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53선지식 천일화엄대법회 입재’

▲ 금정총림 범어사가 '53선지식 천일화엄대법회' 입재 법회를 11월 1일 보제루에서 개최했다. 천일화엄대법회 특강의 첫 시작을 연 덕민 스님은 범어사의 창건 이념 화엄 사상을 동산 스님의 선시에 담아 조화롭게 풀어냈다.

덕민 스님 화엄경 강의로 문 열어
동산 스님의 선시로 <화엄경> 내용 풀어 환호
1000일 동안 매달 초하루 선지식 초청
의상대사 화엄십찰로 창건 의미 새길 것

[현대불교=하성미 기자] ‘대방광불화엄경’을 외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로자나 대광명의 법신을 만난 듯 범어사를 찾은 불자들은 연꽃 모양으로 손을 모아 합장했다. 불자 한명 한명이 깨달음의 꽃이 되어 부처님을 장엄하는 세상, <화엄경>을 만나는 시간이 범어사에서 개최됐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가 개산조 의상대사 창건의 뜻을 이어 ‘화엄 도량’임을 천명했다.

범어사는 11월 1일 경내 보제루에서 ‘53선지식 천일화엄대법회’를 개최하고 500여명의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입재법회로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의 특강을 진행했다.

법회에서 덕민 스님은 먼저 은사인 동산 스님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화엄경의 진수를 선시에 담아 풀어냈다. 화엄 도량이자 선찰대본산인 범어사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준 법석으로 ‘화엄의 세계와 동산 스님의 선풍’을 조화롭게 풀어내 큰 박수를 받았다.

스님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화엄도량이다. 화엄경의 진수를 동산 스님께서 선시로 그 가르침을 담아 대웅전 주련에 ‘마하대법왕(摩訶大法王) 수처현청왕(隨處現靑黃)’을 적어두셨다. 동산 스님의 선풍은 지금도 그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며 참여한 불자들에게 동산 스님이 설한 그 내용을 잊지 않고 항상 기억 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스님은 “동산 스님은 금정산의 청풍명월이다. 청풍명월은 주인이 없다. 그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바랑에 지고 다니면 내가 곧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되는 것이다”고 가르침을 전했다.

스님은 이어 ‘대방광불화엄경’ 제목을 설명하고 독경하는 법을 상세히 일렀으며 마지막으로 신라 신문왕 당시 <삼국사기> 내용 중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에 나오는 ‘피리’와 <화엄경>의 관계를 설명했다. 신문왕이 국난을 접할 때 마다 불어 문제를 해결한 피리는 곧 화엄경을 근본으로 삼고 나라를 다스린 신문왕의 지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화엄경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기고 항상 몸에 지니듯 기억하고 실천할 때 가정에선 부모 노릇, 나라의 왕은 왕 노릇, 대통령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고 현재 최순실에 관련한 정치와 현실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 '53지식 천일화엄대법회'에 부산 외 타 지역에서도 불자들이 찾아와 보제루를 가득 채웠다.

‘53선지식 천일화엄대법회’에는 부산 외 경남 일대 타지역에서도 불자들이 찾아와 법석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싶다는 기대감도 표했다.

정소연(44·마산 내서읍) 불자는 “불교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하고자 멀리서 찾아 왔다”며 “화엄법석이라 조금은 어렵게 생각되지만 큰 스님들께 이렇게 직접 법문을 듣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정혜영(39·마산 내서읍) 불자는 “아침에 일찍 서둘러서 왔는데 앞으로도 법석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귀한 법석을 열어 주셔서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정의자(76·부산 구서동) 불자는 “나이가 많아 이 생에 마지막 화엄법회 자리라 생각된다. 더 열심히 다녀보고 싶다. 마음자리를 찾아 평생을 범어사를 다녔는데 이 법석을 통해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화엄의 도리를 알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음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53선지식 천일화엄대법회’는 범어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화엄경 특별법석이다. 11월 1일~3일 동안 덕민 스님, 무비 스님, 지안 스님 등 대강백 스님들의 법석으로 시작해 화엄경 전체 개요를 살펴보는 시간으로 열린다. 3인의 대강백 특강 후 범어사는 매월 초하루 마다 선지식을 초청해 화엄법석을 마련한다. 다가오는 화엄 법석은 11월 29일(음력 11월 1일)에 무비 스님의 법문으로 이어지며 회향일에 앞서 13일 동안 연이어 법석이 마련 될 예정이다. 회향 법문은 방장 지유 스님이 맡는다.

▲ 주지 경선 스님의 화엄도량인 범어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법석을 통해 불자들이 화엄경을 깊이 아는 계기가 되길 발원했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은 “범어사의 화엄대법회는 늦은 감이 있다. 의상대사가 화엄십찰로 범어사 창건 후 1000일의 기간을 정해 화엄법석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화엄도량으로 그 역할을 다 할 이번 법석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며 “주지 취임 후 항상 생각해 왔던 법석을 기획하면서 일반 불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화엄신중기도도 준비했다. 매일 법성게를 독송하고 화엄경을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화엄대법회 입재식은 10월 31일 초하루 법회에 맞추어 범어사 보제루에서 화엄신중천일기도 입재식과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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