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호 시각장애 육상선수·박광택 가이드

[현대불교=이승희 기자] “육상대회 금메달은 함께 해준 도반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저를 위해 모든 걸 맞춰준 고마운 분들을 만나 행복합니다.”(임승호)

임승호 선수 일정에 맞춰 연습하기 때문에 개인 훈련시간은 적지만 그의 열정과 재능을 위한 일이기에 기꺼이 함께 합니다.”(박광택)

2014년 만나 메달만 11
함께 불교 공부로 佛心 다져
시각장애인 체육 활성화 서원

지난달 21일부터 5일간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서 열린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서 육상부문 2관왕(800m·5000m)과 단축마라톤 은메달을 차지한 시각장애 육상선수 임승호(55·사진 오른쪽) 씨와 가이드 박광택(51·사진 왼쪽) . 대한불자마라톤 동호회(회장 혜문, 이하 동호회)2014년 처음 만나 짝을 이룬 이들은 지금까지 총 11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승호 씨는 “2012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이전 가이드는 생업이 바빠 연습에 한계가 있었지만 박광택 도반은 개인 연습시간을 희생해가며 도와줬다.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가이드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8년차 마라토너인 박광택 가이드는 임승호 선수와의 첫 대면 당시 발전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가이드를 자처했다. 동호회서 함께 불교를 공부하며 불심과 우정도 쌓았다. 박 씨는 임 씨에게 일반인과 같은 강도의 프로그램을 적용해 훈련시키며 역량을 끌어올렸다힘든 과정이었지만 볼멘소리 없이 묵묵히 따라 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임 씨는 성적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육상을 처음 제안했던 공병길 체육교사와 오랜 기간 도움을 준 이순신 코치, 동호회를 이끌며 부처님 자비를 몸소 실천한 동화사 혜문 스님에 대해 늘 곁에서 지지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그러면서도 도와주는 이가 없어 체육활동을 꿈꾸지 못하는 다른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 체육활동을 접어둔 채 살아간다. 비록 앞은 볼 수 없지만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응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임 씨의 마음을 헤아린 혜문 스님과 박광택 가이드는 최근 대구지역 시각장애인협회 가이드 모임을 결성, 매주 5~6명의 시각장애인들의 운동을 돕고 있다.

박 씨는 시각장애인분들에게 가이드를 제안했을 때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활기차게 연습한다몸은 고되지만 그들의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져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함께 달리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희망에 불씨를 퍼뜨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임 씨는 절망적이었던 삶이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며 새롭게 바뀌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반들과 인연을 맺었듯이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밝은 곳으로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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