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새국에 도달한 현장법사 일행

물과 불의 기운 조화를 이루게 하고 잘못된 공에 대한 이해도 바로잡으니 이제 큰 고비는 넘긴 셈이로구나. 그 앞길에 작은 장애는 있을지언정 참으로 넘기 힘든 고개는 없을 것이로다.
지금까지 왔던 길이 오르막길이라면 이제 슬슬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내리막길에 사고 없다는 보장없다. 오르막길은 참으로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는 깔딱 고개가 많아 힘들지만 그래도 큰 사고는 없는 법이지.

오히려 하산 길에 방심하다 큰 사고 치르는 일도 많아!
이제 천축국도 웬만큼 가까워져 조금 편하게 되는 여정이지만 그 편함이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는 법이거든.

자, 그럼 그 조금 편해진 여정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주욱 한번 살펴보도록 하지.
우마왕 물리치고 도착한 나라는 제새국(祭賽國). 스님들이 노예 상태로 학대를 당하고 있네. 신앙심 깊은 현장법사, 그냥 지나갈 수 있나?

사정을 알아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제새국이 이웃 나라들의 존중을 받게 하던 보배. 금광사라는 절의 보배가 도난당한 책임을 스님들이 뒤집어쓰고 이리 학대를 당한다네.

원인 조사에 나선 손오공 일행, 만성용왕이라는 용왕 패거리와 그의 사위 머리 아홉 달린 요괴, 구두귀(九頭鬼) 물리치고 스님들의 고난 해결하고 국가의 위상도 회복시키니, 현장법사 일행의 초상까지 그려서 그들을 기렸다네.

큰 덕을 쌓고 찬양을 받으며 나아가는 길 앞에 뇌음사(雷音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현장법사 부처님 계신 영취산 대뇌음사로 알고 환희작약 기뻐하는데, 자세히 보니 작을 소(小)자 한자가 더 붙어 있어 소뇌음사(小雷音寺)라네.

이름 비슷하여 사람을 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 황미대왕이란 아주 고약한 요괴 있어 손오공 죽을 고생을 한다.

신묘한 법기, 금으로 만든 바라가 있어, 그 속에 모든 존재를 가두는데, 손오공도 한번 갇히면 빠져 나오기 힘들고.

그것만 있나? 이상한 주머니도 있어 휙하고 하늘에 던지면 모두를 그 속에 삼켜버린다. 도와주러 왔던 천신들도 감당을 못하는데 결국 미륵부처님이 오셔서 잡아주신다.

알고 보니 미륵부처님 곁에서 종치던 시종! 이상한 바라나 주머니, 모두 미륵부처님의 보배들! 왜 불보살님들은 집안 단속을 잘 못하여 매번 이렇게 일행을 고생시키시나!

다 전생의 업연이거나 현장 일행을 올바르게 단련시키기 위한 시련이란다!

애고고! 불보살님이 갑(甲)이니 을(乙)의 비애를 어디 하소연할까나.

겨우 잡아놓은 요괴 다시 풀어주기 몇 번이런가! 그래도 이런 공덕이 쌓이고 쌓여야 불경을 가져올 자격이 생긴다니 그 때에서야 을의 비애를 벗어날까?

장탄식하는 것과 갈 길 가는 것은 별개의 일? 주자국(朱紫國)이라는 나라에 도착했구나. 통행증에 도장 받으려 간 현장법사, 불법을 숭상하는 왕이 융숭히 대접하는데 그 왕의 신색이 매우 좋지 않다.

병색이 완연하여 며칠 못 살 사람 같고 국왕의 병을 고칠 명의를 구한다는 방이 내걸려 있어 손오공이 의원으로 나선다. 알고 보니 국왕의 병은 상사병이라….

요괴에게 사랑하던 왕비를 빼앗겨 얻은 상사병! 병의 원인을 밝혔으니 치료까지 해줘야지.

손오공이 요괴 잡이에 나서는데 이 요괴도 비보통 요괴. 기린산(麒麟山) 해시동(?豕洞) 새태세(賽太歲)라는 요괴란다. 이 요괴, 신기한 금방울 세 개가 있어 불과 연기와 모래바람을 일으켜 손오공을 고생시키지만 잡혀가 있던 왕비와 내통하여 방울을 훔쳐 요괴를 물리치고, 여의봉 한방으로 보내버리려는 참!

역시나…이번엔 관세음보살 등장
손오공! 잠깐 참아라!

그 녀석 내가 타던 금모후(金毛?)니라!

국왕이 공작대명왕보살(孔雀大明王菩薩)의 새끼 한 마리를 해쳐 보살 마음을 아프게 한 업보로 왕비를 잃어 3년간 상사병을 앓게 된 것이니라!

“애고고! 업보를 받은 것이라니 어쩌겠소!”

“너무 탄식하지 말아라. 그 업보를 풀어준 것은 다 공덕이 되어 생활기록부, 아니 수행기록부에 등재 되느니라!”

이런 이야기가 보살님과 손오공 사이에 오갔다는 것이 삼쾌선생이 쓴 <서유기 뒷이야기>에 있다 하지? 어엇? 아직 출간이 안되었네.

아무튼 공덕 쌓는 일을 계속하며 나가는 길!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장애가 또 나타난다. 일곱 거미요괴, 그것도 암놈 거미요괴! 숫거미 잡아먹는 암커미 요괴!

예쁜 여자로 분장하고 나타나 삼장법사 홀려 불노장생 만고의 영약 성승(聖僧)의 고기 맛보려 하네. 손오공의 활약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저팔계가 맹활약!

여섯 미녀 목욕하는 온천에 난입하여 메기로 변신! 물속에서 미녀들 다리 사이로! (어헛! 검열 삭제됨)

거미요괴들 동문사형인 지네요괴에게 구원요청. 저팔계의 음행 고발! 지네요괴 등장!

지네 독에 모두들 죽을 지경에 처했는데 비람파보살님이 도와주시네.

알고 보니 수탉의 현신인 묘일성관의 어머니, 아들이 준 보배로운 침으로 지네를 제압하시네. 역시 벌레의 천적은 닭이려니! 어둠을 깨뜨리는 “꼬끼요!” 소리로 미망(迷妄)을 깨뜨리고 진리의 길로 힘차게 나가누나!

소뇌음사를 뇌음사로 착각
보배 도난으로 승려 학대
깨달음의 방종에 대한 경계

앞의 요약 글에서 말씀 드렸듯이 화염산에서 우마왕 물리치는 대목은 서유기에서도 가장 험난한 장애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도가의 수행에서는 물 기운과 불기운의 조화가 깨져서 나타나는 난관을 극복하는 것에 해당할 텐데, 아마도 그 장애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장애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금단(金丹)의 술에 있어서도 감(坎)과 리(離)의 조화가 핵심이 되는 것이지요. 감이란 주역 팔괘 가운데 감괘를 말합니다. 두 음 사이에 양이 있는 괘지요. 리는 바로 리괘이지요. 양 사이에 음이 있는 괘입니다. 두 괘의 모습을 좀 확대해서 보여드릴까요? ? ?

이 두 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요. 각각 물과 불을 상징하고요. 해와 달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음과 양이 만나서 각각 하나씩을 주고받은 결과이지요. 그것도 정 중앙에 받아들인 것입니다. 음의 중앙에 양이, 양의 중앙에 음이, 치우쳐 있지 않고 바르게 자리 잡은 것이지요. 우주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음양의 순환으로 설명한다면, 바로 음과 양이 가장 바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준 것이겠지요.

도교의 수행에서도 그렇게 음과 양이 가장 바르게 작용을 주고받은 감과 리를 바르게 다루는 것이 중시되었고, 그것을 바로 불기운과 물 기운을 조화시키는 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음양의 작용이 바르게 되고 나면, 다음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에서 좀 쉬운 예를 드느라 상기병 이야기를 했지만, 쉽게만 생각지 마십시오.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물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오는 일만 잘되어, 머릿속은 명경지수처럼 맑고 시원하게 되고 아랫배는 따뜻하게 불기운이 자리 잡게 되어 보세요. 그 뒤의 공부과정, 일사천리로 나갑니다요. 꼭 도교수행, 즉 금단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아니예요. 참선공부도 마찬가지라구요.

이런 바탕 위에서, 공(空)이란 불교의 핵심적인 진리에 대한 잘못된 집착을 깨뜨리고 공(空)을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해보세요. 앞으로 죽죽 나가는 일밖에 더 남겠어요? 그렇지만 그럴 때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경계! 무언가 알았다고 날뛸 때, 잘 된다고 방심하고 태만할 때 그 틈을 타고 수없는 마군이가 날뛰게 된다는 것도 또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좀 여유 있게 살피면서 가기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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