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성소수자 18명 현상학적 연구 결과 발표

동국대 외래교수 효록 스님 등
성소수자 인식 속 불교 연구
종교적 역할과 기대방향 모색도
인권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자신의 자녀가 성소수자더라도 핍박하고 반대만 할 수 있을까요? 육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처럼, 아니 어쩌면 성소수자들은 더 큰 정신적 아픔을 혼자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이들에 대한 이번 연구가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라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이하 불사연)427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보고서를 공식 발간했다. 종교계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실시한 것은 최초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는 왜 성소수자에 주목하는가. 불사연 측은 팔리어 율장에 나타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소개하며 ()과 관련해 붓다는 출가한 사람의 도덕적 생활에 대해 문제를 삼았을 뿐 일반 재가자들에 대해 도덕적 평가는 거의 하지 않았다불교교단에서 동성애가 비난을 받았다면 동성과 성행위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계율로 금지된 성행위 일반을 범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불사연 측은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치와 오해가 깊고, 성적 관념이 매우 협소하다따라서 중생의 심리적 고통 해결을 큰 화두로 삼는 불교가 성소수자들의 남다른 고통에 관심을 갖고, 붓다와 같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불자 성소수자 법회에 참석 중인 9명 포함 총 18(게이12레즈비언4양성애자1트렌스젠더1)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인식 주체가 경험하는 의식작용을 탐구하는 철학적 방법론)를 통해 이뤄졌다. 이중 8(참여자1~8)은 포커스 그룹으로 나누어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고, 13(참여자 A~M)에 대해선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임연구원은 동국대 외래교수이자 불자 성소수자 법회 지도법사 효록 스님이 맡았으며, 감사는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 상담심리학 교수, 연구보조원은 박상준 서울불교대학원대 상담심리학 박사수료생김광미 서울불교대학원대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생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과반수의 참가자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불교의 태도가 관대하고 수용적이라 답했다. 이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해 6성소수자 초청법회를 봉행하고, 성소수자 퀴어문화축제에 동참하는 등 불교의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참여자1불교는 종교 중 유일하게 교리 자체가 차별을 금지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존재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어떤 공식 입장 없이 미온적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참여자6대부분의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것이 불교가 가진 전반적인 문제다. 인권의 한 부분인 동성애 문제에 대해 불교가 진정 관심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I사회노동위원회나 효록 스님이 성소수자를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조계종단 차원의 입장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이웃종교가 성소수자는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배타적인 반면, 불교는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 주목한단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참여자1기독교는 동성애를 에이즈항문성교 등과 연계해 비난하기 때문에 불교는 인권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란 붓다의 가르침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지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참여자들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불교경전 연구 인권감수성 향상 교육 성소수자들을 위한 포교 정책 개발 등의 기대사항을 제안했다.

이번 보고서 발간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요청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불교계 내부에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켰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효록 스님은 스님들은 대중들이 처한 현실에 서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성찰공감하며 치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이를 위해선 변화하는 사회와 대중을 알아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경전연구와 더불어 인권적 차원으로 접근,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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