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무르익고 꽃이 활짝 피는 6월은 바야흐로 출사의 계절이다. 6월은 사진을 찍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계절로 공원이나 행사장 마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난 66일 현충일 신촌 봉원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영산재가 진행되던 와중 한쪽에서 난데없는 욕설이 섞인 고성이 들려왔다. 취재를 하던 와중 고개를 돌려 보니 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이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다. 먼저 자리를 잡았는데 앞에서 가린다며 한 어르신이 늦게 온 어르신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날 봉원사에는 많은 사진사들이 몰렸다. 봉원사 주지 스님이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활동해서 인지 인연이 닿는 이들이 많이 온 듯 하였다. 하지만 협회와 별개로 찾은 이들도 많았다. 최근 늘고 있는 사진공모전에 불교행사 사진이 소위 잘 통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사진만 찍지 않았다. 영산재에서 축문을 외우는 스님들 사이에서 캠코더를 들이대는가 하면 사진을 찍는데 거슬리는지 스님들이 집전하는 곳에서 목탁과 요령을 치우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다. 한 어르신은 영산재 중간에 영단 앞에 신발을 신은채로 들어가기도 했다.

보다 못한 영산재 보존회 스님들이 통제에 나섰지만 잠시 뿐이었다. 스님들이 행사를 하려 자리를 비우거나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마치 터진 둑에 물이 들어오듯 이들은 우르르 몰려와 행사진행을 어지럽혔다. 스님들도 통제가 되지 않자 이들에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특정 연령을 지적하기엔 무엇하지만, 대부분이 연령대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나이가 있다보니 경우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불교계 한 방송사 기자는 이날 한 어르신에게 문제 지적 후 맞기까지 했다. 태고종 종보 관계자는 자료 취합을 위해 다니다가 이들에게 오히려 꾸지람을 들었다.

영산재는 단순한 불교행사가 아닌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수많은 외국인들이 관람하는 한국의 문화유산이다. 많은 대중이 지켜보는 행사 중간에 벌어진 일에 당시 불자의 한명으로써 낯이 뜨거울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비단 6일 영산재때의 일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봉축 연등회나 법요식 당시에도 일어났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사진촬영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그날 행사의 키포인트가 되는 장면을 담는 시간과 촬영 위치가 한정돼 있는 반면 이를 찍고자 하는 이들은 항상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동업자라는 공감대가 있으며, 행사 자체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의식은 있다.

최근에는 DSLR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보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촬영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는 사진동호회도 활성화되어 있으며, 공모전도 많이 열린다. 취미생활과 함께 공모전 입상 등의 성과는 인생의 큰 낙이다. 문제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수만큼 매너나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날 지켜본 사진촬영가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 것 처럼 보였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바람은 사진기를 든 이라면 모두가 갖는 마음이다. 스스로 자신의 그런 마음이 행사 진행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불교계 만이라도 사진촬영 에티켓 교육과 포토라인 통제 등 행사 진행절차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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