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세상과의 소통 ⑥

내면에 따라 변하는 외형은
영적 힘이 갖는 중요성 의미
“생각하는 대로 존재한다”
감정 놓을 때 문제 벗어나

영적 에너지가 삶을 바꾼다
요즈음 필자가 보는 TV의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나 조연들의 얼굴 표정을 보노라면 저절로 우울해진다. 드라마의 전 과정에서 부부간의 불만으로 인한 언쟁과 증오, 동료 간의 경쟁으로 인한 질투와 모함 등 가식적인 만남의 모습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모습들은 하나같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졸이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여 즐겁지 않는 정서를 갖게 한다. 드라마 스토리에 따라 출연자들이 그렇게 연기를 하겠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내내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보고 나면 마음이 무겁고 뭔지 모르게 에너지가 떨어진다. 이러한 드라마로 인해 불안하고 가슴 졸이는 정서를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와는 반대로 즐겁고 평화로운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떠한 정서이든 인간의 내면에서 지속적이 될 때 그 정서는 그대로 축적되어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적인 마음과 외적인 모습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면에 있는 영적 에너지는 그 사람의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바꿔준다. 내면의 변화가 외적모습을 바꾼 한 사례를 보자. 귀신과 요괴의 상을 조각하는 조각가가 있었다. 오랫동안 귀신과 요괴를 조각하다보니 그 조각가의 얼굴은 점차 요괴처럼 추악하게 변해갔다. 사람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추악해졌다고 했다. 병원을 찾아 그 원인을 물었으나 알 수 없었다. 한 대사가 확신을 갖고 말했다. “당신의 모습을 고쳐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귀신과 요괴의 조각 대신 100개의 불상을 조각하세요.” 처음에는 귀신 조각상과 비슷했던 얼굴이 차츰 불상을 비슷하게 닮아갔다. 사람들도 그의 모습을 보고 더 좋은 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조각가의 의식이 귀신이라는 사악한 마음을 가진 모습을 조각하는 동안 그의 생각은 귀신의 이미지로 가득하여 요괴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고, 자애로운 불상의 모습을 조각하는 동안은 밝고 평화로운 이미지로 가득하여 불상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 사례가 말해주듯 밝음과 어두움 어느 쪽에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우리의 의식은 달라지고 그 의식은 외형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인간의 외적인 모습은 내적 의식에 따라 달라진다. 내적 의식은 본질적인 것이며 영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영적인 힘은 그것이 가 닿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영적인 힘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다스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힘을 가질 때 그에게 힘을 주고 창의적 생각들을 의식 속에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이 허물어질 때조차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적으로 염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자란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현실에서 나타난다. 15년 전에 필자는 명상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터전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여러 곳을 살펴보았지만 어느 곳도 명상센터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터전을 찾는 일을 멈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금의 명상센터가 있는 곳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그냥 산책하듯이 농로를 따라 조그만 언덕에 올라섰다. 언덕에 올라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저절로 ‘아, 이런 곳에 명상센터를 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감탄을 했다. 전면에 보이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름과 오름의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좌우로 감싸듯 울을 이루는 숲, 그리고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평지, 말 그대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자리였다.

필자의 마음이 간절해서일까? 농로를 따라가다가 마침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느닷없이 “혹시 이곳에 나온 땅(매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수긍하면서 주변을 돌아본 뒤 나오면서 “아주머니, 수고하세요”하고 인사하는데, “아저씨, 아저씨, 며칠 전 저기 풀밭에 몇 사람이 다녀갔습니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 말에 필자는 가슴이 뛰었고 소위 필(feel)이 꽂혔다. 곧바로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으로 주인을 만나 그 땅을 매입하였다. 지금의 제주국제명상센터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내 안의 염원이 자라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몸은 마음을 표출한다
웨인다이어(Wayne Dyer)는 <마음의 습관>(2001)이라는 책을 쓰고 나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자기연민이나 상처, 슬픔, 두려움, 의심 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모든 문제에는 마음의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곳 병실에 마음의 힘을 불러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마음의 존재’라고 보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우선 두려움과 걱정대신 사랑과 존경과 경외감으로 병원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간호사들과 의사들에게 농담을 던졌고 아내의 손을 꼭 쥐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서히 두려움과 걱정, 의심 등이 사라졌다.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감사하게 여겨졌다. 그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내면의 느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데 쓰인다고 보았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면에 어떤 이미지를 품느냐가 우리가 삶에서 장차 얻게 될 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생각이 에너지를 형성하고 그것이 외부로 방사되어 우리 삶의 상황들을 창조한다고 본 것이다.

호킨스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 마음에 품은 것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몸은 마음이 간직한 신념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표출한다. 겁 많은 사람이 어떤 병에 두려움을 갖게 하기는 매우 쉽다. 몸은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이며 바이러스는 잘 옮는 것, 전염되는 것이라는 마음의 신념에 복종한다. 그 결과 몸은 마음이 간직한 신념대로 제어되어 감기를 현실로 나타낸다.

호킨스는 유행병은 사실상 대중매체가 창조한다고 보았다. 건강의 위험에 대해 ‘경고’할 때 공포에 기초해서 하게 되면 실제로는 공포의 대상인 그 일이 일어나게끔 정신적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 여성들에게 월경기간을 2주 앞당기는 호르몬 주사를 놓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식염수로 된 위약을 주사했다. 그런데도 70% 이상의 여성들이 육체적 심리적 증상을 모두 포함하는 월경 전 긴장 증상을 일찍 보였다. 생각을 품으면 생각이 자란다. 어떤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그 생각이 만들어낸 모습이 탄생한다.

오늘날 사회는 지나친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으로 인간의 영적성장을 가로막고 있어서 우리의 삶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욕망이 목적이 되는 자기중심주의나 성취에 대한 자만심, 그리고 감정적 집착이나 무관심은 모두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로써 진정한 삶의 길을 가로 막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의 작용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을 낭비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단지 더 나은 생각을 하지 못했거나, 더 잘 할 수 없었거나, 자신의 습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혼란된 생각과 감정의 변화는 우리의 영혼의식을 왜곡시키고 제한시켜 지성을 흐리게 한다. 영혼의 본성인 순수의식은 변함없는 상태로 남아있지만 생각의 작용이나 감정적인 상태에 깊이 빠짐으로 인해 그 본성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깨어있는 마음을 자기치유로
서두에서 제시했던 드라마의 부정적 감성의 훈습은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즐겁지 않은 삶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그러나 명상센터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필자의 간절한 소망이 무의식으로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웨인다이어의 깨어있는 마음으로 인한 행동이 자기치유로 이어지는 것은 삶을 보다 의욕적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생각은 정서에 영향을 미쳐 불안하고 우울하며 긴장상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며, 슬픔에 빠지거나 죄책감 등의 부정적 감정상태가 된다. 이를 뇌의 부정적 편향성(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이러한 편향성은 우리의 뇌가 쾌감을 주는 자극보다 고통을 주는 자극을 훨씬 빨리 받아들이고, 공포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표정은 행복이나 만족감 같은 긍정적 표정보다 재빨리 인지한다. 그리고 불쾌한 경험은 유쾌한 경험에 비해 쉽게 기억되고 오래 저장되며 한번 상처받은 마음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몇 배의 긍정적 경험을 되풀이해야 한다. 따라서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방황하는 마음을 어느 한 곳에 멈추게 하거나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이러한 괴로움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명상수행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호킨스에 따르면 삶의 과정에서 일어난 오래된 문제는 해결을 위한 답을 찾기보다 문제 이면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즉 문제 밑에 깔린 감정이 어떤 것인지 면밀히 관찰하고 그 감정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내려놓게 되면 감정에 관련된 생각을 내려놓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생각이 만들어낸 잘못된 삶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의 마음이 창조한다. 내가 진심으로 약속을 하면 그것은 반드시 실질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나의 의지가 확실할 때는 의식의 에너지가 집중되고, 그 의식은 내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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