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해우소를 다녀오는 길에 달을 만났다.

제가 여기 계신 달님 보러 이렇게 왔습니다.’라고 하니 달은 푸른 웃음을 짓는다.

다시 방에 들어가 남은 잠을 자기엔 아쉬운 새벽이었다.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대웅전에서 새어나오는 노란 불빛에 나방처럼 다가섰다. 법당 안에는 새벽 예불을 준비하느라 불을 밝히는 노보살이 혼자 합장을 하고 있었다. 들어설까 잠시 주춤하다가 가만히 돌아섰다.

내가 오롯이 홀로 있고 싶은 순간의 마음이 날 붙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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