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나눔의 미학

느낌·생각 표현하고 살아야
몸과 혼 일치돼 정화 가능
표현할수록 내면 뜻 더욱 진화
침묵도 방편, 차선일 수 있어

 

관계형성에서 소통과 나눔만큼 중요한 덕목은 없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과 나눔만 잘해도 우리들이 관계형성에서 겪는 어려움은 90퍼센트 이상 해결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스승이신 용타 스님은 그것을 머리마음가슴마음이라고 명명했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 우리는 대부분 이 두 가지 마음을 주고받는다. 머리마음은 내 뜻(생각)을 의미하고, 가슴마음은 내 감정(느낌)을 말한다. (생각)은 머리 쪽 개념인 반면, 감정(느낌)은 가슴 쪽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하고 산다는 것은 이 두 가지 마음을 잘 표현하고 산다는 뜻이다.

마음을 잘 표현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자신의 뜻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살면 끝내는 병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뜻과 감정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그러므로 밖으로 분출되지 않고 내 안에 갇혀있다 보면 내 가슴을 억압하게 되고, 몸을 억압하게 되고, 끝내는 생명까지 억압하게 된다.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표현과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표현과 소통은 라는 이 몸뚱어리와 혼(정신)을 정화시켜준다. 무엇엔가 억눌렸던 생각이나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질 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싱싱해진다. 또한 누군가가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지 모른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토해놓고 나면 어떤가?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시원해져버린다. 그것이 표현과 소통의 마력이다. 그 때문에 친구관계, 대인관계 등 관계형성에 있어서 표현과 소통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뜻과 함께 감정 표현이 잘 될 때 관계형성은 환희로운 상태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뜻에는 진화의 속성이 있다는 거다. 표현할수록 뜻은 진화한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뜻은 정체된 채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다. 실제로 내 속에 들어있는 뜻을 표현하다보면 그 뜻이 계속 변화하고 진화되고 있음을 스스로 알 수 있다. 내가 표현한 뜻을 전달받고 상대방도 자신의 뜻을 내놓음으로써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들이 나오면서 내 뜻이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뜻과 감정을 잘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과 감정이 내 안에서 선명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내 속에 이러이러한 뜻이 이러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이러이러한 양과 질로 들어있구나하고 자신의 머리마음과 가슴마음을 선명히 알아차려야 한다. 이것이 표현과 소통의 제1방법론이다.

다음엔 소통의 도구인 말이 명료, 간단, 적절해야 한다.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명료한 낱말로 명료하게 표현하되, 필요 없이 말을 길게 늘여 빼면 안 된다. 말 속에 적당한 유머나 농담이나 사투리를 섞으면 더욱 좋다. 유머나 농담이나 사투리는 상황이나 분위기를 바꾸는데 매우 좋다.

하지만 표현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승인 용타 스님께서는 표현 대신에 침묵이 최고일 때가 있다는 말씀을 늘 강조하신다. 침묵이 최고라고 생각될 땐 침묵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씀이다. 침묵도 일종의 자기표현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표현과 소통을 위해선 일정한 툴(Tool)이 필요하다. 표현과 소통의 방법과 형식이다.

모든 관계는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만나면 교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통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표현이다. 자기 뜻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전달받음으로써 관계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용타 스승께서는 가장 바람직한 소통방법으로 촛대-불꽃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초에 불을 붙이면 촛대와 불꽃으로 나뉘듯 머리마음과 가슴마음을 촛대-불꽃처럼 주고받는 것이다. 머리마음(생각 · )이 촛대에 해당하고, 가슴마음(감정 · 느낌)이 불꽃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상장을 받으면 상장을 받아서 기쁘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상장을 받았다는 부분이 촛대(머리마음·생각·)’에 해당하고, ‘기쁘다는 부분이 불꽃(가슴마음·감정·느낌)’에 해당한다. 불꽃을 위해 촛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것을 아주 잘 하고 산다. 그런데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면서부터 점점 불꽃 부분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가슴마음은 완전히 퇴화하고 머리마음으로만 살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은 물론 세상 자체가 삭막하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촛대-불꽃형식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살면 가슴이 뻥 뚫리며 몸과 마음에 항상 생기가 돈다. 삶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틀림없이 해결책도 생긴다. (생각)은 진화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촛대-불꽃형식으로 자기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초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일기 쓰듯 노트에 촛대-불꽃연습을 해보면 좋다. ‘아들이 상장을 받아와서 기쁘다’, ‘남편이 승진을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 ‘친구가 예쁘다고 칭찬해줘서 기뻤다이런 식으로 자기 속마음을 촛대-불꽃형식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는 것이다. 그런 뒤 가족이나 친구들을 상대로 실제로 그것을 발표해보면 굉장한 자신감과 함께 충만감이 느껴진다.

용타 스승께선 표현의 부재는 실체의 부재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살면 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이다.

표현이 활로(活路)’라는 말도 자주 쓰신다. 표현을 잘 해야 내가 살 길이 있다는 의미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부분은 불꽃이다. 감정을 감추거나 억누르지 말고 그때그때 출력해라. 관계형성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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