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는 바다를 바라보는 산 속에 들어 앉아 있었다. 멀리 서산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에서 의상대사가 건너온 바다를 보고 있다.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와 같은 이름이다. 동일한 창건설화를 지닌 선묘낭자와 의상대사의 이야기가 담긴 절집.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절 뒤편으로 오르니 바다가 더 가까이 보인다. 선묘낭자에겐 가족과 고향이 있는 땅, 의상대사에겐 부처가 있는 정토. 그 둘이 꾸었을 꿈을 생각하며 해가 바다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연이라는 것은 어쩌면 긴 시간 중에 잠시 교차하는 것일 뿐이다. 영원한 만남도 영원한 헤어짐도 없다.

돌아보니 해가 바다 너머로 들어가고 있다. 참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낙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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