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염불행자 안동일 동산반야회 명예이사장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불교는 사부대중 공동체다. 그렇기에 항상 불교가 시대적 사명을 개척하고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는 대안이 불교 내부보다 출가와 재가의 연합에서 나오곤 했다. 안동일 동산반야회 명예이사장(77·법명 관해)은 20년 넘게 한국신행문화와 교육을 이끌고 있는 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법조인으로서의 삶과 함께 불자로서 활발한 신행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안동일 명예이사장에게 한국 신행문화와 불교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김주일 취재부장 / 사진 및 정리=노덕현ㆍ이승희 기자

출ㆍ재가 역할분담 강조
출가, 문화 복지분야 활동
재가, 종단실무 및 운영
수행과 실천은 ‘모두 함께’

재가자 수행은 염불 추천
염불, 가장 쉬운 수행법 중 하나
매일 1000번 염불, 108배 등 서원
민중 귀의처로 불교수행법 제시

 

"다름을 인정하는 게
불교만의 특징,
정작 불자들부터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Q: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테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신행문화 정착과 그로 인한 맹신으로 종교갈등과 비극이 양산되는 상황입니다. 바람직한 신행생활은 무엇인지 안 이사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맹신은 갈등의 씨앗이다. 모든 종교의 목표는 행복 추구이며, 우리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종교를 믿는다. 종교의 근본은 바로 평화다.
불교로 인한 전쟁을 들어보았나? 다름을 인정하는 게 불교다. 유신론의 이분법적 사고와 달리 불교에서는 단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의견이 다르면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고 한다. 이런 사고에서는 다툼, 전쟁이 생길 수 없다. 바로 ‘화쟁’이다.
하지만 불교의 장점을 정작 불자들이 모른다. 최근 불교계 내 사태를 보면 불자들조차 이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잊은 듯하다.

Q: ‘다름을 인정한다’라. 좋은 말입니다.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일상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습니까.

A: 다름을 인정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과 다투려 하지 않게 된다. 나도 다른 사람과 늘 다툰다. 성질을 낼 때도 있지만 요즘은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지 않고, 내가 바뀌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바뀌려고 노력하니 참 좋다. 현상이나 대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면 된다. 이렇게 바꿈을 수행하는 게 불교다. 다름을 인정하면 화쟁이 바로 이루어진다. 다름을 인정하다보면 공통분모도 발견 할 수 있다.

Q: 법조인 특성 상 다양한 의뢰인과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안 이사장님은 수행이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많겠습니다.

A: 물론이다. 내 성격은 매우 급하고 화를 많이 낸다. 그래서 의뢰인이나 판사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다. 심지어 어떤 판사는 법정에 선 내게 살기를 느꼈다고도 했다. 1978년 변호사 개업을 하며 급한 성질에 스트레스를 축적하다보니 10년 만에 심장병이 발병했다. 혈관확장술만 6번을 받고 중환자실에 한 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약을 먹고 운동으로 극복하고 있다.

당시에 퇴원 하자 어머니께서 단주를 주셨다. 화가 불쑥 날 때 단주를 만져서 화를 다스리라는 뜻에서다. 처음엔 잘 되지 않아도 꾸준히 연습하니 달라졌다. 나중엔 아예 손목에 차고 다녔다.

과거엔 단기수행 위주로 새벽 예불에 참가했지만 지금은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 일종의 습관화다. 걸으면서도 염불을 한다. 걸음을 걸으며 4박자로 나눠 염불을 하면 그 순간만은 번뇌가 사라진다.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다. 앉아서도 마찬가지로 염불 수행을 한다. 지하철에 있으면 염불수행과 더불어 호흡수행도 한다.

달라이라마로부터 수행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책을 20권정도 읽었는데 특히 <The Art of Happiness>란 책이 인상에 남는다. 우리나라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란 제목으로 번역됐다. 원서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에 나온 게송을 딱 듣자마자 이 말이 원래 부처님 게송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처님은 신 중심 브라만교를 향해 인간 중심의 종교를 천명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부처님 탄생게는 불교가 인간 중심임을 알게 한다. 인간을 둘러싼 천지가 괴로움이기에 해탈을 해야 한다는 게 불법의 근본인데 사람들은 자꾸 이 사실을 잊는 것 같다.

Q: 고희를 넘긴 세월동안 오래 수행했기 때문에 얻어진 깨달음 같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게 잘 안됩니다.

A: 그러니 더욱 수행을 해야 한다.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다. 그런데 지혜가 헛되면 교만해진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다. 수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수행은 습(習)이다. 사람들은 ‘상습’이란 말을 안 좋은 경우에 사용하지만 수행은 ‘상습’이 돼야 한다.

달라이라마는 이에 대해 많은 법문을 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갓데 갓데 파라갓데)’로 시작하는 익숙한 법문이다. ‘조금씩 나아가자. 수행으로 하루 이틀, 몇 년 안에 깨달음을 얻을 거라 생각하지 말자. 이번 생에 못 깨치면 다음 생에, 또 다음 생에 깨친다는 생각으로 수행하자’는 의미다. 달라이라마 본인도 매일 새벽에 오체투지를 하고 명상수행을 한다. 젊으나 나이가 들어서나 수행은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새벽마다 ‘As long as space endures, as long as sentient beings remain, until then, may I too remain, and dispel the miseries of the world(우주가 존재하는 한, 중생계가 존재하는 한, 나도 같이 존재하며 세상 속 불행을 떨쳐내리라)’란 게송을 암송한다고 한다. 이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겠단 다짐으로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신앙을 가진 이, 특히 불교인의 자세다.

달라이라마의 말처럼 습이 안 되면 수행이 안 된다. ‘자리이타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말하지만 조계종의 목표는 상구보리 쪽에 치중돼 보인다. 어떻게든 빨리 깨우치려고 한다. ‘어떻게, 뭐로 깨우치냐’고 묻는 것이 불교를 망친다.

기복불교가 나쁜 건 아니다. 행복 추구가 종교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생을 위해 회향해야 한다는 생각, 복을 나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누리자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항상 이타심ㆍ보리심ㆍ자비심에 기반해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의무는 행하지 않고 기복만 하니 문제다.

이는 우리가 함께 모여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님들도, 재가자도 모두 함께 모여 수행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들의 법문만 들여다보고 있다. ‘함께하는 수행(Practice Together)’이 다시금 필요한 때다.

Q: 불교 현실을 보면 이런 수행풍토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가자들이 소외되고 사부대중이 아닌 비구 중심의 일부중 체제가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교계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A: 불교계 곳곳을 보면 숨어있는 능력자, 특히 재가자들이 많다. 왜 재가불자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현각 스님의 비판을 보면 그 이유가 잘 드러난다. 상명하복식 문화, 남녀차별, 신도무시 및 기복신앙을 이용한 물질추구가 문제다.

여기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상명하복식 관습이다. 현각 스님의 경우 ‘과잉 순종(hyper-conformity)’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불교 세계화에 앞장 선 숭산 스님은 열린 불교를 지향해 외국인 제자 스님들에게 한국말을 배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교단에선 외국인 스님들에게 불교 교리보다는 한국어 공부에 더 치중하라고 떠민다. 언젠가 점심 공양을 받는데 푸른 눈의 외국인 승려가 밥그릇 시중을 하더라. 불교전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획일화이고 이들의 특성을 죽이는 일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발전적 시도가 있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사부대중이란 말을 쓰면서도 여전히 모든 것들이 비구 스님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난 1994년 월주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현재까지 22년 간 조계종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어느 날 법장 스님이 총무원장 일때 건의사항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딱 한가지를 말했다. 비구니와 재가자를 총무원 부ㆍ실장급 인사에 넣어달라고 말이다. 말로만 사부대중 공동체라고 하지 말고, 인사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에 이 의견이 종무회의에 올라오고 난리가 났다. 특히 재무부장직을 재가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에 난리가 났다. 그 이후 비구니 스님이 문화부장을 맡게 됐고, 현재는 재무부장직을 맡지만 재가자의 참여는 요원하다. 재가전문가들이 종단 실무를 맡고, 스님들이 문화ㆍ복지ㆍ수행에 전념한다면 불교발전이 보다 빨라지지 않을까.

마지막 문제는 조계종이 너무 간화선 중심으로 치우쳐있다는 점이다. 한방향에 몰두하다보니 모든 것들이 고답적이고 어렵다. 현대적이고도 진취적인 포교ㆍ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재가자의 책임도 있다. 스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니 기복신앙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재가자들도 깨어나야 한다. 신도활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삼개개고 아당안지’의 수행은 부처님 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하는 수행이 되어야 한다. 법인 스님과 조성택 교수 등이 주축이 되어 매달 개최하는 향상포럼은 재가자 활동의 모범적 예라고 생각한다.

기복불교 벗어난
신행·교육·포교
한국불교 비전위한 3박자

Q: 이사장님은 故김재일 법사가 창립한 동산반야회, 동산불교대학을 맡아 30년 넘게 이끌어 오셨습니다. 동산반야회의 경우 故김재일 법사가 설립한 이래 교육과 신행의 병행, 그리고 불법의 실천이라는 운영방침을 확고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1992년에는 한국불교 최초 2년 교육과정 불교교양대학을 개설하기도 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재가 교육기관의 명예이사장으로서 재가불자 교육의 중요성도 크게 체감하고 계실 듯합니다.

A: 1980년 10·27법난 이후 언론이 불교계를 폄하했을 때 재가자들이 맞서 나섰다. 당시 재가불자 모임들이 우후죽순 결성됐다. 그 때 동산반야회도 결성됐다. 현재 당시의 재가불자모임은 거의 다 사라졌는데, 동산반야회만 건재한 것은 법주이셨던 무진장 스님과 故김재일 법사의 원력 덕분이다.

동산반야회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무진장 스님이 행정과 교육을 철저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82년부터 92년까지 10년 동안 일반교리 강좌를 하는 등 무진장 스님은 교육에만 전념했다. 행정은 김재일 법사에게 다 맡겼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관계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의 대부분을 전문재가자들이 맡는다면 승단의 남는 역량은 오롯이 교육과 신행에 투입할 수 있다.

Q: 안 이사장님이 동산반야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990년대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본격적인 불교 공부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동산반야회를 알게 됐다. 2년 과정에 18개 과목을 가르치는데 교수진이 대단했다. 지금도 교수진이 좋으니 사람들이 몰린다. 불교학과 이외에도 명상, 불교 미술, 다도학과 불교의식반, 범패반 등 다양한 학과들이 신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교육생들이 줄지 않고 꾸준히 온다.
특히 ‘나이들어 하는 공부는 불교 밖에 없다’는 슬로건을 걸고 난 후론 더 많이 찾아온다. 요새는 정년이 낮아져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Q: 동산반야회는 매년 염불결사를 하는 등 대중 신행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염불에 주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염불은 정견에 이르게 하는 가장 쉬운 길이다. 동산불교대학서부터 아미타불 염불을 했고 108배와 함께 쭉 해오고 있다. 대중적 수행방법 중에 염불만한 것이 없다. 용수 보살이 이행도(易行道)라고 했을만큼 <아미타경>은 무문자설경이다. 원효 대사도 마지막엔 염불을 강조했다. 옛날엔 사찰마다 염불당이 있었는데 요새는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

동산반야회가 주축을 이루는 전국염불만일회는 이런 염불 원력을 모은다는 의미가 있다. 만일염불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 통일 이후 혼란한 민중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자는 목적으로 열린 것이 염불결사다. 제5차 결사는 1908년 한일강제합방직전 우리민족이 암울했던 시기에 개최됐다. 1998년 IMF 직후에는 제6차 결사가 이뤄졌다. 이렇듯 민족이 힘들 때 염불수행의 힘으로 이겨내고자한 결사다. 올해는 통도사서 8월 19일부터 염불을 한다.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불보사찰에서 2~3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장엄염불을 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염불만일회는 1년에 한 번씩만 모이므로 지속적 수행을 위해 매일 스스로 1000번 이상 염불하기, 108배 하기, 매월 보시하기 등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염불은 하루에 만 번 이상 하는 것 같다. 걸으면서 호흡마다 염불을 외우기 때문이다.

최근 염불수행과 함께 그림그리기에도 푹 빠져 있다는 안동일 이사장. 안 이사장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 완전 집중하게 되고 이게 바로 염불삼매와도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그림 속에는 수행과 회향으로 화합하는 우리들의 삶이 만다라로 펼쳐져 있었다.

안동일 명예이사장은… 1940년 태어난 안동일 이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붓다클럽(현 동산로터스) 총재, 한국불교교육단체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홍익법무법인대표 변호사, 조계종 법률고문 및 중앙신도회를 맡고 있다. KBS, MBC 라디오칼럼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동산반야회 명예이사장이자, 전국염불만일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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