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 특집 대담 - 출가 진흥을 말하다

저출산·고령화, 포교 부재 등
現 출가자 급감의 주요 원인
‘불교=고통’ 이미지 개선해야
출가포스터·콘서트 등 좋지만
사찰과 종립학교에만 홍보하나
대사회 메시지 전달력 강화해야

현재 한국불교는 ‘출가 절벽’에 마주하고 있다. 한국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1년동안 200명이 안되는 인원이 출가를 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이 올해를 ‘출가 진흥의 해’로 선포하고 적극적인 출가 정책을 진행 중이지만, 출가자 감소는 단편이 아닌 총체적인 문제다.

이에 본지는 불기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출가자 감소의 원인 분석과 이를 통한 출가 진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자로는 조계종 교육부장 진각 스님, 동학사 주지 유곡 스님,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김석희 광동중학교 교장이 참석했으며, 진행은 본지 김주일 취재부장이 맡았다.
정리=신성민 기자·이승희 수습기자

김주일 부장(이하 김 부장)=현재 한국불교는 출가자 감소가 심각하다. 원인을 분석해달라.
진각 스님=일단 출산율이 줄어 젊은이들이 많이 없다. 정부가 30년 전부터 저출산 고민을 했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고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아교육시설도 부족하다. 내가 출가했을 때는 출가자 수가 정말 많았다. 해인사에 출가했을 당시 1년에 400여 명이 넘었다. 수행과정을 매우 힘들게 진행해 그것을 견디는 사람만이 수계를 받았다. 출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받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하산하기도 했다. 국가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진 것과 더불어 불교계가 출가자들에 대한 배려, 교육, 관심이 부족했다.
유곡 스님=동감한다. 출산율 감소가 당면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가자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을 끌어들일만한 요인이 없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속세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하도록 하는 메리트(Merit)가 없다. 스님의 생활이 보람과 희망이 있고, 인생을 맡길만한 가치가 있고, 즐거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온다. 길거리에 다녀보며 우리 승복(僧服)과 속세 사이에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을 봤을 때, 과연 이 모습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가치가 변했다. 나는 삶이 윤택해지고 부처님처럼 내면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출가했지만, 후배가 될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후배들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진각 스님=세속인들이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때 권력, 명예, 친구, 돈이 따라오듯이 우리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출가를 끌어올지를 고민해야한다. 바깥세상의 치열한 경쟁을 놓아버리고 부처님의 삶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를 그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단 전체적으로 관심도 더 쏟아야한다. 과거에는 출가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가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다. 옛 스님들은 일반 중고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을 계속 관찰하고, 마음에 드는 학생은 집까지 찾아가 집요하게 권유해 출가 시켰다.
김석희 교장(이하 김 교장)=세속적 입장에서 봤을 때 부모들이 너무 자녀에게 몰입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만큼 자녀가 주체적으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부모가 대학교 때까지 자녀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삶과 세상에 대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스님들이 훌륭한 상좌들을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현재 상황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김응철 교수(이하 김 교수)=출산율 감소와 사회가치관 변화라는 외적요인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 매력적인 요인을 제공하면 출가자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매력을 주기 위한 출가 제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포교의 부재가 출가의 부재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하지 않으니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막은 셈이다. 또 하나는 출가 이후 오롯이 수행자의 삶을 살지 않고 환속하면 비하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럴 바에는 출가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많다.
대만이나 미얀마의 경우 자유롭게 출가하고 자유롭게 돌아간다. 상징적으로 일곱 번까지 드나들 수 있다. 출가경험을 쌓고 싶은 이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것이다.
종단에서 출가를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출가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한다. 자유로운 출가를 행하는 이들 중에서 평생 출가자도 나오거나, 자녀들에게 본인이 못한 출가를 권유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출가문화를 조성해야한다.

김 부장=엄격하고 틀에 짜인 승가생활에 대한 현대인의 두려움이 출가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진각 스님=불교가 승속과 거리가 있고 어렵게 비춰지는 이유로 언어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흔히 불교를 ‘고통의 바다’ 혹은 ‘고해’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다. 역으로 말하자면 부처님 뜻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 수행 생활이 매우 즐거울 수 있다. 불교가 대단히 합리적, 논리적, 과학적이고 정확한 근거를 들어 백팔번뇌 우주법계가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화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데, 이 점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해 어렵다는 오해를 산다고 생각한다.
유곡 스님=사실 사찰 생활이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경직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매우 재밌다. 친구, 눈물, 그리움, 아픔, 동지, 도반이 있는 다른 세계가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일반매체에서 불교하면 무조건 참고 인욕하는 모습만 비춰준다. 재밌는 일상의 모습도 노출할 필요가 있다. 종단과 포교원이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단기출가를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종단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출가하다 사회로 돌아가면, 마치 결혼한 뒤 소박맞은 것과 같은 낙인을 찍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뀌어야 한다.
김 교장=이야기를 들어보니 출가는 즐거운 것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세속의 즐거움이 아니라 수준이 높은 청정한 즐거움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즐거움에 대한 이미지화 정도가 너무 미약하다. 속인들 입장에서 보면 마치 해병대 같은 이미지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훈련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굉장히 평화롭고 좋아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과 연결된 게 아닌 동떨어진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여겨 ‘저들의 삶이 내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 교수=과거에 어머니의 권유로 8개월간 절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세속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내는 곳이었으며, 치병의 의미로 머물렀다. 이 말의 요지는 제대로 된 출가 통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종단에 연락을 해봐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단기출가의 경험을 하고 싶어도 스님과 개인적 인연이 없으면 쉽지 않다.
교육원에서 출가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모아 단기출가 경험과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출가자들이 늘 것이라 예상한다.

김 부장=현재 교육원이 활발하게 출가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해달라.
김 교수=포스터를 제작했지만 사찰에만 붙어있어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 포스터를 봐서 발심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만한 곳에 붙여야 한다. 공공장소, 대학가, 고등학교 등에 배포돼야 한다. 출가콘서트도 마찬가지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접근방법을 사찰에 공문을 보내 포스터 붙이는 것에 국한하지 말고, 불자들이 관심을 갖고 직접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2차적인 홍보의 방식이 필요하다.
김 교장=올해 ‘출가의 해’를 맞아 출가콘서트, 청소년 단기출가 특별법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 시행횟수나 지속력도 부족하다. 특히 출가콘서트가 대학을 위주로 했으면 한다. 요즘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휴학을 해서 어학연수와 아르바이트, 배낭여행 등으로 1년을 보내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렇듯 1년간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하는데 출가콘서트가 이들과 연계된다면 상당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가동호회도 생길 수 있다.
유곡 스님=포스터 한 장 만으로 누가 출가를 결심할지 의문이다. 스님들은 절대 단아하게 웃고만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차라리 불교계 언론을 통해 스님들이 도반과 더불어 밥 짓고, 빨래하고, 웃고, 싸우는 일상을 보여줘야 한다. 수행자의 삶을 즐기는 와중에 웃음 넘치는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할 필요가 있다. 지원을 강화해 일반 언론에서도 다양하고 현실적인 출가자들의 모습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출가 정책을 홍보·기획하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김 교장=최근 파주 보광사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포스터를 봤다. 보기는 좋았지만 막상 출가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받진 못했다. 포스터가 주는 매력은 있지만 ‘나’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진각 스님=그래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동영상 공모전도 진행했다. 대학가에서 종교와 관련된 일체의 행사를 허가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륜 스님, 원영 스님과 함께 출가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출가자의 고통 없는 삶이 있음을 안내해주려 한다. 동영상과 방송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지만 불교계 밖으로 이것들을 다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부장=은퇴자·고령자 출가 등 대안적 출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교수=출가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눴다. 가장 이상적인 출가는 발심출가다. 20~49세 이하의 시기동안 발심해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정상적 출가가 이상적이다. 그동안 동진출가가 이를 뒷받침해왔다.
요즘 월정사를 중심으로 단기출가가 생겼다.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기간출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만의 불광산사에서는 사찰에서 한 공부로 사회에 나가면, 어학 실력 하나로 먹고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엘리트로 교육시킨다. 스님과 학생들이 같이 공부하니 일반인들이 스님들에게 물들어 보통 60~70% 정도가 출가한다. 우리도 기간출가를 정하고 엘리트교육 기회를 제공해서 출가자를 끌어들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회향출가도 있다. 은퇴자 출가인데 이 경우 발심출가와는 구분해야 한다. 종단의 위계를 해치고 문화를 그릇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허용한다면,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발심출가다. 숫자는 적지만 출가자 수준은 꽤 높아지고 있다. 사회에서 석·박사를 마친 분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종단이 출가를 전향적으로 바라보고, 진정한 발심출가자는 소수정예화가 돼야 된다는 시각도 필요하다.
김 교장=주변에 40대 미혼 교사, 공무원들이 많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30대 미혼이 30%가 넘고, 40대 미혼도 굉장히 많았다.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을수록 결혼을 안하는 추세다. 이들에게 출가를 발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다. 또 요즘은 100세 시대이다. 퇴임 이후에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제2의 인생을 꿈꿔볼 수 있다. 실제로 50대 공직자들에게 퇴임 이후의 행적을 물었더니 1위가 여행, 2위가 봉사였다. 이들과 맞물리는 출가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유곡 스님=은퇴한 후에 오신 분들과 몇 십년을 헌신한 발심출가자를 구분할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더불어 꼭 삭발하지 않더라도 출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삭발염의와 함께 유발제자도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유발출가자들을 허용하면 자원봉사자 부족 문제도 해결되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도 합류해서 종단이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된 불자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그래서 나는 ‘도반마을’을 제시했다. 은퇴자들이 스님들을 모시고, 법당을 공유하면서 마치 유발수행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현재 가톨릭에는 부제 제도가 있다. 부제란 신부는 아니지만 신부처럼 헌신하고 봉사하면서 약간의 생활비를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천태종도 처사 제도가 있다. 승복을 입고 목탁을 치지만 호칭이 처사이다. 그들은 기도하고 염불하는 것이 의무다. 사찰 운영 방식도 여법한 제도를 만들어서 새로이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20대에게는 휴학은 기본
기간·단기출가 제도 활성화해
사회생활 도움됨을 알게 해야
스님과의 소통이 출가에 영향
종단 출가T/F 구성 ‘한목소리’
유연한 의례·복식 개정도 필요


본지가 진행한 출가 진흥 대담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석희 교장, 유곡 스님, 진각 스님, 김응철 교수, 김주일 본지 취재부장.
김 부장= 출가 예비인재를 기르는 종립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 교장=종립학교에서 교법사 생활로 시작해 관리자 역할을 맡기까지 올해로 30년이 넘게 흘렀다. 중학교 762명중 72%에 해당하는 550명이 수계를 받았고, 고등학교 1255명중 68%에 해당하는 850명이 수계를 받았다. 종립학교 운영은 불교신자수를 늘리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불교학생회와 졸업생을 대상으로 청년회도 운영해봤지만 출가의 경우는 극소수였다. 이유를 생가해보니 출가는 직접 스님을 대면해보고 직접 절을 방문해봐야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매 방학마다 가야하는 수련회에서,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 희망자를 받아서 절을 방문하고 스님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출가의 계기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김 부장=모범이 될 만한 승가상 정립이 중요하다고 본다. 불교계에서 일어나는 범계나 교단 갈등의 모습이 출가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나?
김 교수=어느 정도는 있다. 매년 11월 대검찰청에서 〈범죄백서〉를 발간한다. 이를 따르면 어떤 범죄는 종교인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이 저지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신뢰가 많이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대만은 스님들이 지키는 복잡한 계율을 7가지로 단순화했다. 예를 들면 ‘스님은 호텔에서 자지 않는다, 식육대처하지 않는다’ 등 간단한 것들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 어른 스님들부터 스스로 계를 다시 받아 정화작업을 펼쳤다. 우리도 내부에서는 복잡한 계율을 지켜나가더라도, 사회를 향해서는 단순화된 계율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김 교장=불교라면 다른 종교보다도 더 비폭력적이고 자비로워야 하는데 때로는 스님들의 모습이 굉장히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독신승들이 가지고 있는 냉정함이라고 할까. 나무가 뿌리 내리기 전까지 잘 돌봐줘야 하듯이 새로 오는 스님들에게 따뜻함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사형사제끼리 지켜봐주고, 지켜주는 자비로운 모습을 봤으면 한다.
유곡 스님=스님들이 청정한 삶을 산다면 범계 문제도 해결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잡음이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위의를 지키면 범계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종단에서 끊임없이 계도하고 새로 교육시켜도, 수행자 개개인의 문제이기에 쉽지 않다. 자각한 한 사람이 인류 전체를 구도할 수 있는 것처럼, 스님들 개개인이 자각되어 있다면 이런 문제는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각 스님=대만은 말만 국교가 아니지 불자가 70~80%로 거의 국교나 다름없다. 계율을 바탕으로 신뢰감을 줘서 부처님 사상이 완전히 생활화 되었다. 한편, 유럽의 가톨릭은 범계 때문에 위태해져 개혁주의자인 새 교황이 들어왔다. 일반 스님의 위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종교지도자가 지키는 위의는 남달라야 한다. 불특정다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 존자가 존경받는 이유는 부처님 법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김 부장=현재 행자교육이나 승가대학의 현대화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교육내용은 교육원에서 열심히 보완해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자 시대가 다시 오는데 한자를 포기한다는 느낌이 든다. 동아시아 공통점은 한자다. 종단 교육이 너무 한글화만으로 획일화되어 있어서 한자를 연구하고 싶은 스님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은 문제다. 그 외에는 일반 강원에서도 현대적인 교육내용과 방법들을 사용하는 등 많이 바뀌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본다.
유곡 스님=한문을 접할 수 있는 창구를 차단시키는 것은 문제다. 강의가 너무 많아 한자를 익힐 시간이 없다. 교육원의 현대화는 필요하지만 전통적인 교육도 한편으로는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든다. 한글과 한문을 병행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 세속에서는 한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막상 절에는 한문을 연구하는 인재가 없어 안타깝다. 윗세대가 사라지면 한자를 아는 스님들의 대가 끊길 것이다.
진각 스님=현대적으로 재편된 승가대학에서 공부량이 상당하다. 전통교육만으로 신심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완해야한다. 그간 전통 교육을 해왔지만 고문 해석에 대한 전문가나 선지식이 많이 배출되지 않았다. 물론 한문이 ‘뜻 글자’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있지만, 현재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로 염불하고 배워야 한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한문을 사용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문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한글이 근본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김 교수=가톨릭 신부들은 라틴어를 배우고 이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단순히 대중포교만은 위해서는 한글이 쉽기에 받아들여야 하지만, 일반인과 구분 지을 수 있는 스님만의 특별한 능력을 지녀야 하는데 그것이 고전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김 부장=마지막으로 재가자 패널들에게는 출가진흥책에 대한 의견을, 스님들에게는 출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의 말을 묻겠다.
김 교수=스님들이 유발상자 제도를 활성화해서 일반 젊은 층과 접촉을 넓혀갔으면 좋겠다. 스님과 접촉하는 와중에 출가·발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사찰과 학교가 더 많은 결연을 맺어야한다. 종립대학 수가 30~40여 개가 채 되지 않는데, 이로는 전국화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주요사찰 본사는 지역 학교에 연대와 후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스님들이 대중과 접촉을 넓혀가야 한다. 사찰로만 불러 모으려고만 한다면 포교의 한계에 부딪힌다.
김 교장=스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내 인생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기회, 절집에 가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불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진로가 될 수 있는데, 나와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느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100일 출가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불교의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유곡 스님=출가 수행자로 산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 있다. 삶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선뜻 이 문을 들어서기가 두렵겠지만, 막상 들어서면 우리 삶을 벗어나지 않는 신세계다. 차원 높은 가치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다.
진각 스님=출가 전후의 삶은 확실히 구분된다. 출가 전에는 나를 위한 욕심으로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하는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이곳은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경쟁관계가 아니다. 다른 이가 성공해도 내가 뿌듯하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 인해 더욱 행복해진다. 주는 행복이 매우 크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자 출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출가는 여러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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