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상인지 보살인지,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의 형상인지 알 수 없는 석물들이 가득 늘어선 운주사를 걷는 것은 늘 나를 행복하게 한다. 불교든, 공부든, 삶이든 심각해지고 무거워질수록 진리와는 멀어진다. 진리는 자명하고 명징해야만 한다. 그것은 마치 ()’와 같아서 단 한 장면, 한 표정에 몇 권의 책에 담긴 내용 이상이 담기기 때문이다.

안개 낀 아침 사람 없는 길을 걸으며 석탑과 돌부처를 만나면 누구나 본래 각자가 지니고 있는 깨달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부처도 특별한 깨달음도 없으며 결국 본래 그러한 것을 아는 것이 불교다. 곧 자신이 유일한 존재임을 알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즐겁게 말이다.

모든 것은 늘 즐겁지도 않고, 늘 우울하거나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 시시각각 변하는 인연 안에 있음을, 그렇게 늘상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영원불변한 절대 진리의 다양한 모습일 뿐임을, 그것이 바로 부처이며, 나 자신임을 명확하게 알고 싶다. 비스듬히 쓰러진 듯 기대선 돌부처가 희미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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