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소속 이찬열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명절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현황’에 따르면 명절을 전후한 시기에 일어나는 가족 간 폭행 실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 7,737건이던 신고건수가 2015년 8,491건, 2016년에는 무려 1만622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폭행의 유형도 부부폭력, 노부모대상 폭력, 형제자매 및 기타 친인척 대상 폭력, 자녀 대상 화풀이 폭력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최근 3년간 명절 가정폭력 증가세
노부모·부부·형제자매 등 대상 다양
‘시월드·처월드’ 명절 스트레스 많아

부모대로 자식대로 소통 없이 口業
명절이 갈등 유발… 원인 찾아봐야

50~60대 ‘낀 세대’ 작은 용기 필요
내 믿음 강요보다는 서로간 이해를

이쯤 되면 명절은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을 다지는 아름다운 풍속이기는커녕 오히려 가정불화와 더 나아가 가족파괴의 원인을 제공하는 갈등유발자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설과 추석으로 대변되는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이 갖는 각별한 의미를 애써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이제는 명절나기의 현대적 함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되돌아 볼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이야기되던 명절증후군은 며느리가 명절 때 시댁에 가는 것과 관련된 일련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총칭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월드’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처월드’로 힘들어하는 사위들의 명절증후군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

삶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의 출발점이자 디딤돌이 되어야 할 가족관계가 ‘시월드’와 ‘처월드’로 인해 흔들린다면 그 집안의 평온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먼저 무엇보다도 가족 구성원 간 배려하고 위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명절에는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누구나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자식은 자식대로 또 부모는 부모대로 상대방에 대해 할 말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말을 섞다보면 또 다른 갈등만 낳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한번쯤 같이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예컨대, 명절연휴 때 몇 시간씩 힘들게 고향 가는 길을 선택하는 대신 미리 성묘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망설여지던 일이 요즘은 오히려 익숙한 명절 풍경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명절나기가 오히려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면 이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생활환경은 더 이상 대가족제도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삼는 농경사회가 아니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와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드는 21세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개인’이 삶의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당연한 도리로 여겼던 것이 지금은 반드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명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 사이의 갈등들은 곧 사회적 비용의 지불을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낀 세대’의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의 5~60대는 베이비붐 세대로서 명절과 제사로 상징되는 전통을 지켜왔지만 앞으로 자식들로부터는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없는 ‘낀 세대’로 불린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하는 것을 옳은 일로 알았지만 우리들의 믿음을 자식들에게 그대로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지금 바로 여기서 서로 다독거리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명절나기와 부모사랑의 참뜻이 아니겠는가. 이제 더 이상 가자니 ‘골치’, 안 가자니 ‘눈치’가 되는 명절은 만들지 말자. 그래야 가족의 의미도 더욱 소중하게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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