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구호단체 NGO (사)굿월드자선은행

(사)굿월드자선은행은… 2001년 전북지역 불자 30명 소년소녀가정 어린이들의 장학금 지원사업을 위해 ‘자선은행’으로 시작됐다. 초대 이사장에 이상직(이스타항공 회장)이 취임했고, 2016년 2대 이사장에 양종헌(주 트랜스헬리 이사) 이사장이 취임했다. 2009년 (사)굿월드자선은행으로 재 출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은 2005년 굿월드의 지나데이케어센터 학용품 전달식 모습이다.
“진정한 구호는 변화시키는 것”
2001년 전북지역 불자 30인 창립
소년소녀가정 어린이 장학사업 시작
한 계좌 3천원, 30계좌 3000계좌로
국내 250명, 해외 52명 장학금 지원

해외 장학사업 재난지역 구호사업
2014년 필리핀에 유치원 2곳 개원
“구호가 포교의 수단 되어선 안 돼”
매년 필리핀 어린이 202명 지원

빈곤, 지금까지 인류에게는 여러 형태의 ‘빈곤’이 있어왔다. 그 중에서 부(富)의 차별화로 인한 물질적 빈곤의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빈곤’이다.

하지만 부의 차별화에서 시작된 물질적 빈곤의 문제는 상대적인 ‘인식’의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나 인류 전체가 전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부의 차별화’를 논하기 이전의 문제인 ‘절대적 빈곤’의 문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원인이 무엇이든 사회적 차원과 인류적 차원의 고민과 해결을 위한 실천이 있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 근거는 그 절대적 빈곤의 원인이 대부분 선택이 아닌 불가피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고, 그 불가피성이라는 것은 그 사회와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간접으로 관여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의 근거를 부처님 말씀으로 이야기 한다면 다름 아닌 ‘인연법’일 것이며, 그 실천은 ‘회향’일 것이다. 그 중 그 빈곤의 문제가 아동의 문제일 때는 그야말로 사회적, 인류적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할 문제이다. 그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인 불자들이 있다. 어린이 구호단체 NGO ‘(사)굿월드자선은행(이사장ㆍ양종헌)’이다.

데이케어센터 아이들이 가톨릭 의식으로 아침 조회를 하고 있다.
어린이는 보호되어야 하는 ‘미래’
국적과 민족, 종교와 문화, 정치와 지역을 초월하여 이 땅에서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진 (사)굿월드자선은행(이하 굿월드)은 2001년 전북 지역의 불자들 30여 명이 모여 지역의 소년소녀가정 어린이들의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모두에 언급한 것처럼 소년소녀가정의 어린이들이야말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불가피성의 원인으로 인한 절대적 빈곤을 겪고 있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장학금은 한 계좌당 월 3천원의 후원금을 모금하여 마련하기로 했다. 3천 원짜리 후원 계좌 30 개. 굿월드는 그렇게 시작됐다. 거창한 발족식도, 모금을 위한 성대한 행사도 없었다. 특별히 앞에 나선 사람도 없었다. 어느 날 누군지도 모르는 입에서 어린이를 돕자는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그렇게 모인 단체가 현 굿월드의 전신인 ‘자선은행’이다.

“어린이는 작게는 부모의 책임과 크게는 사회의 책임으로 보호되고 길러져야 하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정의 미래이고, 한 사회의 미래인 것이죠. 그런 어린이가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아니 최소한이라도 누려야 하는, 어린이로서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일상과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가 바라봐야 할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그 어린이에게 그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다름 아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선은행’은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최소한의 교육’에서도 멀어질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양종헌 이사장의 말이다.

후원 계좌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30명이 50명이 되고, 50 명은 100 명이 되고, 후원금은 점점 늘어갔다. 자선은행은 어린이들의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독거노인과 차상위 계층의 생활비 지원, 속초 지역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무료급식 ‘자그만 국수집’ 운영 등 사업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갔으며, 해외지역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해외 재난 지역에 구호물품과 구호금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2015년 필리핀 굿월드 데이케어센터의 크리스마스 파티 모습.
해외 어린이도 ‘어린이’
2009년 9월 2일. 자선은행은 이때 ‘사단법인 굿월드자선은행’으로 재탄생한다. 본격적인 해외 어린이 장학 사업을 위해서다. 당시 자선은행 회원이 필리핀 여행 중에 마닐라 인근 수캇 빠라냐케 다리밑 판자촌을 보게 된다. 주민들은 썩은 물이 흐르는 강물 위에 판자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수시로 집들은 무너졌고 주민들은 썩은 강물 위에 다시 집을 지어야 했다. 그들의 힘겨운 생활과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물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국적과 인종의 경계를 무색하게 했다. 법인으로 재탄생한 굿월드는 판자촌 32가구의 어린이를 위해 월 1회 쌀 15kg과 학비 500페소를 지원했다. 굿월드는 2012년까지 지원사업을 이어갔으며, 주민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 이주대책을 요청했다.

쓰레기 산에 핀 학교
2014년 7월 11일, 필리핀의 라구나주 산페드로시 사우스빌에 유치원(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굿월드 사우스빌 스테픈 데이케어센터’다. 굿월드가 세운 학교다. 4~5세의 어린이를 위한 학교로 168명이 정원이다.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 사우스빌 지역은 필리핀 정부가 마닐라 수캇 빠라냐케 다리밑 판자촌 지역 주민을 비롯해 도시 빈민 주민들을 정책적으로 이주시켜 조성한 마을이다. 이곳은 마닐라 등 인근지역의 모든 쓰레기가 모아지는 쓰레기 매립지이다. 일명 ‘쓰레기 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약 2500가구 1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은 편부모 가정이거나 조손가정으로 열악한 환경의 가정이 대분이다. 주민의 절반 정도는 도시로 나가 일을 하고 절반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생품 수집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생활과 교육은 ‘열악’ 그 자체다. 2013년 굿월드의 지속적인 이주요청으로 수캇 빠라냐케 다리밑 판자촌 주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굿월드는 이곳에 주목하게 됐고, 유치원을 세우게 된 것이다.

“필리핀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주를 시키긴 했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유치원 졸업장이 있어야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유치원을 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학교를 짓는 일은 그동안 해왔던 사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습니다. 특히 재정적으로 쉽지 않았죠. 그런데 우리가 필리핀에 유치원을 짓겠다고 하니까 후원금이 늘더라고요.” 현장 주민들과 함께 공사를 진행한 김규환 사무국장의 말이다.

7개월의 공사 끝에 유치원은 문을 열었다. 교실 3칸, 주방 1칸. 공사는 현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참여’라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1회성의 원조가 아니라 그들에게 ‘삶’의 모습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굿월드는 같은 해 10월 13일, 필리핀 까비떼주 망가한시 제네럴 트리우스 판자촌에도 같은 형식의 ‘지나데이케어센터’를 개원했다. 역시 4~5세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이며, 정원은 34명이다. 두 유치원 모두 교육과정은 2년으로 유치원의 교육 시스템을 필리핀 정부에서 진행하고 굿월드는 어린이들의 식사와 학용품, 의류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우리는 매일 꿈을 꾸어요.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어요. 우리는 부자이든지, 가난한 사람이든지, 어느 나라에 사는 사람이든지, 누구든지 모두를 사랑해요. 우린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른들이 우리를 이끌어 주어야 해요. <중략> 우리 모두를 위한 미래의 나라를 만들 꿈을 꾸어요.”

노래에 맞춰 굿월드 사우스빌 스테픈 데이케어센터의 졸업생 어린이 168명이 댄스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며칠 후에 있을 졸업식 공연을 위한 연습이다. 필리핀에서는 시 전체 어린이들이 한 체육관에 모여 졸업식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말 할 줄 모르고 나서지 못하던 아이들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자신 있고 활발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구호와 진정한 보시는 1회성의 원조가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변화된 모습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부모들 역시 아이들의 학교를 손수 지으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나 뭐 하면 되요?”
“그거 내가 할게요.” “‘그건 뭐하러 해? 그걸 내가 왜 해?’ 하던 주민들이 그렇게 달라졌어요. 지금은 무엇이든 서로 하려고 합니다.”

“당신들은 왜 우리를 돕는 거죠?”

“저희들(굿월드)의 다음 사업은 해외 보건소 설립입니다. 굿월드가 하고 싶은 일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고, 아이들에겐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은 종교나 사상, 국적, 인종을 내세울 일이 아니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인류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 중 누군가 묻더군요. 당신들은 왜 우리를 돕느냐고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불자들입니다. 불자란 무엇이냐. 부처님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처님이 그렇게 사셨습니다.’라고요. 필리핀은 가톨릭을 주종교로 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처님을 이야기했을 때, 그들은 아무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많은 구호단체와 봉사단체가 포교를 염두에 두고 현장을 갑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보시’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보다 우선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포교는 종교를 심고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일이 부처님의 삶이라는 것을 알리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 굿월드는 지금까지 국내 어린이 250여 명과 해외 어린이 52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매년 필리핀 어린이 202명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30명으로 시작한 후원인은 2016년 현재 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Good World를 위해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였다. 매일 꿈을 꾸는, 누구든지 사랑하고, 어른들이 이끌어주어야 하는.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시절의 기억대로 살지 못한다. 앞서 말한 절대적 빈곤을 인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아마도 인류의 대부분이 그 어린이의 기억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절대적 빈곤을 일으킨 불가피성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그 결과들이 그 동심의 상실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동심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들이 만들어낸 우리의 인연법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더 많은 제2, 제3의 굿월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good world(굿월드)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굿월드는 오늘도 good world를 만들기 위해 힘겨운 어린이들을 찾아 나선다. (사)굿월드자선은행 후원전화 1661-9585.

굿월드자선은행 이사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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