후보.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송수근 문체부 제1차관이 대독한 봉축메시지서 “2500여 년 전 부처님께서는 고통 받고 어려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몸소 사바세계에 오셨다.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높고 낮음, 많고 적음, 있고 없음의 차별 없는 고귀한 존재임을 일깨워주셨다”면서 “우리는 지난 몇 달간 극심한 분열과 갈등상황을 겪었으며, 지금도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부처님 가르침대로 화해와 상생의 길을 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법요식과 함께 진행된 2017 조계종 불자대상 시상식에서는 안동일 동산반야회 이사장, 정상석 시인, 금나나 박사, 이용대 배드민턴 선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조계사를 찾으면서 일주문 앞 우정국로는 사전투표 독려와 선거운동 열기로 가득찼다.

같은 시각 봉은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는 대선 후보 배우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불자대상에 선정된 수상자들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기념촬영 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용대, 정상석, 자승 스님, 안동일, 금나나.
조계종은 5월 3일 총본산 조계사에서 불기2561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법요식에는 1만여 사부대중이 운집해 장엄함을 연출했다.
대선후보들은 법요식에 앞서 일제히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사진제공=조계종 홍보국>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허다윤 양 어머니 이금희·박은미 씨가 자승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조계종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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