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후’와 싸우는 손오공

‘미후’는 또 다른 손오공
분열된 마음을 상징해
밝은 견해 속에 화합 나와

여색의 관문 헤치고 다시 나선 불퇴전의 길!
이번엔 겁 없는 산적님들 등장이요!
앞서 날뛰던 산적 두목들
손오공의 여의봉에 간뇌도지(肝腦塗地)….
간과 뇌를 땅에 바른다던가?
현장법사 그 끔직한 모습에 질색을 하지만
손오공도 슬슬 웃어넘기고 길 재촉.
인심 좋은 노인 부부가 있는 집에 묵게 된다.
그런데 아뿔싸!
이집 손주가 산적 무리 가운데 하나였구나.
두목 잃고 뿔뿔이 흩여졌단 졸개 무리들
밤늦게 이 집에 찾아들고 현장법사 일행의 말 매인 것을 보곤 두목 원수 갚을 겸 덮칠 것을 모의한다.
착한 노인 부부, 현장법사 일행을 뒷문으로 달아나게 한다. 그런데 두목 닮아 겁 없는 졸개 무리들, 겁 없이 쫓아오네.
역시 두목과 마찬가지로 간과 뇌를…!
손오공은 주인집 손자 목까지 베어들고 현장법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 현장법사도 이제는 참을 수 없다. 당장 파문이다!
손오공 뒤늦게 사죄를 하지만 선을 넘었다, 선을 넘었어! 긴고주를 줄곧 외워 손오공 머리테를 조여 대니 손오공도 하릴없이 눈물 흘리며 하직을 한다.
수렴동으로 돌아가 원숭이 왕노릇하려니 그것도 좀 부끄럽고 계면쩍고…. 할 수 없이 관세음보살께 가서 눈물겨운 하소연을 한다.
관세음보살님, 손오공을 한차례 꾸짖고선 현장법사 일행이 곧 재앙을 당할 것 같고 그 때 되면 너를 찾을 테니 그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 하신다.
한편, 손오공 내 쫓아버린 현장법사 일행 저팔계 사오정, 배고프고 목마른 현장법사 위해 물 뜨러 간 사이, 짜잔~ 손오공이 등장하신다.
“스승님, 제가 없으니 얼마나 힘드십니까?”
“일 없다! 이 잔인한 원숭이놈아!”
(중간 생략)
“이 매정한 중놈아!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지!”
손오공 폭언, 폭행을 하곤 짐을 빼앗아 사라진다.
저팔계 사오정, 어찌어찌하여 밥 빌고 물 떠서 돌아오니 으악! 이것이 무슨 사태냐!
다행이 현장법사가 숨은 붙어 있어 급히 모시고 인가를 찾아 일단 급한 불을 끄곤, 사오정이 손오공을 찾아서 달래려고 화과산 수렴동으로 찾아간다. 찾아가보니 침으로 가관이다.
손오공이 현장법사 젖히고 스스로 경 가지러 가겠다고 원숭이들을 둔갑시켜 현장법사랑 백마랑 다 만들어 놓고 준비 중이다.
홀로 경을 가져온 공로를 차지하여 남섬부주의 교조가 되고 천추만대 이름을 떨칠 예정이래나?
격분한 사오정, 멋진 사오정
현장법사로 둔갑한 원숭이를 단매에 때려죽이고 씩씩거리며 관세음보살님을 찾아뵌다.
그런데 손오공이 뻔뻔하게 관세음보살 처소에!
“야! 이 나쁜 원숭이 새끼야!”로부터 시작하여 여차저차, 저차여차…. 이쪽저쪽의 사정이 밝혀진다.
손오공도 있는 대로 화가 나서 사오정과 함께 화과산 수렴동으로 쳐들어가니 정말 자기와 똑같은 손오공이 왕노릇하고 있네! 또 어찌 되었을까?
두 손오공 있는 재주를 다해 다투지만 승부가 나지 않네. 관세음보살님께 함께 찾아가지만 관세음보살님도 알 수가 없어 긴고주 외워 머리테를 조여 봐도 두 손오공 다 데굴데굴….
천상세계로 달려가 봐도 모든 신장들도 절레절레 옥황상제도 갸오똥~ 저승세계 가서 염라전 명부를 뒤져봐도 안돼 결국 부처님 찾아 영취산 뇌음사로….
부처님, 대중들에게 미묘법을 설하고 계시네. 두 손오공 싸우며 오는구나. 부처님 대중들에게 이르시네.
“너희들은 모두 한 마음이로구나. 그런데 보아라! 두 마음이 서로 싸우며 오는구나.”
관세음보살과 대중들에게 세상의 여러 신기한 요괴들을 설명하시곤 그 가운데 정말 이상한 네 가지 원숭이를 말씀하신다.
석후(石?), 마후(馬?), 원후(猿?), 미후(彌?)가 그것인데 지금 손오공으로 둔갑한 것은 바로, 바로, 바로… 여섯 귀를 가진 미후로다!
정체를 드러난 미후, 급히 벌로 둔갑하여 날아오르네. 부처님, 바릿대를 휙~ 던지시네.
손오공은 부처님 손바닥을 못 벗어나더니 미후는 부처님 밥그릇에 갇혔구나!
손오공 참지 못하고 여의봉 휘두르니 미후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도다. 부처님 법력으로 쪼개졌던 두 마음 합해지니 자연히 일행의 알력도 사라지고 다시 함께 큰 길을 가는구나! 오늘도 힘차게!

이번 이야기는 전에 잠깐 나왔던 자기의 분열에 관한 이야기네요. 나라고 하는 존재가 참으로 내말 안 듣는다는 이야기, 그렇다 하여 함부로 야단치거나 하면 내가 나에게 반항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진실로 자기를 사랑하는 길은 참다운 친구를 사귀어가는 것처럼 자신을 잘 이해하고 다독여가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와 자기가 쪼개져버리는 비극적인 사태가 올 수 있다구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여기서는 정말 극적으로 벌어지게 되네요.

우선 현장법사와 손오공의 분열이 일어나지요? 진실하게 도를 구하는 신심, 그렇지만 지혜를 갖추지 못한 신심과, 제법 눈은 밝지만 진정한 자비심과 실천이 부족한 지혜가 갈등을 일으킨다고 할까요? 그런 일들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닐 거예요. <주역(周易)>에는 “서리를 밟다 보면 단단한 얼음에 이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풀면서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어버이를 죽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 유래가 차츰 차츰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을 일찍이 판별하지 못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장법사와 손오공, 그 갈등도 그렇게 차츰 차츰 쌓여 온 것일 겁니다. “저 원숭이 녀석, 재주 좀 있다고 제멋대로야!”하는 현장법사, “에이, 스승은 너무 맘은 여려가지고…. 자비심은 자기만 있나?”하는 손오공…. 그 둘 사이에 알게 모르게 틈이 벌어졌겠지요. 그리고 둘 사이만 아니라 일행들도 힘든 여정 가운데 은근히 서로 틈이 벌어졌던 것 같아요. 서유기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삼장법사는 속으로 노여움이 가지지 않은 채 말에 올랐고, 제천대성은 마음이 틀어져 있었으며, 저팔계와 사오정도 한편으로 질투하는 마음이 있었다. 스승과 제자는 모두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불만을 품었다”

여러 사람이 여행하는 가운데 종종 심각한 싸움이 나는 경우가 있지요? 아무래도 집떠나면 고생이라고, 여행 중에 피곤하게 되면 조그만 일로도 마음을 다치는 일이 많고, 그것이 짜증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기 쉽습니다. 지금 손오공 일행이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우선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쪼개지고, 그 다음에는 손오공이 분열하게 되는 것이지요. 나중에 부처님이 “마음과 마음이 싸우며 온다”고 표현했듯이, 마음의 분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좀 자세하게 말하면 마음 가운데서도 지혜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앎이라는 것 자체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것이지요. 앎은 욕망에 부려질 수도 있고, 참된 열정이나 서원에 부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욕망에 부려져서, 지혜의 본분이라 할 수 있는 밝은 견해가 흐려질 수 있거든요. 그런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앎, 그것은 삿된 지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삿된 지혜가 바로 가짜 손오공으로 등장하는 것이겠습니다.

요즘에는 소설의 장르 가운데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런 종류의 소설 가운데는 ‘도플갱어’라는 것이 종종 등장합니다. 어떤 존재와 똑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도플갱어’라 부르는데 그 두 존재가 만나게 되면 소멸해 버린다거나,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한다는 그런 설정이 있습니다. 지금 손오공이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난 셈인가요? 그런 설정에 따른다면 적어도 어느 한쪽이 죽거나 없어져야 하겠지요? 있어서는 안 될 분열! 그것을 어찌 극복할지…. 다음 회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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