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
편리해진 만큼 삶의 여유 없어져
중독 극복위해 잠시 꺼도 됩니다 

얼마 전 반가운 얼굴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게 되었다. 그의 일상의 모습들을 확인하면서 반가움도 잠시, 염려와 걱정이 앞섰다. 산중으로 출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2년 뒤에 보게 된 것은 그의 SNS였다. 이제 산중에서도 언제라도 자신의 생각과 생활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휴대폰 가입자 5,800만 명인 사회,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인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가입자 수가 휴대폰의 위용을 말해준다. 거기에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는 엄청난 통신망이 설비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거리나 공원에서도 무료와이파이가 되는 통신천국에 살고 있다. 잠들기 직전까지 늘 곁에 두고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의 도구로 스마트폰이 활용되고, 직장인들에게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기재가 되기도 한다.

휴대폰으로 생활 전반이 편리해진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삶이 피곤해졌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울려대는 모바일메신저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피로를 주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3%가 항상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불편하다고 답했다. 특히 퇴근 전이나 후에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때문에 힘들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57.6%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하지만 본인의 의지보다는 업무와 관련되거나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대중적 소외라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SNS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SNS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눈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휴대폰이 없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권태나 외로움 불안감 등을 느끼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증세가 더 심하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치매에 대한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체적 질병도 야기하는데 장시간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거북목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통계를 보면 10명 중 4명은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본다고 답했고, 그 중에 2명 이상은 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이 실제로 있었다고 답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살펴봤더니 2009437건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2012년에는 848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걸으면 그냥 걸을 때보다 사고 위험이 76% 더 올라간다는 게 실험을 통해 확인됐으며, 어린이의 경우 사고확률이 더 높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생활의 편리함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휴대폰 중독으로 오는 질환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디지털 단식이나 디지털 디톡스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답답하고, 무료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템플스테이나 사찰 여름수련회 참가자들이 산사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잘 때도 머리맡에 뒀던 휴대폰을 스님에게 맡기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하다며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집에 갈 때 쯤 되면 스마트폰 없이 편하게 쉬었다 간다는 소감을 전하는 이들이 많다.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은 순간, 불편함이나 불안함 대신 편안함을 만난 것이다.

1998년 한 휴대폰광고에서 등장해 유행했던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말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6년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평상시 스마트폰에 대한 활용 계획을 통해 휴대폰을 제어할 수 있는 기기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업무시간 전후로는 비활성화하거나 잠시 휴대폰을 놓고 휴식이나 운동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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