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소통법 ①

▲ 승한 스님은…중앙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서 동양철학과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신문 및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동시가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등 몇 권의 산문집과 시집, 동화책이 있다. 현재는 빠리사선원장과 행복단추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이혼, 이해·소통 부재서 비롯
자신의 틀에서 상대 보려해
서로 입장에서 를 봐야
소통 잘하면 자녀도 보고 배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스님들 사이에선 그런 일이 많다. 그러나 가족은 다르다. 아무리 싫어도 함부로 떠날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남편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아내가 하는 행동마다 얄밉고 보기 싫어도 쉽게 가정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백년가약이라는 아름다운 언약을 내팽개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아름다운 언약을 버리고서라도 가정을 떠나고 싶어 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혼율이 그것이다. 예식장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 것을 맹세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왜 그토록 많은 부부들이 가정과 가족을 버리고 이혼의 길을 선택할까? 이유는 딱 하나, 이해와 소통의 부재다.

한 번은 40대 후반의 L여인이 남편과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중이라며 찾아왔다. 이유인즉, 남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자녀 앞에서 행패를 부리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손찌검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남편의 직업은 의외였다. 모 국가중앙부처의 촉망받는 중간 간부인데다, 실력이 좋아 동료들보다 승진도 빠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언제부터 그런 버릇이 생겼는가를 물었다. 여인은 10여년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럼 그 전에는 어땠냐고 물었다. 여인은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집에도 일찍 들어오고 참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난 뒤부터 점점 말이 없어지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들이 많아지더니 지금은 가족들과 거의 말도 하지 않은 채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 가족들을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술에서 깨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모습으로 출근하고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여인의 하루 생활에 대해 물었다. 여인은 둘째가 태어난 뒤론 거의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고 했다. 두 아이들 키우는데 바빠 남편과 단둘이서 영화 보러 가는 것은 물론, 여행 한 번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답은 나왔다. 남편은 지금 가족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었다. 동료들보다 더 빨리 승진을 했다는 것은 남편이 직장에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다. 상사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참고 살았을 것이다. 집에 오면 그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들 키우는데 바빠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지는 않은 채 아이들에게만 매달리고 가정 일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오히려 짜증을 냈던 것이다.

나는 여인에게 처방을 내렸다. 남편의 일정을 알아낸 뒤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거실에 꽃꽂이를 해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화장을 곱게 한 뒤 연애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 남편을 살갑게 맞으라고 했다. 식사 후엔 이벤트도 준비하라고 했다. 식탁에 촛불을 켠 뒤 잔잔한 음악을 틀고 남편에게 포도주 한 잔을 건네며 당신 그동안 우리 가족 먹여 살리느라 고생 참 많았지. 내가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먼저 말을 건네라고 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해있던 남편이 포도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 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여인에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당신을 이해해주지 못해 오히려 내가 미안해.”

모든 고통은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부터 생겨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세상을 자신의 사고의 틀로 바라보려 한다. 자신의 안경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풍경만 보려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본 풍경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대인관계, 특히 가족관계는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진정한 가족관계를 이룰 수 없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것,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한 가정으로 가는 가족 소통법 제1 원칙이다.

L여인과 남편도 그랬던 것이다. 연애시절엔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화장도 곱게 하고 옷도 잘 골라 입던 아내가 결혼한 뒤엔 화장도 잘 하지 않고 옷도 멋대로 입고,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아이들에게만 온갖 정성을 다 쏟다보니 남편은 어느 샌가 자신이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하게 되고,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 채 L여인은 L여인대로 가족 일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깊은 불만을 품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해는 치료제다. 우리가 아내, 혹은 남편이나 자녀, 또는 다른 가족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실수를 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나쁜 의도나 악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L여인과 남편처럼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이해와 소통이 더욱 중요한 것은 부부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로 자녀들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부가 행복하면 자녀들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엄마 아빠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행복하게 잘 사는데 아이들이 엇나갈리 만무하다. 또한 서로 이해와 소통을 잘 하는 부모가 자녀들을 억압하고 학대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조정하려고 할리 만무하다.

소통을 잘 하는 부모는 자녀들과도 소통을 잘 할 수밖에 없다. 서로 소통을 잘 하는 부모의 마음은 배우자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소통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활짝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내 방식이 아닌 상대방의 방식으로, 내 안경이 아닌 상대방의 안경으로, 내 틀이 아닌 상대방의 틀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머리 마음(생각)이 아닌 가슴마음(정서, 느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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