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교정활동에 발을 디딘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교도소에서 첫 법회를 진행할 때였다. 오전에는 이미 경찰서에서 범죄없는 세상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 상태였다. 강단에 서자 어떤 법문을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재소자들에게 어떤 말이 와 닿을지 고민하다가 내가 몸소 체험한 인연법을 털어 놓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날 몸이 아파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출가의 길을 떠났다. 이후 6년이 지나, 아들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떠나게 된 사연이 있다.

법문을 하면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나는 내 아들을 통해 옛날 내 부모에게 불효한 일을 스스로 반성하고 그런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는 이야기로 법회를 마쳤다. 큰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고, 모두가 함께 울고 말았다.

한 재소자는 “스님의 법문에서 업은 스스로 지은 만큼 자신이나 그 자식에게 돌아간다고 하는데 제가 지은 죄가 너무 무섭고 두렵다”며 울부짖었다.

나는 참회와 함께 남을 위해 내 몸을 희생하는 새로운 삶을 살라고 주문했다. 이 재소자는 이후 모범수가 되어 형기를 대폭 줄이고 출소했다.

우리 속담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참회를 통해 발심한 이들은 또다른 우리 주변의 이웃인 것이다.

처음 교정활동을 진행한 청주 여자교도소에서도 참회의 삶으로 한 여성을 계도한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은 남자친구의 변심으로 사건을 일으키게 됐고, 그로 인해 사회와 격리된 상태였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젊은 청춘을 그늘에서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문 끝에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면회를 요청하는 말에 그 남자친구는 화를 내며 연락을 끊었다.

차마 이런 상황을 전할 수 없었다. 그 여성에게 나는 “성실한 삶을 통해 새로운 원동력을 얻는다면 그 것이 업을 해소하는 길이고, 또 다른 인연이 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급하게 청주교도소로 자리를 옮기게 됐지만 이 여성재소자의 상담은 계속 하기로 했다. 이 여성은 전일작업반으로 자리를 옮겨 성실히 생활을 했고,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됐다. 출소 후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젊은 교정위원들에게 선배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정교화 대상자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먼저 재소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과 함께, 이들이 진심으로 이에 대해 참회해 과거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도소에서는 단순한 작업지식을 전하고, 또 법회에서도 부처님 법문과 지식을 전하는데만 치우치고 있다.

지식을 전달하고 교리를 말하기보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공감해 발심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정인도 하루 이틀 정도의 수감생활을 함께 체험하고 긴 시간을 재소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참회에 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점수를 정해 특별 가석방을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교정교화는 재소자들이 스스로 참회의 마음을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소자의 악한 마음이 스스로 소멸될 때 밝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발심이 생긴다. 참회로 이끌고 정서적 불안함을 따듯한 부모의 마음으로 녹이는 교정위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