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여름템플스테이

▲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덥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찐다. 심신은 이미 넘쳐나는 정보들로 걸레짝마냥 축 늘어진 것만 같다. 재충전이 절실한 때다. 이럴 땐 에어컨보다도 시원한 툇마루와 우거진 나무그늘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눅눅한 기분을 달래주는 하늬바람, 풀벌레들의 작은 음악회, 은은한 풍경소리, 별 헤는 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그렇다면 떠나라. 오래 전 유행했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카피에 기대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다. 퍽퍽한 세상살이 하루하루 견뎌낸 모든 이들에게 고한다. “피서는 템플스테이가 답이다.”

여름은 템플스테이와 사찰수련회의 계절. 물론 매년 찾아오는 여름과 때에 맞춰 열리는 템플스테이가 조금은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찌하리. 이보다 나은 피서가 없는 것을. 피서를 가려 하면서도 이런 걱정을 하는 당신에게 조금은 이색적인 템플스테이를 권한다.

육지장사 -‘단식템플스테이’(8/3~7)
명칭부터 범상치 않다. 단식이라니. 그저 더위만 피하려 했는데 괜히 사서 고생하는 건 아닐까?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경기관광공사가 7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어엿한 템플스테이니까.

양주시 백석읍 도리산 깊은 곳에 자리한 육지장사는 수행정신을 배우면서 건강에도 이로운 독특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여름에는 산사의 건강비전, 여름특별 단식템플스테이를 마련했다.

여타 사찰과 마찬가지로 108배와 명상 등 기본적인 불교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육지장사만의 특징인 온구체험이 진행된다. 이 체험은 맥반석 옥돌을 천연 한방재료와 구워 배를 찜질하는 것이다. 오장육부와 내분비선 기능강화, 만성피로 해소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줘 많은 성인들이 선호하는 템플스테이다. 아울러 육지장사의 선차를 이용한 식이요법과 쑥뜸 등은 만병의 근원인 비만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산사의 오랜 전통이 담긴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쉬면서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고통 없이 단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031)871-0101

봉녕사 - ‘여성단기출가’(8/11~15)
그래, 분명 휴가다.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머리 깎으라 강요하지 않으니 눈 여겨 봐도 좋다.

비구니도량 수원 봉녕사가 여성을 위한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준비했다. 편한 마음으로 출가를 잠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진짜 스님들처럼 엄격하게 다루지 않고, 불교문화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힐링 프로그램이 주다.

특히 참가자들을 위해 덕 높은 비구니스님들이 직접 법문을 하고, 청소년 심리치유 등 활동을 펼치는 전문가가 다도명상을 지도한다. 팔관재계 수계식은 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 스님이 관장하며, 참가자들은 45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된다. 성격유형을 알아보는 애니어그램부터 가치관 나누기, 붓다요가, 만다라 그리기, 나에게 쓰는 편지, 사찰문화산책 등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복잡한 사회생활에 지쳐 잠시 속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이, 많은 남녀가 어울려 체험하는 게 부담스러운 이에게 마음의 쉼표가 될 수 있는 템플스테이다. (031)256-4127

백담사 - ‘자기주도학습’(8/8~13)
또 백담사야?’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 그렇다. 또 백담사다. 스테디셀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템플스테이 하면 백담사가 괜히 나온 말이겠는가. 게다가 자녀를 위한 템플스테이다.

인제 백담사는 예비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기주도적 학습력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전문코치 지도 아래 스스로 하루 일과를 주도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심신을 맑히는 불교문화체험이 함께 이뤄진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내설악의 계곡에서 장래희망을 스님과 함께 나누고, 서로 칭찬 릴레이를 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한창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계곡 물놀이와 범종을 직접 쳐보는 맥놀이도 진행된다. 밤에는 수심교 위에 누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감수성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정화된 마음을 시로 표현하는 시심즉불시간도 보낼 예정이다. (033)462-5565

문수암 - ‘멍 때리기 템플스테이’(8월 중)
이름만 보면 갈 데까지 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뭔가를 해야 하는 템플스테이를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함이 있다. 진정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이다.

산청 문수암의 멍 때리기 템플스테이12일 이상으로 진행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오로지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표방할 뿐이다. ‘바보 문수암이라는 별칭과도 퍽 어울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올라온 사람에게 건네는 물 잔에는 나뭇잎 하나 띄워주기 마련이다. 급하게 물을 마시다 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세심한 배려다. 멍 때리기 템플스테이도 이와 비슷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당신이 겨우 찾은 휴식이 도리어 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마음 편안한 템플스테이다. (055)973-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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