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곧 계급이다. 최근 부모의 경제력으로 계급을 금수저·은수저·흙수저 등으로 구분하는 흙수저 빙고가 유행하는 것도 현대사회에서 재물이 갖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이 같은 재물에 대한 정신적 꺼둘림을 경계한다. 그래서 달라이라마는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다는 말을,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부처님도 역시 재물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문제가 있음을 설했다. 일평생을 경영학에 매진한 윤성식 고려대 교수는 1122일 서울 불광사 일요초청법회에서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고 했을까라는 주제로 법문했다. 윤 교수는 집착하지 않으며 벌고,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리=윤호섭 기자

재물의 증감에 매달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 바라보라
잘 벌어도 쓰는 게 가장 중요
중도적 소비로 집착 버리자

▲ 윤성식 교수는… 1953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학사,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교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버클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공인회계사이며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불교자본주의〉, 〈부처님의 부자수업〉 등이 있다.
저는 우리가 아주 심각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중산층이 전 세계적으로 붕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두고 199의 사회가 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상위 1%를 제외한 99%는 세상을 살아가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상위 1%는 경제력이 어느 정도 될까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총 자산 40억 원 이상(금융자산 10억 원 포함), 연소득 15000만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지인들 중에 의사나 변호사, 장관 등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좋은 시절 다 지났다는 겁니다. 옛날보다 훨씬 살기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뉴노멀(new-normal)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새로운 정상, 어떤 의미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노멀은 경기가 반등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경기가 침체되면 회복했습니다만 최근에는 회복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침체가 계속되죠. 혹시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를 의미하는 잃어버린 10을 아시나요? 지금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합니다. 근데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르다고 하지만 전 세계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뉴노멀입니다. 시대변화에 따라서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근래에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에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2016년보다 2017년이 더 어렵고, 그 이후에는 별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대개 정부나 공무원들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긍정적으로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시대에 부처님 말씀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불교를 좋아했다

제 강의 주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아하실 겁니다.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고 했을까?’니까요. 불교라고 하면 돈을 멀리 해야 할 것 같고, 나쁜 것 같이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또 버려야 할 것 중 제일 먼저인 게 돈이라고 들어보셨을 테고요. 그런데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고 하셨을까요?

재미있는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각 나이대별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조사였습니다. 그랬더니 20대부터 50대까지는 시간이 있을 때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데 60대부터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젊었을 때 돈을 많이 벌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습니다. 나이가 들면 돈으로 인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겁니다. 인생의 긴 시간을 돈 때문에 힘들게 살아야 하는 현실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부자들이 좋아했던 종교가 바로 불교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농업사회에서 신흥상공업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도시귀족이라고 불렀는데요, 어떤 학자는 불교가 부자들한테 인기가 좋았던 이유는 도시귀족들의 문화와 불교교류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불교는 상업불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부자들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무역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佛法)을 전파했답니다. 그래서 상인들의 활동범위에 따라 불교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죠. 그리고 상인들은 돈을 벌어서 보시를 했습니다. 불교교단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겁니다.

실제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시고 최초에 사찰을 갖게 되는데 그 사찰은 부자가 기증한 땅에 지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자를 장자라고 표현하는데 어느 장자가 부처님께 땅을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땅 위에 왕이 건물을 지어줍니다. 게다가 공무원을 파견해서 원활한 교단활동이 이뤄지도록 돕게 했습니다. 불교는 돈과 멀 것만 같지만 우리의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돈과 관련된 부처님 말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벌이 온갖 꽃을 채집하듯이 밤낮으로 재물을 얻으라 별역잡아함경
재물을 현재에 가지면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증일아함경

돈 많으면 좋죠. 나도 실컷 쓰고 주변도 돕고, 보시도 하고. 경전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구절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물론 혹자는 말합니다. 세상 모두 , , 하는데 불교까지 그렇게 얘기하면 삶이 참 힘들다고요. 그것도 맞는 얘기지만 이는 불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 불교를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또한 허무주의나 염세적 철학으로 해석해도 안 됩니다. 게으름을 불교적인 것으로 합리화해서도 안 되고요. 돈 그 자체가 헛된 것이 아니고 돈에 집착하는 인생이 헛된 것입니다.

돈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 사람 탓이죠. 그러니 돈 자체를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경전에서도 돈이 늘거나 줄어드는 것에 대해 좋아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또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바라봐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갖고 있는 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가정으로 출발한 연구입니다. 물론 살면서 돈에 얽매이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일정 수준을 넘겼을 때 어떻게 됐을까요? 일정 수준을 넘어도 돈이 늘어나면 행복지수 또한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돈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 행복지수도 멈추고요. 그만큼 사람들이 돈에 집착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겁니다.

버는 것과 쓰는 것 구분하라

불교하면 또 무소유가 대표적이지 않습니까? 무소유는 분명 의미 있는 가치입니다. 저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불교도 처음부터 무소유를 추구하진 않았습니다. 불교의 오계(五戒)와 비슷하게 자이나교에도 오계가 있는데 여기에 무소유가 들어갑니다. 불교에는 무소유가 아닌 불음주가 들어가고요. 물론 우리가 단순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무소유는 충분히 불교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무소유가 의미 있는 것이지, 무소유를 실천하겠다고 돈을 벌면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능력이 없어서 무소유를 찬양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래서 경전에서는 무소유를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더라도 집착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최근에 제가 부자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 부부는 큰 사업을 하고 있었고, 재산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죠. 물론 세금을 낸다고 해서 가계에 지장은 없습니다만 그 액수가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컸습니다. 남편은 이를 두고 밤낮으로 끙끙 앓았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그렇게 앓고 있을 필요 없다. 우리 돈 많지 않냐. 사업하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으로 생각하자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둘은 서로 부부이고 부자이지만 부인은 무소유고, 남편은 무소유가 아닌 겁니다.

부처님은 그래서 돈 버는 것과 쓰는 것을 구별했습니다. 좋은 곳에는 열심히 쓰는 것이 좋지만 소비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있어 절제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부처님은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셨을까요?

첫째는 능력입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 중에 능력 없는 사람은 드뭅니다. 근면이나 기술, 창의성, 의사결정능력 등등 많은 것이 포함되겠죠. 잡아함경에서 부처님은 저 늙은 부부가 젊었을 때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했더라면 슈바라스티성에서 첫째가는 부자 장자가 됐을 것이라며 근면을 강조했습니다. 중아함경에서는 마땅히 먼저 기예를 익히라. 그래야만 재물을 얻으리라며 공부와 기술 등 재주를 강조하셨고요. 욕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둘째는 모험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모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죠. 보통 배짱으로는 어려울 겁니다. 다만 모험이 도박이 돼선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도 도박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경고하셨습니다. 모험은 하되 도박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셋째는 행운입니다. 본생경에는 재주가 있는 자라고 할지라도 행운이 없는 자는 재물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열심히만 해서는 마음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얘기에 혹시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꿈을 낮게 가졌다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부자 되는 데는 이유 있다

어느 학자가 미국의 부자 100명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처음부터 부자가 되기 위해 계획한 사람은 거의 없었답니다.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부자가 된 경우가 많았답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기 마련이지만 부자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부자가 되려고 매달리다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불교신자로도 잘 알려진 스티브 잡스는 돈을 벌려고 물건을 만든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가족 또는 친구가 이 물건을 쓴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강조했죠. 그가 핸드폰에 필요한 배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에게 잘 만들라고 말했을 때 엔지니어는 고객은 핸드폰에 들어간 배선을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대 스티브 잡스는 내 눈에는 보인다고 했을 만큼 제품에 정성을 기울였고, 그 핸드폰은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표현 중에 가난한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죠. 저는 이걸 부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바꿔 말합니다. 부모덕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부자가 된 사람들은 습관이나 태도, 사고방식부터 다릅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나쁜 습관이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부자의 70%는 그렇다고 답한 반면, 가난한 사람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일주일에 4번 이상 운동, 책 읽는 습관, 매일 할 일 적어두기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요. 그래서 부자는 주로 아이디어와 정보 교환을 많이 하고, 가난한 사람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등 가십거리를 얘기한다고 합니다.

최근 부자들의 소비패턴을 중산층이 많이 따라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곧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사치와 인색을 모두 배격하셨습니다. 다만 부자는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조금 더 많이 써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아무리 부자라고 하더라도 금으로 만든 휴대폰을 쓴다거나 하는 사치에 대해서는 경계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돈에 매달린다거나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아무 생각 없이 소비를 하고 있진 않습니까? 부처님은 중도적 소비를 강조하셨습니다. 열심히 벌되 소비할 때는 자신의 능력을 잘 따져가며 하시길 바랍니다. 저축하고, 여윳돈으로 투자하고, 또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보시하며 참된 소비를 실천하는 불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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