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밀조사결과 발표, 문화재청 “확대 해석 무리, 조사 진행”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논란이 일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한 국과수 조사에서 위조 흔적이 밝혀졌다. 증도가자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문화재청은 이번 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정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10월 26일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옛 금속활자 7개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금속활자 1개를 조사한 결과 고인쇄박물관의 활자 7개에서 위조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2010년부터 최고 금속활자 논란이 지속되자 최근 위 금속활자 8개에 대해 3D 금속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통한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국과수 “안밖 성분 달라, 땜질 흔적도”

국과수는 “고인쇄박물관의 7개 금속활자 모두에서 인위적인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 CT 및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 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국과수의 금속CT 결과에서는 7개 활자 외곽을 균일하게 둘러싼 또 하나의 단층이 발견됐다. 활자 안쪽과 밀도가 다른 물질로 외부를 둘러싼 것에 대해 국과수 측은 이를 수백년간 부식된 것으로 꾸미기 위해 다른 물질로 감싼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이크로 X선 형광분석 결과에서도 활자의 표면과 내부의 성분 함량이 달랐다. 활자 내부는 구리 20∼22%, 주석 55∼56%인 반면 바깥은 구리 30∼31%, 주석 47∼49%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수(受)와 반(般) 등 두 활자 뒷면에서는 땜질흔적도 발견됐다.

논란대상 증도가자 고인쇄박물관 7개 포함 109개

고인쇄박물관의 증도가자는 박물관 측이 구입한 것으로 구입경로가 불분명해 그동안 학계의 진위 논란이 일어왔다. 현재 사립 다보성미술관이 101개, 국립중앙박물관이 1개, 청주고인쇄박물관이 7개를 소장하고 있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 총 109개 중 62개를 진품으로 볼 수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국과수에서 위조품으로 밝혀진 7개 중 3개가 증도가자 진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과수 검증결과에 따라 남은 다보성박물관 소유 증도가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높아진 상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2월 조사결과에서는 다보성박물관 소유 101개 활자 중 59개가 증도가자로 분류됐다. 이 활자들은 이번 국과수 조사 대상인 청주 고인쇄박물관 활자들과 출처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확대 해석 말아야, 조사 진행 중”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상급기관인 문화재청은 27일 성명을 통해 “현재 3개 분야 12명의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이 구성돼 증도가자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북대 팀이 한 기초조사연구와 국과수 조사는 참고사항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이번 위고인쇄박물관의 증도가자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2011년 10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 신청 이후 연구 성과 축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 지정추진이 보류된 상태”라며 “2013년 10월 10일 종합학술조사 필요성에 학술연구용역이 진행됐으며 2014년 12월 기초 연구용역 완료 후 추가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기초연구용역 조사도 최초 증도가자 진본을 주장한 경북대 연구팀이 진행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한편 국과수는 증도가자 검증 결과를 논문(‘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으로 정리해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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