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자유를 향한 날개짓- 신도 발심출가를 늘려라

신도 출가 많은 사찰 살펴보니
안국선원 신도 자녀 20명 출가
평소 수행·포교를 강조하고
스님들이 신도와 자주 상담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 노력
모범적 승가상 보여야 ‘발심’


조계종 행자교육원에서 사미·사미니계를 받기 위해 장궤합장을 하고 있는 출가자들. 발심을 통한 자질있는 출가자가 늘어야 승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현재 한국불교는 출가자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조계종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출가자 수는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연령도 고령화되고 있다.

수계교육이 도입된 1991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매년 400~500명의 행자들이 사미·사미니계를 받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출가자는 매년 200~300명 수준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출가자 감소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출가자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계층 포교의 붕괴로 출가 예비군들이 줄었다는 점도 출가자 감소의 원인이다. 사실상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으로 이어지는 포교 라인이 무너지면서 어릴 때부터 불심을 키우며 출가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게 됐다.

은퇴자 출가 어디까지나 ‘대안’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은 은퇴자·고령자 출가제도를 카드로 꺼냈다. 공청회 등 의견 수렴과정을 통해 입법화를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은퇴자·고령자 출가를 추진하는 것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조기퇴직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능력있는 40~50대 사회인들을 출가 인재로 영입하겠다는 목적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은퇴자·고령자 출가는 여러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고령 출가자들은 이미 가정을 꾸린 전력이 있고, 습의를 익히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승려복지에 대한 종단적 부담도 증가할 요지가 많다. 또한 전문직 은퇴자 출가가 활성화 돼 이들이 전문 분야 소임을 맡을 경우 정상적으로 출가해 법계를 승급해 온 출가수행자와 갈등과 차별이 불거질 수 있다. 또한 은퇴자를 어디까지 수용할지에 대한 전형 문제도 남아있다. 은퇴자·고령자 출가가 ‘방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 있다.

‘발심출가’ 진흥을 고민해야
어디까지나 출가는 ‘발심(發心)’을 기본으로 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발심’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사전적 의미로는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을 일으킴’이다. 이에 대해 현대 선지식 일타 스님은 저서 <초발심자경문 ‘발심수행장’ 강의>에서 “진리의 세계에 이르는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을 발심이라 하는 것이니, 발심은 곧 신심이요 환희심이다.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편안함”이라고 찬술하고 있다.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결심에 이르는 ‘발심’을 내기 위해서는 신도로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고 신행하면서 종국에는 사문의 길을 고민토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순환구조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서 삭발염의를 하는 청년. 무명초를 잘라내는 발심을 가진 진정한 출가 인재가 필요하다.
신도 발심출가, 이렇게 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부산의 대표 사찰 중 하나인 안국선원은 신도 출가의 모범 사례다. 현재 신도 가정의 자제 20명 가량이 수불 스님의 상좌로 출가를 했다. 가족들도 자녀가 사문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안국선원에서는 출가를 특별히 강조하거나 권유하지는 않는다. 단지 수행을 강조하고 수불 스님이 법문을 통해 법을 펼치는 것을 쉬지 않는다. 특히 초심자를 위한 간화선 프로그램에서는 일주일 동안 직접 수불 스님이 지도하며 점검을 한다. 수행을 통해 알게 되고 법문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알기 위한 구도심이 출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국선원 석산 스님은 “안국선원은 수행을 강조한다. 해봐야 알고 확신한다. 직접 경험한 수행의 결과가 확신이 되는 것”이라면서 “수행을 통해 부모들이 변화하고 자녀들이 그 변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들면 젊은이들도 출가를 결심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사찰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은 외국인을 포함 20~30대 신도 5명을 출가시켰다. 내년 1월에는 스님을 통해 20대 남성 1명이 또 출가를 계획 중이다. 모두 사찰에서 신행과 수행을 하면서 출가를 마음먹었다.

자우 스님은 “평소 꾸준히 참선법회를 열고,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 상담을 한다”며 “이중에는 ‘의미있는 삶’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출가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흔쾌히 출가를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고민 하는 사람에게는 ‘기도를 해보라’고 한다. 대부분이 기도 한 뒤에는 출가를 마음 먹는다”고 밝혔다.

거창 행복한절 주지 은산 스님은 1995년 서울 구로구 관음포교원에서 총무 소임을 보면서 중·고등학생들을 포교했고, 이렇게 인연이 된 학생 11명이 5년 뒤인 2000년에 출가했다.

은산 스님은 “그들에게 출가를 하도록 특별히 권유를 하거나 강조를 한 것이 아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전법 했다”면서 “그랬더니 불교에 대해 알아가며 스스로의 삶에 대해 고민 했고, 출가의 삶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출가 결심을 하기까지 은산 스님은 최선을 다해 포교했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비디오 게임기를 갖추고 소통했다. 이 같은 스님의 노력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은산 스님은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공(空)’이다. 그동안 집착하는 삶의 방식을 벗어날 것을 이해시켰고, 집착이 결국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출가의 마음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법·수행’ 기본 지켜야 출가도 늘어
위의 사례를 정리하면, 수행과 전법에 노력하고, 상담 등을 통해 미래세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시도들이 꾸준히 이뤄질 때 신도들의 출가에 대한 발심이 생겨남을 알 수 있다.

석산 스님은 “수행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은 삶의 질이 높아져 있고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정보는 넘쳐난다”면서 “마음을 직접 알 수 있는 체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출가 진흥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우 스님도 “평소 출가 수행자로서 자질이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출가를 권한다. 그 이유는 내 자신이 출가자로서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애써 발심해 출가한 인재가 되돌아 나오는 일이 없도록 종단적으로 예비교육에 많은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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