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는 나니까

글 성전 스님|담앤북스 펴냄|1만 4천원
2013년 이후 신문칼럼 등 91편 실어
절집풍경, 구법여행기 등 소재 다양

잔잔한 감성적 필체로 불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해주는 성전 스님이 4년 만에 산문집을 펴냈다. 성전 스님은 남해 염불암서 주석한다. 암자를 찾은 사람들이 가끔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 적적하지 않으세요?” 스님은 답한다. “가끔 적적하고 대개는 괜찮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스님이 다시 웃으면서 답한다. “나는 나니까요.” 이 책 제목인 이 말은 성전 스님이 외우는 일종의 행복 주문이다.

“나는 나니까 라는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곧 상황이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 가는 것이 바로 주인의 삶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있어도 즐겁고 외부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번에 펴낸 산문집에는 총 91편의 글이 실려 있다. 스님이 2013년부터 신문 칼럼에 연재한 것에다가 최근에 쓴 글을 보태 한 권으로 엮었다. 책 속에는 절집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랫마을 할머니의 귀여운 하소연 같은 소소한 일상서부터 실크로드로 떠난 구법(求法) 여행기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성전 스님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 나에게서’ 희망 찾는 법을 들려준다.

또한 책에는 땅에서 넘진 자들이 짚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스님이 전하는 희망은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지혜와 마음가짐 그 자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성전 스님은 한때 ‘라디오 스타’였다.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 〈행복한 미소〉 DJ 시절,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불교TV의 〈뮤직에세이 편지〉 진행자를 맡고 있다. 방송 일로 가끔 서울에 머물지만 대개는 산사서 지낸다. 산중에 살아도 적적하지 않은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나는 나니까’ 하는 마음가짐 덕분인데, ‘절친들’의 공(功)도 크다고 스님은 피력한다. 남해 푸른 바다와 호구산, 밤새 절 마당을 지키는 달빛, 사철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모두 스님의 벗이다. 숲은 계절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 진리를 색(色)으로 보여 주는 존재요. 달빛은 겸손과 부드러운 말씨의 미덕을 말없이 비추는 벗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겨울나무는 여름날 무성한 녹음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겨울나무에 봄이 오는 것을 보십시오. 얼마나 어여쁘게 옵니까. 그것은 모든 것을 놓아 버린 겨울나무가 회복해 낸 희망입니다. 놓을 땐 완전하게 놓으십시오. 그 순간 당신의 삶은 축복이 될 것입니다.”

스님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을 치켜세우지만, 사실 스님의 수행 도량은 경계가 없다. 산중의 절은 물론 병원과 공항, 미얀마의 어느 허름한 골목까지. 스님은 당신이 머무는 모든 시간과 장소를 마음 도량으로 삼는다. 그것이 스님이 생각하는 바로 ‘마음의 힘’이다.

크고 작은 일상서 자신의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을 마주할 때마다, 그 일로 좌절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실망할 때마다 성전 스님은 다시금 ‘마음의 힘’을 떠올린다.

성전 스님은 “이 길 위에서 나는 생각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과정이고 우리들 고통의 원인은 사건이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우리들의 방식에 있다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습니다.”이라고 설명한다.

먹고 사는 일이 힘겨워 주저앉은 이들, 사람에게 상처받아 괴로운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성전 스님이 건네는 희망은 다름 아닌 ‘마음’이다. 다른 누구의 마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것 말이다. 책에는 바로 지금 여기서,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성전 스님은 책 속에서 조언한다. “문제를 좇아가지 말고 마음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이 문제를 대하는 가장 바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산을 다 가죽으로 덮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발을 가죽으로 감싸기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쉬운 일은 마다하고 온 산을 가죽으로 다 덮는 그 어려운 일을 하고자 오늘도 헐떡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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