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어린이영문자타카 암송대회’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 매년 정초면 서울 조계사 인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는 아이들의 영문 낭독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바로 국제포교사회가 주관하는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어느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실력을 뽐낸다.

초기대화부터 참여열기 높아
6회대회 기점, 참가자 급감
학력활용, 참가유인 부족 지적
“참여만으로도 성취 느끼게 해야”

그동안 어린이들의 가슴에 부처님의 자비심을 심어 준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가 첫 대회를 연지 10년을 맞았다. 조계종 포교원과 국제포교사회는 1월 7일 제10회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 예선을 연데 이어 14일 본선대회를 개최했다.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는 부처님 전생담인 <본생경>, 즉 ‘자타카’를 영어로 외워 발표하는 대회다. 영어 발음과 발표 능력뿐만 아니라 자타카의 핵심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다. 이번 대회에는 32명의 아이들이 참가를 신청해 16명이 본선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은 정성껏 준비한 부처님 가면, 인형, 동물 분장 등과 함께 살아있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한 어린이는 직접 만든 LED연등 속에 들어가 발표하기도 하고, 몇몇 팀은 상황극으로 자타카를 재연하기도 했다.

영어교육 바람 타고 열린 1회 대회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가 시작된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교육열 때문이다. 2000년대 영어 조기교육 붐이 일었고, 때마침 불교계에는 세계화 바람이 불었다. 이에 국제포교사회는 불교계 내에서도 영어교육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어린이포교에도 도움을 주고자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를 기획했다.

어린이 불교 영어 암송대회로 열린 1회 대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가한 사찰이 41곳에 6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신청이 많아 이 대회는 중학생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 불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명의 학생이 본선에 올랐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유치원 원생이 입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는 계속 이어졌다. 2회 대회에는 47명이 예선에 참여해 25명이 본선에 올랐으며, 3회 대회 58명 참여, 4회 대회 42명 참여, 5회 대회 78명 참여, 6회 대회 90명 참여라는 증가로 이어졌다.

그동안 영어명칭도 수차례 변경됐으나 예선은 국제포교사회 사무실에서 본선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실시하는 전통도 생겼다.

국제포교사회 측은 ‘어린이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 고찰’ 자료를 통해 “이 기간 동안 총 참가신청인원 중 34%인 129명이 본선에 진출했고 참가자 수도 지속 늘었다”며 “해마다 영문 자타카 암송대회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험ㆍ자신감 주는 대회로 발전 시켜야
하지만 최다 참여인원을 찍은 2013년 제6회 대회에서부터 본격적인 문제점이 발견됐다. 총 참가 사찰 41곳 중 6회 대회에 참가한 사찰은 53.7%인 22곳에 불과했다. 한 번 참가한 사찰이 반복적으로 참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2013년 청소년 학력에 외부대회 수상 이력 기입이 금지되며 참가자가 줄기 시작했다. 7회 대회 76명, 8회 대회 58명, 9회 대회 27명에 이어 올해 열린 10회 대회에는 32명이 예선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색 예선 심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9회 대회에서는 부산지역에서 단 1명만이 대회 예선에 참여해, 지역예선이 진행되지 않아 동영상 촬영을 통해 심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대회에서는 광주지역에서 1명이 참여해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예선이 진행됐다.

국제포교사회 권서영 간사는 “학업 성취와 관련해 참가하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포교사회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선 현장에서는 경쟁구도에서 탈피하고, 참가자들이 참가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대회 성격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 실력이 다소 부족한 아이들이 예선에서 상심, 차기대회 불참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제기와 대회 본취지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자는 것이란 지적이다.

매년 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비로자나국제선원의 자우 스님은 “지난해에도 영어를 정말 못하는 아이 3명을 데리고 참여했다.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으니 실력이 일취월장, 본선에 진출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하여 탈락시키거나 좌절감을 줘서는 안 된다”며 “본선은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연극에서 역할 분담을 하여 참여의지를 북돋는 등 새로운 방법을 도입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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