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게 심플하게

마스노 묘 지음/민경욱 옮김/21세기 북스 펴냄/1만 4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매일이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바람이 강한 날도 있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즐겁고 좋은 날이 있는 한편 무슨 일을 해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날도 있다. 오히려 그런 날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즐거움에 휩싸인 하루도, 괴로움이 찾아온 하루도 인생 전체서 보면 똑같은 하루일 뿐. 어제와 오늘을 비교한들 의미가 없다. 그날의 희로애락에 휩쓸리지 않고 하루를 똑같이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은 ‘매일이 좋은 날’을 만든다.

비가 오는 날에야말로 맑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고 앞을 보고 걷는 것, 바로 매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날로 만드는 비결이다. 그리고 이토록 소중한 매일을 정중하게 맞기 위해, 당신이 마음에 새겨둬야 할 선(禪)의 문장들이 있다.

선의 문장들은 명확하게 처음 그 말을 한 사람을 아는 경우도 있는 반면 여러 승려의 입을 통해 내려오는 것도 있다. 때로는 시대 변화와 함께 그 해석이 조금씩 변한 것도 있다. 문장의 깊이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하기 때문이다.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서 또 세대와 종교를 넘나드는 인생의 멘토로서 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마스노 묘. 그는 심플한 생활방식,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 일을 대하는 법, 자신을 높이는 지혜 등의 주제에 따라 현대인을 위한 삶의 지침이 될 51가지 선의 말씀을 골랐다. 문득 만나게 된 하나의 문장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감정에 지배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인생마저 바꿀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좀처럼 와 닿지 않던 말이 지금은 마음에 스민다거나 혹은 깊은 슬픔을 경험함으로써 하나의 말이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된다. 또한 옆 사람에게는 무가치한 말이라도 내게는 보석처럼 빛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받아들이는 사람에 달려 있다.

저자는 선의 문장을 통해 어쨌든 오늘 이렇게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에게 살아있다는 행복이 주어진다는 것을 믿어달라고 당부한다. 이 책은 하루하루 너무 많은 감정에 휩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행복해지는 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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