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무속신은 이젠 퇴색했는데

불교엔 아직도 삼재·사주가 남았다

 

사람은 귀신을 만든다 생각으로 만들고 행동으로 죽인다.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무수한 신(神)을 만들고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神)의 존재를 지우거나 잊으며 멀리했다.

배화교로 알려진 조로아스터교는 불(火)를 숭배하며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은 물론 유럽전역과 아시아에 까지 그 추종세력을 넓혀왔으나 이젠 역사의 유적지로만 남아 전설이 된지 오래이다.

마니교는 기원 후 3세기에서 7세기동안 그 절정기를 이루며 선(善)과 악(惡), 영성(靈性)과 물질성의 대립을 벗어나 빛의 세계를 주창해 왔으나 역사의 그림자만 남긴 채 아득히 사라졌다.

지역과 인종에 따라 문화와 풍속에 젖어 토테미즘(Totemism)과 샤머니즘(Shamanism)의 신앙이 그 무게와 색깔을 달리하며 우후죽순처럼 자라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또 다른 윤회를 거듭해왔다.

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길(路)을 만들고 신(神)을 만들며 생활문화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해 왔던 것이다.

명칭과 신분이 다를 뿐 사람이 모여 사는 세계 곳곳의 마을에는 수호신이 있고 접신의 매개체인 주술신앙의 무당이 자리해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불멸의 인간이 존재할 수 없듯 영원불멸의 신(神)도 없는 것이다. 사람의 필요에 따라 욕구에 의해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신(神)은 시대상황의 변천과 문화융성의 발달에 의해 사라지고 잊혀지고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떠한 신(神)도 신(神)의 이름도 신(神)의 모습도 사람에 의해 태어났고 사람에 의해 이름도, 모습도 지어지고 그려졌던 것이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삼신할머니 귀신이 있어 길(吉)ㆍ흉(凶)ㆍ화(禍)ㆍ복(福)과 아이의 잉태와 수명을 점지해주는 것으로 믿고 의지해왔다. 그러나 요즘엔 그런 풍습과 무속신앙은 색을 바래며 잊혀지고 있다.

예전의 화장실 문화는 수세식이 아닌 옹기항아리를 땅에 묻어 볼일을 아슬아슬하게 처리해 왔던 것이다.

전기불도 없는 측간(厠間)에서 어두운 밤의 볼일은 두려운 일 일수밖에 없을 터이다. 하여, 변소간을 지키는 귀신이 있는데 그 귀신의 이름이 측신(厠神)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이 아파트 문화로 생활의 주거 공간인 안방 한 켠에 자리 잡게 되었다. 거기다가 비데까지 설치되 화장실은 두려움의 대상에서 미니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변소를 지킨다는 측신은 비데의 물소리에 놀라 사라진지 오래이다.

예전 초가집의 부엌에서 밥 짓고 국 끓이는 땔감은 나무였다. 젖어있을 수 있고 땔감의 질량에 따라 불길의 타는 속도가 달랐다. 하여, 밥이 죽이 되거나 떡이 설익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부엌을 지켜주는 신(神)이 있다고 믿게 된다. 이 부엌신이 조왕신이다. 조왕신의 조화에 따라 밥이나 떡이 설익을 수도 익을 수도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 민속신(民俗神)인 셈이다. 그러나 이 조왕신의 믿음과 존재는 방안에 설치된 싱크대 문화에 밀려 사라진지 오래이다.

몽골이나 티베트에서 우리네 성황당 같은 돌무더기 쌓아둔 곳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가정의 평화와 가족의 건강, 자신의 미래에 밝은 빛의 충만을 발원하기 위한 장소이다. 누구나 이 돌무더기를 지나며 돌 한 개를 던져 믿음을 키우고 소망을 빌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황당의 돌무더기 쌓아올림도 민속신앙보다 재미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신할머니의 역할이었던 아기 잘 출산하는 일은 산부인과 의사 몫이고 변소 지키는 측신의 두려움은 방안 화장실의 비데문화가 두려움은커녕 편안함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조왕신의 할 일은 전기밥솥이 편리하도록 대신하며 조왕신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비롭게도 깨달음의 종교인 사찰 주변에서 아직도 머물고 자리하고 있는 신(神)의 무리가 많다는 일이다.

사찰의 종교의식에 낄 수없는 운명론 쪽으로 흐르는 삼재풀이, 전생의 빚, 관상, 사주풀이, 부적 등의 떳떳치 못한 행위 등이 더디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신본주의(神本主義)가 아닌 마음 중심의 종교이다.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 부처되는 종교이다. 더 이상 신(神) 쪽으로 기울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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