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악계에 어느덧 힙합(Hip Hop)’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TV 오디션과 예능 프로그램에는 래퍼들이 대거 출연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음악차트 상위권에 힙합곡들이 즐비하다.

이를 반영하듯 불교계에서도 학인스님들이 쇼미 더 붓다(Show me the Buddha)’라는 주제로 랩과 비트박스 공연을 선보여 SNS상에서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어린이 천진불들을 위한 행사가 수도권 한 사찰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차 방문했다. 왕성한 어린이법회 등을 통해 지역 어린이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이 사찰은 행사 기획력과 규모’ ‘사부대중의 활발한 동참이 잘 이뤄져 포교모범도량으로도 손꼽히는 곳이었다.

이날 100여 명의 초등학생들은 조별활동과 레크리에이션, 운동회 등을 마치고 경내 마당에서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였다. 마당 곳곳에는 흥을 돋우기 위한 대형 앰프들이 설치돼 있었고, 신나는 노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창 아이들이 뛰놀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청소년 청취불가 판정(일명 19)’을 받은 힙합곡이 앰프를 타고 퍼져나갔다. 영어와 한국어로 된 욕설이 난무하는 곡이 경내를 뒤흔들었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은 놀이 삼매경에 빠져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십수 명에 달하는 지도교사들 역시 개의치 않고 행사를 이어갔다. 그 이후로도 욕설이 담긴 몇몇 곡이 나왔지만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문제라고 인식하는 이가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행사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 다른 불교계 어린이·청소년 행사 취재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나란히 정렬된 여러 체험부스들과 행사장을 빽빽하게 채운 아이들. 그 사이를 타고 흐르는 욕설 담긴 노래는 성인과 미성년자를 갈라놓는 장벽이자 행사 취지와는 거리가 먼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그 노래가 신나는지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수도권 사찰서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행사서도 노래가 딱히 문제 되진 않았다.

19금 노래가 아이들 행사에서 울려 퍼지고, 이에 대해 아무도 이의제기하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무지(無知)’. 아이들에게 불교를 더욱 친숙하게 전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노력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이다.

음악사이트에서 성인인증한 번만 해두면 더 이상의 절차가 없어 무심코 선곡했을 수도 있고, 딱히 가사를 음미하지 않으며 들어왔기에 욕설이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노래는 번화가에 즐비한 가게 앞에, 그리고 식당 앞에서 누구나 흔히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천진한 아이들을 위한 행사이기에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야만 한다.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불교. 내 행동 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팔정도(八正道)를 실천하면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향해 나아가는 종교다. 하지만 앞서 목격한 행사는 결코 깨어있음과 가깝지 못한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한 아이들에겐 어른 한 명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자식(子息). 한자의 연원을 따져보면 다른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겠지만 식()숨 쉬다라는 뜻이다. 부모로부터 숨을 받아 세상과 호흡하는 아이들이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아이들에게 신경 써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니까.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