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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양성평등사회와 그 적들
  • 신성민 취재부 기자
  • 승인 2017.03.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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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국이나 끊이지 대학을 오네”, “○양은 줘도 안 먹는 듯”, “○○여고 김○○ 성인식 시켜줘야지.”
입에 담기도 어려운 내용들이다. 말 그대로 ‘여성혐오’로 점철돼 있다. 이 같은 대화는 누가 나눈 것일까. 부끄럽게도 조계종립 동국대의 한 학과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뤄진 남학생들의 대화다.

동국대 ‘A과 단톡방 사건 임시대책위원회’는 3월 21일 페이스북 ‘동국대 대나무숲’을 통해 이 학과 남학생 11명이 2014년 1~4월 여성 20여 명에 대해 상습적인 성희롱을 했다고 고발했다.

대책위원회는 “더 이상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가해자들의 처벌을 학교 측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교내 외의 모든 학우들도, 사건이 정당하게 처리돼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의 처리상황과 처벌, 대책마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현재 동국대는 해당 문제를 학내 인권센터에 접수해 사건을 조사 중에 있으며, 이릍 통해 엄중한 처벌을 한다는 방침이다.

기실 남학생들의 단톡방에서 이뤄지는 폐쇄적 성희롱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동국대 뿐만아니라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관동대, 홍익대 세종캠퍼스 등에서도 단톡방 성희롱으로 사회 문제가 됐다.

친한 친구들만을 초대해 구성하는 단톡방은 폐쇄성이 큰 장점이고, 이 안에서 이뤄진 대화들은 외부 유출이 어려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게 된다. ‘항심(恒心)’이 무심코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더 많은 단톡방에서 은밀하게 여성을 품평하고 혐오하는 행위들이 노소(老小)를 불문하고 이뤄질 것은 자명하다.

이 같은 인식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에 기인한다. “나는 여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가 말했듯이 ‘여성혐오’는 가부장제와 같은 성별이원제(性別二元制) 젠더 질서의 핵이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해보자. 최근 한영외고 보건소식지가 문제가 됐다. 소식지에는 남자나 여자로 태어난 것이 ‘좋을 때’와 ‘싫을 때’를 나열했는데, 성차별적 요소가 다분했다. 남자가 태어난 것이 좋은 이유로는 “여자가 강간당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가 있었고,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것은 “힘든 군대 생활 안 해도 될 때”, “데이트 비용 남자가 부담할 때”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성혐오는 남녀 사이에서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여성의 강간 뉴스에 안도를 보이는 것은 남성보다 여성이 성적 지위가 낮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부담하는 것이 좋다고 인식하는 여성상도 가부장 젠더 질서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이 비대칭적 질서 속에서 여성은 ‘김치녀’와 ‘된장녀’가 된다.

남성들의 폐쇄적 단톡방에서 성희롱은 여성혐오이자 멸시이다. “남성 집단의 연대를 위한 의식은 여성을 ‘공통의 희생자’화 함으로써 이뤄진다”는 우에노의 비판은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들에 그대로 부합된다.

양성평등은 이 같은 가부장적 여성혐오 문화가 없어져야 가능하다. 혹여 남성들이 역차별받고 있다고 말하지 말길. 여전히 한국사회는 진급과 임금에서 남성이 더 유리함을 인식하길 바란다. 비대칭적이고 불합리한 젠더 질서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평등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신성민 취재부 기자  motp79@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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