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念) ①

기억, 인식, 의식, 마음의 주의, 마음의 깨어 있음, 주의 깊음, 정신 차림, 마음의 평정, 자의식의 의식.’

열거한 말은 팔리어 사띠(sati)’의 뜻으로, 팔리어 텍스트 협회에서 출간한 팔리어 사전의 풀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하나의 불교용어 해석에 이처럼 갖가지 언어가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띠에 내재된 다의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띠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사띠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에 위빠사나명상 관련 서적이 번역 출간되면서이지만, 불교계를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현대 심리학과 명상의 기법을 결합시켜 만든 치유의 방법들이 도입되면서일 것이다. 이 치유의 방법이 활용되고 있는 현장에서 사띠는 서구권에서는 마인드풀니스’, 우리말로는 알아차림으로 이해되고 있다. ‘감정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정신적 괴로움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인지치료에 초점을 맞춘 해석일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불교계에서도 수행의 현장에서 알아차림이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

▲ 그림 나은영.

사띠를 알아차림의 의미로 파악하여 치유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사띠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띠의 의미를 제대로 풀어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제시한 사띠의 다의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니까야아함경전체를 대상으로 용어 사띠에 주목하여 읽어가다 보면, 매우 다양한 용법들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주목할 하나의 측면은 잊지 않기이다. 팔정도의 정념(正念)’올바른 기억으로 해석하던 바로 그 뜻이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해석은 사실판단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기 쉽기 때문에 수행의 가치라는 능동성이 약화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잊지 않기라는 의미로써 사띠를 이해하는 하나의 독법(讀法)이 필요하다. 니까야번역서나 학술논문에서 새김’ ‘마음지킴’ ‘마음챙김으로 옮기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되새김’ ‘마음에 늘 간직함’ ‘명심(銘心)’이라는 말로 옮겨도 동일한 이해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사띠의 기본적인 의미가 잊지 않기에 있다는 독법의 가능성은 염불(念佛)’이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지금 이 땅의 사찰에서 매일 거행하는 염불 의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염불의 본래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말이다. 염불이란 글자 그대로 말하면 부처님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화시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겨 명심하고, 자신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이며,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늘 성찰하며,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챙기려는 태도 등을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바로 염불이다. , 이때의 ()’이 바로 사띠의 가장 기초적인 의미를 구성한다.

사띠를 잊지 않기로 해석하여 염불의 의미에 적용시킬 수 있는 근거는 법구경의 제296, 297, 298 게송에서 발견된다. 여기서는 부처의 제자라면 늘 깨어 있으면서 부처(), 부처의 가르침(), 이를 따르는 이들()사띠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팔리어 원어인 붓다(buddha)’ 뒤에 가따(gata-)’가 붙어 있는데, 이 점은 담마()’상가()’에도 공통한다. ‘가따는 동사어근 가다의 과거분사로서 ‘-, 도달한의 뜻이기 때문에 부처에게로 가는()’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부처님과 그의 가르침에 이르려는 자세를 드러내는 말이 바로 잊지 않기인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